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커피 4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안경을 바꿔야 할 시기가 지났다. 나를, 우리를 번거롭게 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 신경쓰이게 한다. 글자가 흐릿해지는 만큼 새 책이 쌓이고 잠이 줄어드는 만큼 빨리 지치고 상처입는다. 변화는 예고 없이 방문하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곤 사라지며 흔적을 남긴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빠르게 늘어나 거의 매일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 노트북이 가벼워진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가벼워질수록 이 녀석이 자주 나타난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까페에서, 심지어 집 거실에까지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메일이 오고 문자가 오고 전화가 온다. 미팅을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근처 카페에 들어와 메일을 확인하고 일을 한다. 그렇게 오후에서 저녁이 되었다. 또 야근이었다. 스트라다..

어느 아침의 일상

아침 일찍 일어나, 분유를 먹은 아이를 재우는 아내 옆을 나와, 아침밥을 올리고 서재로 와, 아주 오랜만에 턴테이블에 비틀즈의 '애비 로드'를 올린다. 그 때 창으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눈이 막막해지고 보이지 않는 몇 초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불만이 있고 그걸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 * 그리고 사무실. 어제 남기고 간 커피를, 1층 반대편 끝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에 가 버리고 컵을 씻고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이, 복도와 현관을 걸어 사무실로 돌아온다. 바쁜 21세기. 테일러식 모더니즘은 극단으로 치달아, '시간 관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현실 앞에서 몇 개의 노래와 커피는 사소한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 구수한 로컬리티 보사노바는 올해 최고의..

간단하게 드립 커피 즐기기

방 안 가득 먼 대륙에서 건너온 향이 퍼진다. 사치스럽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했을 때 처음 마셨다는 이 음료는, 민비가 좋아했고 20세기 초반 식민지 조선에서는 몇몇 사람들에게나 알려졌던 그런 사치품이었다. 이제 불과 백 년 남짓 흐른 것인가. 커피의 역사는 흥미로운 사치품의 역사다. 아직도 몇몇 원두들 - 코피루왁, 블루마운틴 등 - 은 그런 사치품에 속하고, 몇몇 애호가들로 인해 꽤 고급스러운 취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취향은 너무 어중간해서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전문가스럽지 못하고 아마추어하고 하기엔 너무 아는 척해서 핀잔을 듣기 일쑤다. (아래 내용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니...) 오늘은 커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생각보다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한 이 글을 나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