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5

술병이 있는 자화상, 뭉크

턱 밑까지 더위가 올라와 얼굴을 천천히 물들인다. 피곤한 피부 위로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저주의 언어들, 혹은 절망, 아니면 실패자의 체념 같은 것. 발터 벤야민이었던가. 우리가 희망을 얻는 것은 과거의 불행했던 사람들로부터라고. , 저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저 작품을 그린 예술가는 참 불행하게 살다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에드바르트 뭉크(노르웨이, 1863-1944). 하지만 의외로 평안한 노년을 보냈다. 몇 번의 사랑이 실패로 돌아가긴 했으나, 낙담하지 않고 평생 혼자 지내며 작품활동을 하며 보냈다. 그리고 후기에 그렸던 작품들 대부분을 기증하여 뭉크 미술관이 만들어졌다. 우리에게 알려진 널리 그의 작품들을 보자면, 참 불안하고 슬프고 절망적이긴 하지만 뭉크는 다행히도 그 젊은 날의 불안, 격정,..

뭉크와 나

Beach Landscape, Edvard Munch, 1889(출처: bofransson.tumblr.com) 모니카 봄 두첸의 책 을 다 읽은 것이 2주 전이고 간단하게 리뷰를 올린 것은 지난 일요일이다. 몇몇 작품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그걸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최근 올라가는 글들 대부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그 글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흔적마저 내 기억에서 사라질 책과 그림에 대한 단상들을 메모해두는 용도랄까. 고료를 받고 쓰는 글과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전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나는 전업 블로거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 올리는 글들은 종종 아주 형편 없다. 어제 퇴근길, 바람 속에서 글 제목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나 뭉..

세계 명화 비밀, 모니카 봄 두첸(지음)

세계 명화 비밀모니카 봄 두첸(지음), 김현우(옮김), 생각의 나무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 고야의 , 마네의 , 고흐의 , 뭉크의 , 피카소의 , 잭슨 폴록의 이라는 작품에 대해 쓰고 있다. 원제는 'The private life of a masterpiece'. 일반 독자가 읽기에도 좋고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이가 읽기에도 나쁘지 않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개별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서 잭슨 폴록의 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고흐와 뭉크는 그들 삶의 아픔만큼 그들 작품이 가지는 울림은 어쩌지 못했다. 도판도 나쁘지 않고 설명도 무리없이 읽힌다. 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

뭉크의 <절규>에 대한 의견

하나는 뭉크의, 그 유명한 이고 하나는 Krakatoa 화산 폭발을 그린 누군가의 그림이라고 한다. 집을 나서기전 뉴욕타임즈에 흥미로운 아티클을 읽었는데, 뭉크의 경험,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끝나지 않을 비명을 느낀 것은 역사상 기록된 가장 큰 화산 폭발로 알려진 1883년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인근의 무인도인 크라카다우 화산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 때 이 폭발로 이 섬의 3분의 2가 날아갔으며 폭발로 인해 발생한 해일 등으로 삼만 육천명이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폭발에 관한 책이 단행본으로 나와있을 정도이니 이 화산 폭발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니 북유럽에서도 이 폭발의 영향이 미쳤을 것도 같다. 문제는 뭉크가 작품 를 그리게 된 그 경험을 한 것이 몇 년도 인가하..

예술의 우주 200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