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 6

작가 피정, 노시내

작가 피정 - 경계와 소란 속에 머물다 노시내(지음), 마티 세상을 떠돌며 살다보니 지인은 많아도 친구는 적다. (230쪽) 이십대 무렵 잠시 유학을 생각한 적 있었다. 하지만 집에 말을 꺼내자 반대에 부딪혔다. 그냥 나가도 상관 없었을 텐데, 나는 곧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 지금에서야 그 때 무모하게 갔다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쯤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마 나갔다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부모님께서도 그럴 기미가 보였으니, 반대를 하셨을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이런저런 일로 터키, 독일, 프랑스에 나갔을 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으니, 나는 어딜 가도 되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렇다고 부러워하는 건 아니다. 가끔 지금 내 삶에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지음), 마티 1. 어떤 경향성이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읽기 보다는 그냥 손 가는 대로 들고 읽는 듯하다. 그래서 책 자체의 완성도나 집중도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씌어진 글도, 그렇게 만든 책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은 온전히 작가 장정일의 태도나 문장 자체가 될 것이다. 가끔 우연히 읽게 되는 장정일의 짧은 글들은 상당히 좋다. 그렇다고 해서 꾸준히 찾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시인 장정일의 첫 등장을 기억하는 나로선, 그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여준 변화가 한 편으로 보기 좋다. 그러나 가끔 소년 장정일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에겐 반항적이며 이단적이고 끊임없이 외부 세계를 거부하는 자아를 가진 예술가의,..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파리좌안 1940-50, 아녜스 푸아리에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파리좌안 1940-50 아녜스 푸아리에(지음), 노시내(옮김), 마티 사람은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사람들 대부분 이것저것 고려할 정도로 배려심이 많지도 않고 폭넓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굳이 그럴 필요까지 느끼지 못한 채 살기 바쁘다(요즘 내 모습이구나).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이들에게 20세기를 주름 잡았던 파리의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의 숨겨진 모습을 알게 해주는 값진 책이 될 수 있겠지만, 어떤 이들에겐 지식인들의 불건전한 연애 기록으로 읽힐 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예상 밖의 이야기들로 인해 흔들렸으니...) 2차 세계 대전 전후, 점령당한 파리 좌안에서의 일상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다행히 나치의 군인들에게 살해당하고 아우슈비츠로 끌..

지식인의 표상, 에드워드 사이드

지식인의 표상 Representations of the Intellectual 에드워드 사이드(지음), 최유준(옮김), 마티 사진 출처 - http://www.h-alter.org/vijesti/remembering-edward-said 나이가 들어 새삼스럽게 애정을 표하게 되는 작가들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다. 대학 시절, 을 읽었으나, 그 땐 그 책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인문학은 나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건 이 세상과 그 속의 사람들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새삼스럽게 에드워드 사이드를 읽으며 감탄하게 되고 당연한 일. 1935년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에드워드 사이드는, 어쩌면 그의 인생 전체가 20세기의 거대한 갈등 ..

보편성 - 에드워드 사이드

"보편성이란 우리의 출신배경, 언어, 국적이 타자의 존재로부터 자주 우리에게 보호막이 되어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얻게 되는 확실성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성은 또한 대외 정책이나 사회 정책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인간적 행위에 대한 단일한 규준을 찾아내고 이를 유지하고자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야기된 적의 침략에 대해 비난한다면, 우리는 또한 우리 정부가 더 약한 집단을 침략할 때 똑같이 비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식인은 자신의 언행을 규정하는 어떠한 법칙도 알지 못한다. 세속적 지식인들에게는 확고한 인도자로서 경배하고 숭배해야 할 어떤 신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에드워드 사이드, (최유준 옮김, 마티)..

일본의 재구성, 패트릭 스미스

일본의 재구성 - 패트릭 스미스 지음, 노시내 옮김/마티 일본의 재구성 패트릭 스미스(지음), 노시내(옮김), 마티, 2008 1. 일본과 한국, 그 닮음에 대해 이 책을 읽고 있는, 그리고 읽었던 일본인은 이 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까? 하긴 나도 박노자의 책을 읽고 우리 한국인들, 우리들의 가치관, 그리고 우리들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뜨끔했다. 한국인 스스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박노자는 자신이 살아왔던 서양 세계의 가치관대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트릭 스미스의 이 책은 박노자가 한국, 한국인에 대해 묻는 것 이상으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분석하고 따져 묻는다. 그리고 많은 문헌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은 그 동안 나왔던 일본학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오리엔탈리즘에 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