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미술 3

에드워드 호퍼, <여름실내>

Edward Hopper Summer Interior 1909, Oil on canvas, 24 x 29 inches,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따갑고 건조한 여름 햇살이 방 한 가운데로 내리꽂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울 정신적 의지는 지난 밤에 사라져버렸다. 꿈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환상이거나. 만일의 경우 그것은 최악의 현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이며 앞으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다. 너무 가지런한 실내가 도리어 비현실적이다. 뜨거운 여름날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에게 오래 전부터 빈혈이 있었다고 믿는다. 그..

라우셴버그의 '지워진 드 쿠닝의 그림'

1959년, 무명의 젊은 미술가 로버트 라우셴버그Robert Rauschenberg는 윌렘 데 쿠닝Willem de Kooning에게 어떤 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데 쿠닝은 라우셴버그보다 나이가 많고 훨씬 유명했을 뿐 아니라 작품값도 상당히 비쌌지만 그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그림 한 점을 라우셴버그에게 주었다. 크레용과 유성연필, 잉크, 흑연 등으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라우셴버그는 그 그림을 가지고 한 달을 씨름했다. 그림을 완전히 지운 것이다. 이어서 그는 그 지운 그림을 금박 액자에 끼우고, “지워진 데 쿠닝의 그림, 1953년(Erased de Kooning Drawing, 1953)“이라고 제목과 날짜를 직접 써 넣었다. 라우셴버..

오브제 미술Objet Art, 그게 뭐지?

지난 주말, 서울시청 앞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를 보고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갔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실은 방학이고 주말이라, 길게 줄을 서서 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불현듯 아주 형편없는 기획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편으론 전시 보는데 큰 불편함이 없어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정작 사람들의 눈을 밝게 하는 전시에는 사람들이 찾지 않고 그렇지 않은 전시에는 사람들이 찾는 걸 보면, 이제 전시도 마케팅을 떠나서는 진행하기도 어려운 시절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만, 주최로 ‘조선일보’로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네요. 여기에 정치적인 색깔이 입힐 의도는 없습니다만, 전시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