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 4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윌리스 파울리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Rimbaud and Jim Morrison: The Rebel as Poet 월리스 파울리 Wallace Fowlie(지음), 이양준(옮김), 민미디어, 2001년 듀크대학의 불문학 교수인 윌리스 파울리는 랭보를 사랑했던 짐 모리슨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락스타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파리에서 시인을 꿈꾸었던 짐 모리슨을, 자신이 평생을 읽고 연구했던 프랑스의 시인 랭보와 비교하면서. 그래서 이 책은 랭보 소개서라기 보다는 짐 모리슨에 더 시선이 가지만, 나에게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파울리 교수가 랭보의 시편에 대해 설명하던 챕터였다. 솔직히 그 동안 랭보에 대한 많은 글들-한글로 된-을 읽었으나, 윌리스 파울리 교수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랭보가 가장 흥미진진했다..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지음), 김남주(옮김), 효형출판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 그는 첫 소설인 를 20살 때 쓰고 21살 때 발표한다. 그의 첫 장편인 은 22살 때 발표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장편 소설로 일약 프랑스 문단의 별로 떠오른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필립 솔레르스를 (다소 과장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레이몽 라디게, 마르셀 프루스트와 비교했다. 이후 그는 이라는 문예이론잡지를 창간해,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 이론의 탄생을 주도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 몇 편이 번역되었지만, 번역된 그의 문장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난해했고 한국의 작가나 문학 평론가들에게 필립 솔레르스는 호사(好詞)적 용도로만 쓰였을 뿐이다. 기괴하면서 어쩐지 슬픈 기분에 나는 젖어 있었다...

숭고에 대하여

최후Ultime는 실패인 동시에 약속이고, 버려짐인 동시에 구원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이들에겐 구제자이기도 하다. 숨을 거두며 최후의 말을 남기는 사람은 그 말과 함께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곳으로 간다. 그는 패배하되 남은 이들이 거둘 수 있는 하나의 말을 남겼으니, 죽음이여, 너의 승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최후의 말은 통과를 위한 암호이다. 또 숭고의 도식이다. 우리는 파스칼적인 의미의 불균형disproportion에 용감히 맞선다. 그러자 그 위압적인 것이 음악적으로 변모하면서 무릎을 꿇고 만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우리를 쓰러뜨리는 것이 한 마디 말에 의해 상쇄되다니. 그 때 그 말은 하나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어떤 조건 하에서는 내일 없는 패배도 패배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위압"의 관계..

랭보의 '삶'

먼지 묻은 시집 두 권을 꺼낸다. 이준오의 (책세상)과 김현의 (민음사). 두 권 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된 책이다. 이준오의 은 고등학교 때 샀던 걸로 기억한다. 한글로 말하자면 김현의 번역이 낫다. 그래서 오역의 비난을 받는 걸까. 랭보의 세계는 너무 심하게 오염된 세계다. 세속의 고귀한 것들에, 그의 영혼에, 버림받은 사랑에, 타인의 경멸과 증오에, 그리고 어둠의 미래를 가진 청춘에. 하지만 랭보는 그 속에서도 꼿꼿하게 서서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그의 시 세계를 '견자의 시세계'라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보면, 어른같은 어린 랭보와 어린이같은 늙은 베를렌느는 꽤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오랫만에 랭보의 시를 읽는다. 나이 스물 한 살 땐 나이 서른 쯤 되면 불어로 그냥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