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바르트 3

요즘, 자주, 스타벅스엘

요즘, 자주, 스타벅스엘 간다. 오늘의 커피를 시킨다. 기다린다. 5분. 3분. 2분. 1분. 커피를 받아들고 걷거나 앉는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낯설다. 익숙한 풍경 속의 낯선 나. 시간이 갈수록 내가 낯설어진다. 익숙한 나는 저 멀리 있고 낯선 내가 나를 드리운 지도 몇 년이 흐른 걸까. 나는 익숙한 나를 숨기고 낯선 나로 포장한 지도, 무심히 보내는 오월 봄날처럼 둔해진 건가. 요즘, 자주, 읽지 못할 책을 펼친다. 롤랑 바르트. 그의 문장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언제였을까. 오직 바르트만이 줄 수 있는 위안. 그건 언제였던가. 누군가를 만나 바르트 이야기를 하고 바르트 이야기를 하며 커피를 마시고 바르트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신 적은 언제였던가. 바르트가 이야기한 사랑과 문학과 사진과 그 자신을..

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

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지음), 심은진(옮김), 마음산책 자기 전에 소피 칼을 만나다. 그녀가 만든 이미지들 사이로 흐르는 활자들. 하지만 서사적이기 보다는 회화적이길 원하는 그녀의 텍스트들 앞에 서서 이미지들이 움직였다. 섬세하면서도 단조로운 그녀의 산문은 이미지들과 겹쳐져 사뿐하고 경쾌한 운율을 만들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보면서, 박상순과 롤랑 바르트를 떠올렸다. 한 명은 시어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고 한 명은 이미지들로 통해 놀라운 현대적 사유를 보여주었던 사람이었다. 한 명의 시집을 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한 명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지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소피 칼의 이미지들이 궁금해지는 밤이다. 진실된 이야기 - 소피 칼 지음, 심은진 옮김/마음산책

토요일 오후, 모험을 떠나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자화상 그 때 푼크툼은 마치 영상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 바깥으로 욕망을 내던져 버리는 것처럼, 일종의 미묘한 장외의 것이 된다. 나체의 '나머지 부분'을 향해서뿐 아니라, 하나의 실천의 환각을 향해서 그것은 욕망을 내던진다. 팔을 곧게 뻗고 빛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청년은 - 그의 아름다움은 결코 현학적이 아니고, 화면의 한쪽으로 몰려서 사진으로부터 반쯤 튀어나와 있지만 - 일종의 경쾌한 성애를 구현한다. 이 사진은 나로 하여금 포르노 사진의 욕망인 무거운 욕망과 성애사진의 욕망인 가벼운 욕망을 구별하게 한다. 결국 아마도 이것은 '행운'의 문제일 것이다. 사진가는 이 청년(메이플소프 자신이라고 생각되는데)의 팔을 조리개 구멍의 알맞은 각도와 자연스러운 밀도 속에 고정시켰다. 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