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2

문신(타투)과 그리스 청동 투구

집 앞에 골목길 이십대 초반의 여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전자 담배를 피우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하얀 두 다리가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고 그 위로 무채색 주방 앞치마가 포개져 있었다. 흰 색 반팔 티셔츠 위로 목덜미 옆으로 살짝 문신(타투)이 보였다. 그 작고 앙증맞은 문신은 아이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더 부각시켰다. 하얀 살갗 위로 희미한 담배 연기로 흘러 지나갔다. 여자아이는 핸드폰을 보던 얼굴을 들어올려 맞은 편 건물 벽을 향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하지만 담배 연기는 금세 사라졌다. 내 짧았던 이십대처럼. 모든 것이 절망스러웠던 시절, 나는 모든 것을 위선이라 여기며, 나 또한 위선으로 포장했다는 걸 그 땐 몰랐다. 거친 말을 진실된 태도라 여겼고 술만 마시면 아무 이유없이 취해 버렸다. ..

청담역 한섬 빌딩 옆 조각가 문신

길을 가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작품 하나. 어, 이 작품 문신 거 같은데... 진짜 조각가 문신의 작품이었다. 문신(文信)은 누구인가. 해방 이후 한국 조각가 중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거의 유일한 조각가이지 않은가. 문신(1923 - 1995). 경남 마산출생. 1947년부터 서울과 부산·마산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유화 개인전을 가지며 양화계에 진출했다. 1950년대까지는 인물·풍경·꽃 등의 주제를 그렸으나 그것은 사실적인 재현이 아닌 표현주의적 창작성을 나타낸 것이었다. 보수적인 국전(國展) 참가를 거부하다가 유영국(劉永國)·박고석(朴古石)·한묵(韓默) 등이 1957년에 결성한 모던아트협회에 영입되어 1961년에 파리로 갈 때까지 그 연례 작품전에 참가했다. 파리에서는 세계 미술의 현대적 흐름에 자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