뒤러 6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자화상(Self-portrait)

우연히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의 자화상들을 보았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들과의 그 결이 다르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할 때, 지역적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점에서 뒤러는 참 특별한 화가다. 그의 작품들에는 르네상스 세속주의도 드러나지만, 그와 함께 그 당시까지 남아있던 후기 고딕적 요소에서 자유롭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The Arnolfini Portrait (or The Arnolfini Wedding, The Arnolfini Marriage, the Portrait of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or other titles) Jan van Eyck,..

뒤러Durer, The Knight, Death and Devil(기사, 죽음 그리고 악마)

The Knight, Death and Devil 기사, 죽음 그리고 악마Albrecht Dürer 알브레히트 뒤러 1513, Copperplate 동판화 기사 옆으로 죽음과 악마가 그가 가는 길을 방해한다. 이 명료한 동판화는 르네상스 시기의 신념을 보여준다고 할까. 인간이 가는 길을 과거의 유물들 - 죽음, 악마 - 이 훼방 놓으며 가지 못하게 한다. 알브레히트 뒤러는 종종 후기 고딕적 양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의 사상 만큼은 근대적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기사는 도상학적으로 진리를 수호하는 자로 해석된다. 과거 종교인이 가졌던 역할을 이제 기사가 가지게 된 것이다. 이 극적인 변화는 르네상스 시기를 문예부흥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시기가 아니라, 급속하게 변화하는 혼돈기였음을 짐작케한다. 결국 고딕적..

예술과 문명(Civilisation),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예술과 문명 Civilisation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지음, 최석태 옮김, 문예출판사, 1989년 (현재 절판) 책을 읽어나가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이미 20세기의 저명한 미술사학자였지만, 그는 미술의 역사 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건축, 음악을 아우르면서 서양 문명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었다. 가령 그는 장 안트완 와또와 존 키츠, 그리고 모차르트를 함께 비교하며 설명한다. 아래 그가 인용한 존 키츠의 시 구절을 옮긴다. Ay, in the very temple of Delight Veil'd Melancholy has her sovran shrine, Though seen of none save him whose strenuou..

14세기 르네상스 예술 이론

전미숙, ‘인간성과 신성의 조화, Trecento’, 미학-예술학연구, 1992, 2권 논문의 초반과 후반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르네상스의 인간 존엄 사상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고 있으나, 이를 작품 해석으로 연결짓지 못하며 고대, 중세와도 연결짓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더 다듬어서 발표했다면 참 좋은 논문이 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라색 글은 내가 부연설명을 한 부분이다. 페트라르카현세의 경험과 인간의 감정을 중시하며 세속적 욕망과 종교적 양심 사이에서 갈등함: 낡은 요소(중세적)와 새로운 요소(르네상스)의 공존. 고딕과 르네상스는 서로 별개의 시대가 아닌, 동일한 감수성 위에서 형성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인들이 경멸했던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과 스콜라철학은 르네상스시대와 똑같..

르네상스 시대의 미학

(* 비어즐리의 미학사(이론과실천)을 읽고 요약한 글입니다. 오래된 글이네요.) 제 6장 르네상스 비어즐리는 르네상스를 15세기 니콜라우스 쿠자누스의 탄생부터 16세기말 지오다노 브루노의 사망까지로 잡는다. 매우 의미심장한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쿠자누스는 철학사에서는 중세 말기의 철학자로 구분되나, 실제 그가 살았던 시대는 고딕 후기, 또는 르네상스 시대였다. 여기에서 고딕과 르네상스의 시대 구분이 문제로 떠오르는데, 지역적으로 그 사정이 틀리다. 이탈리아의 경우 15세기면 르네상스 중기이고 북유럽의 경우에는 고딕 후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학자들마다 어느 것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그 구분이 제각각이며 읽는 이가 알아서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술이나 사상에 있어서 시대 구분은 몇 ..

클라시커 50 회화, 롤프H.요한젠

클라시커50-회화롤프H.요한젠저 | 황현숙역 | 해냄 | 2002.03.11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롤프 H. 요한젠, , 황현숙 옮김, 해냄 1. 서평이란 책을 평가하고 읽는 이, 또는 읽을 이를 위해 씌어진 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글 쓰는 이의 사정에 따라 그 글의 모양새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책에 있다기 보다는 책의 외부에 있다. 즉 책을 온전하게 평가하기 못하고 책이 놓여있는 Context에 너무 얽매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미술사(학)라는 한국에 아직 낯선 학문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예술을 포함한) 전반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서평을 쓰는 이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요컨대 한국의 학문 연구 풍토가 어떠하며 대학 교육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