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2

늘, 노트와 펜, 그리고 2022년.

늘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닌다. 그렇다고 늘 쓰는 건 아니다. 아니, 거의 쓰지 않는다. 일종의 강박증같다고 할까. 예전만큼 글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메모하는 정도. 가끔은 정말 글을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꽤나 고통스럽다는 걸 알기에 그냥 무심히 지나친다. 오랜만에 프로젝트에서 야근 중인 지금, 잠시 틈이 생겨 더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2022년 최고의 책 리스트를 확인하다가, 아예 Year End Lists 웹사이트를 찾았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이 웹사이트를 찾았던 듯 싶은데, ... (아, 벌써 한 해가 지나고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되었구나) 한 번 챙겨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볼까. 2022년에 나왔지만, 2023년에서야 찾게 되는. htt..

지도와 영토, 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La Carte Et Le Territoire)미셸 우엘벡(지음), 장소미(옮김), 문학동네 매우 선명하다. 이 소설을 읽은 지 네다섯달이 지났지만, 소설 속의 인물들도 선명하고 사건도, 내용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란다. 소설을 읽으면서, 현대미술에 대해 이렇게 박식할 수 있다니, 감탄을 했다. 소설을 쓸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문장, 인물, 사건의 선명함을 너머 어떤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오진 않았다. 도리어 씁쓸하기만 할 뿐. 친구들도 이미 모두 죽고 어떤 의미로는 이미 과거에 속하게 된, 실질적으로 삶이 끝나버린 노인의 감정을, 형제나 친구처럼, 곧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리라는 약속처럼 죽음을 대하는 노인의 음산하고 담담한 감정을 프란츠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