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계선에서 Watchman’s Rattle
레베카 코스타 Rebecca Costa 지음, 장세현 옮김, 쌤앤파커스
http://www.rebeccacosta.com/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미 설명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문명 붕괴의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슈퍼밈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계하고, 벤처자본 모델을 이용한 완화책의 실시로 시간을 벌고, 우리의 두뇌를 활용하여 침체되어 가는 인식 능력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인식 한계점에 대응하여 자연이 준 해결책인 통찰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신경과학은 장차 현대인의 생존을 좌우할 열쇠를 쥐고 있다. (362쪽)
책의 후반부는 다소 실망스럽다. 이 실망스러움은 책 끝에 붙은 저명 인사들의 찬사로 인해 더욱 커진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통찰의 힘’이 해결책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미없거나 읽을 가치가 없거나 한 것은 아니다. 책의 전반부, 현대 문명이 마주한 거대한 위기에 대한 풍부한 사례와 분석에 비해 책의 후반부 서술은 너무 작고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의 서술이 우리, 현대 인류가 마주한 운명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어림짐작으로 볼 때, 유기체가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유기체의 복잡성이 환경(모든 규모의 환경)의 복잡성과 대등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 야니어 바-얌(Yaneer Bar-Yam) <Making Things Work> 중에서 (29쪽)
문명 붕괴의 패턴은 거의 동일하다. 안정적인 생산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작은 마을은 몇 세기 지나지 않아 제법 큰 도시가 되고, 작은 국가가 된다. 그리고 이 작은 국가는 거대한 제국이 된다. 이러한 성장과 함께 동시에 성장하는 것이 ‘복잡성’이다. 작은 마을에서는 도난 사건이 생기더라도 누가 훔쳐갔는지 금세 밝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큰 도시에서는? 이러자 도난 사건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필요해진다. 작은 마을일 때는 우물 하나면 충분했던 것이 도시가 되면 수로를 만들어야 하고 식수와 오수를 구분해 처리해야 한다. 인구 100만의 도시 로마에서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는 이 쓰레기를 치워야만 도시가 운영된다. 이렇게 복잡해진 도시에서 생기는 문제도 복잡한 해결 방법을 거치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제들에 대한 해결 능력이 정체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서 두 손 두 발 놓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문제 해결 대신 마야인들이 취한 조치는 인식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모든 위대한 문명에서 나타나는 바로 그것이었다. 즉, 그들은 위험한 문제들을 다음 세대로 전가하는 길을 택했고, 이에 따라 문제는 점점 더 방대하고 위태로워졌다. (39쪽)
어떤 문명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동안 문제 해결에 동원되었던 지식과 지성은 뒤로 밀리고 믿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믿음은 ‘길러지는 것nurture’가 아닌 ‘타고 나는 것nature’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기본적 욕구의 대상이다. 그리고 인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없을 때 사실 대신 믿음을 택한다. (41쪽) 복잡성으로 인해 지식 입수가 불가능해지면 그때부터는 불가피하게 믿음에 의존하게 된다. (43쪽)
로마 후기 율리아누스 황제가 마주했던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교회에서는 배교자로 공격하며 진실된 신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가혹한 이교도로 이야기하는 율리아누스 황제가 보았던 로마의 상황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너무 손쉽게 믿음을 택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는 갈릴리 사람들(기독교도)이 믿는 것이 이 지상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황제로서 실증해보고 싶네. 그들이 말하는 칭찬할 만한 가르침, 그들은 그것을 가난한 사람한테만 허용하고 게다가 천국에서만 달성할 수 있다고 단언하지만, 그 미덕과 행복은 현세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내가 제위에 있는 동안 정착시키고자 하는 공정한 통치를 통해, 그리고 종교와 관계없는 복지 사업을 통해 달성하고 싶다고 굳게 결심하고 있네.’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4권 중에서)
다시 말해서 현대 문명도 후기 로마처럼 그렇게 몰락해갈 수 있다는 것은 현대의 교회들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인류의 성패는 기술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기술이 있어요. 그건 쉬운 일이지요.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 이게 훨씬 더 어렵습니다. - 딘 케이먼(Dean Kamen) (91쪽)
마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쪽으로든 정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마음은 아무 것도 믿지 않느니 차라리 거짓이라도 믿는 쪽을 택한다 - 장 자크 루소 (99쪽)
저자는 복잡한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르면, 선택하게 되는 이 바로 믿음이라고 말한다. 이 믿음이란 종교적인 믿음(신앙)도 포함되지만, 그것 이상의 어떤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슈퍼밈이라고 한다. 원래 밈Meme이란 ‘문화적 전달 혹은 모방 단위’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등장한 단어이다. 레베카 코스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슈퍼밈을 제안하는데, 이는 이드-에고-슈퍼에고로 이어지는 프로이드의 체계를 옮긴 것이다.
슈퍼밈은 사회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널리 만연하여 다른 모든 믿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억압을 가하는 모든 종류의 믿음, 생각, 행동을 가리킨다. (97쪽)
사람들이 지식과 지성을 이용한 적극적인 문제 해결 대신 택하게 되는 태도를 슈퍼밈이라고 말하며 저자는 대표적인 슈퍼밈 다섯 가지를 설명한다.
첫 번째 장벽, 불합리한 반대 - 자유 선택이라는 환상이 부른 반대의 수렁
이 챕터를 읽고 난 다음, 불합리한 반대가 전세계적 트렌드임을 확인했다. 교도소를 건설하지 못하는 미국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는 화장 시설을 건립하지 못한다. 모든 이들이 죽은 이를 묻을 땅이 없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장례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극렬히 반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면 그 어떤 해결책도 없다. 아파트 단지에 임대 아파트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반응을 보인다. 레베카 코스타에 따르면, 이는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서, 우리 문명 전체를 멸망을 이끄는 하나의 태도다.
두 번째 장벽, 책임의 개인화 - 개인에게 책임 지우는 시스템의 문제
장례 시설을 짓지 못해 죽은 이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했다고 치자. 그러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그 때부터 지식과 지성을 활용해서 문제 해결에 뛰어들까? 레베카 코스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때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희생양 개인’이다. 아마 장례 시설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부서의 장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누군가 희생양이 되어 그 자리에서 떠나거나 감옥에 들어가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해결책은 현대 사회 전반을 만연해 있다.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흥미롭지 않은가.
책에서는 ‘비만’을 사례로 들고 있다. 비만, 즉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데, 이를 개인의 인내심이나 의지 부족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데이터Marketdat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력구제 산업은 2000년 이래로 매년 10퍼센트씩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그 규모가 미국에서만 8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해마다 80억 달러를 쓰고 있는 셈이다. (159쪽)
한 문명이 인식 한계점에 도달하여 문제의 복잡성이 인식 능력을 넘어서면, 곤란한 사회적 문제를 바로잡을 책임이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전가된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같은 고통을 겪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시스템적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각 개인에게 실패의 책임을 돌리는 간편한 길을 택하기가 쉽다. 그 결과, 비만, 우울증, 중독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은 각자 스스로 극복해야 할 개인적 시련으로 다시 포장된다. (159쪽)
세 번째 장벽, 거짓 상관관계 - 우리가 진실이라 알아온 상관관계의 오류
유럽 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하루에 15회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십대 청소년은 전화를 조금만 쓰는 청소년보다 잠드는 데, 그리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184쪽)
그런데 휴대전화와 수면 장애의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휴대 전화 사용 단속에 들어갔다. ‘이렇듯 거짓 상관관계는 허구와 사실, 단순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는 일을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 결국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개인, 가족, 학교, 리더, 국가에 혼란과 고난을 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너무도 성급하게 상관관계를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받아들인다.’(185쪽)
네 번째 장벽, 사일로식 사고 - 고립된 사일로들이 만드는 오류
나사NASA에서 획기적인 태양열 발전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부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환경 관련 자료를 학계와 공유하려다가 비난을 받았던 CIA와 마찬가지로, 무공해 에너지 개발 역시 나사의 공식 임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을 “부적절한 임무 확대”로 본 에너지부는 나사를 비난하며 우주 개발이나 충실히 하라고 지시했다. 나사 과학자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에너지와 우주 연구 사이에 놓인 사일로의 벽을 돌파할 수 없었다. 한편, 에너지부와 청정기술Cleantech 벤처 자본가들은 나사가 개발하여 이미 실험실 내에서 효과까지 입증한 태양열 발전보다 훨씬 못한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었다.’(223쪽)
다섯 번째 장벽, 극단의 경제학 - 경제우선주의에만 매몰되는 오류
“경제가 모든 것을 망치고 있어”라는 에드먼드 윌슨의 표현만큼 적절한 것이 있을까?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는 인류 문명에 기여할 수 있는 무수한 많은 기술들이 채택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 이는 기술뿐만 아니다. 북반구에서 너무 많이 생산되어 버려지는 음식물들이 남반구에 전달된다면? ‘21세기에 타당성을 판단하는 가장 강력한 척도는 분명 수익성이다’(234쪽) 바로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기업가적 혁신을 부추기는 그 경제적 인센티브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중요한 발견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더욱 복잡해지고 시스템적이고 세계적인 것이 되어감에 따라, 손익계산은 다소 무의미한 일이 된다. (235쪽)
저자는 다섯 가지 장벽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슈퍼밈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야 된다고 역설한다.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지 아니면 낙관적인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제 대답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관한 지식을 접한 다음에도 비관적이지 않다면 여러분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만약 이 세상을, 가난한 이들의 삶을 다시 일으키고자 애쓰는 사람들을 만난 다음에도 낙관적이지 않다면 여러분의 맥박은 뛰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세상 곳곳에서 본 것은 이 세상의 우아하고, 정의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서 절망과 권력, 수많은 어려움과 맞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폴 호켄Paul Hawken (273쪽에서 인용)
책은 신경과학에서 이야기하는 뇌의 활동, 그리고 통찰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된다고 하면서 끝맺는다. 이미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이 결말이 다소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현대 문명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슈퍼밈은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선 각자의 몫이지만, 적어도 절망적인 기분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제법 괜찮은 책임에 분명하다.
저자 인터뷰: http://earthsky.org/human-world/rebecca-costa-on-thinking-our-way-out-of-extinction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었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문득 내 나이를 떠올리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자 아팠다.
"상이한 두 개의 세계에서 일했습니다. 국영은행 시절 나는 국가의 돈을 가지고 화폐와 대출정책을 실행했습니다.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최우선 순위는 다음과 같았어요. 첫째, 이 정책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둘째, 이 정책은 기업과 노동을 위해서도 유익할까? 그리고 세 번째 순위에 가서야 이 정책이 은행에도 유익할 것인가를 따졌습니다. 사적 자본을 위해 일할 때에는 우선 순위가 전도되었어요. 이 정책이 은행에 유익할까에 대한 질문이 우선이었지요."
- 에드가 모스트(동독 출신의 경제학자), 자서전 '자본을 위해 봉사한 50년' 중에서 인용.
(* 2009년 11월 르몽드 디플로마크 한국어판에서 재인용함)
통일 이후의 독일, 그리고 그 독일 속 동독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천천히 세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동독이 가졌던 장점과 자부심은 어느새 지워지고 그 사이를 자본주의의 이기적인 경쟁심만이 채우고 있더라고 전한다. 통일 당시의 흥분과 기쁨, 감격은 가물가물해지고 동독 사람들의 기억 속엔 그리운 동독, 차갑고 이기적인 자본주의 서독 중심의 통일 이후만 남아있는 것이다.
'이중텐, 제국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저자 이중텐은 중국 제국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말없이 묵묵히 일한 관료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청나라 말기를 이야기하면서 과거 제도과 유가 사상의 힘을 전하며, 중국 역사를 볼 때 청나라 말기는 외부 환경을 제외한다면 망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부 세상은 변했고, 그 변화의 틈 속에서 중국 사람들이 무엇을 원했으며 변하기를 얼마나 열망했는가를 적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였다. 이중텐은 현대 중국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공화와 민주에 대해서 적고 있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중국은 공산당이 나라의 전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찌되었건 마르크스-엥겔스가 국가 정책의 기본처럼 자리잡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많이, 혹은 형편없이 윤색되고 흐려졌겠지만. (이중텐의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책들 중 한 권은 마르크스-엥겔스였다.)
그렇다면 입만 열면 좌파 정치인이라고, 좌파 NGO 단체라고, 좌익이라고 이야기해대는, 현재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강렬한 민족애와 조국애로 무장한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해야만 된다. '우리는 중국과 교역을 끊어야 된다'고. 아마 논리적으로는 정당한 내 말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겠지만.
사람들은 어떤 것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주장하고 어떤 것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먼저일까? 논리가 먼저일까, 아니면 현실이 먼저일까? 현실적 견지에서의 논리성 따위와 같은 추상적인 것은 생각하지 말자.
물론 나에게 이 물음에 대한 답도, 지혜도, 경험도 없다. 우리는 그저 안개 속을 걸어갈 뿐이다.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물음만 안고. 그런데 이 안개의 불투명성(불확실성)은 어느새 우리 일상 마저도 집어삼키고 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은 어떤가? 이 안개와 같은 불투명성을 부른 것은 우리가 약속이라도 하듯이 논리적인 어떤 것(이상)을 버리는 순간부터 생기기 시작한 것임을. 그리고 더 낯선 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서양이든 동양이든)이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논리의 이분법 속에서 현실을 택하자 일어나는 이 일상의 불투명성 앞에서, 최근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모든 것들이 불투명하게 여겨졌다. 실은 논리적 귀결이 현실의 논리 앞에서 아무런 맥도 못추고, 그 어떤 현실적 동의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될 터이지만, 이런 상황은 참 견디기 어렵다.
에드가 모스트의, 저 자조섞은 고백은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믿고 따랐던 신념이 무엇이었는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것이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 할 지라도.

종로의 어느 커피샵
어김없이 어둠이 내리고 계절풍이 불고 대기가 식어가고. ... 금요일 밤,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텅빈 사무실을 지키며 메일을 쓰고 전화를 하고, 창틈으로 새어들어오는 금요일 밤의 향기에 몸달아 하면서, 나는 갈 곳이 없다. 만날 사람도 없다. 사랑도, 애정도, 내일도 없다.
근사하게 차려입고 몸을 흔드는 생각을 해본다. 번쩍이는 청춘. 그런데 내 나이는 벌써. 곤드레만드레 취해 비틀거리며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이젠 너무 식상한 일상. 나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야 하는 것일까.
오늘. 이 봄밤. 견디기 힘들다. 어제부터 시작된 이명현상도 나를 힘들게 한다. 쉬지 않고 귀를 울리는 소음.들.
도대체 나에게 사랑이란 존재하는가. 미래란 존재하는가.

방화동 빌라 옥상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
피터 셍게, C.오토 샤머, 조셉 자와스키, 베티 수 플라워즈(지음), 현대경제연구원(옮김), 지식노마드 2006
읽는 이마다 그 반응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책이다. 결국은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책이지만, 책 내용은 신비주의적이며 범신론적이고, 유기체적 세계관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형태이기도 하여, 스스로 동양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눈에는 이들의 노력이나 열정이 깊이가 없어 보이고 철부지 아이 같은 것이라 치부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좋았는데,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나 기업의 경쟁력 제고, 경영 혁신과 같은 것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였다는 것이 꽤나 신선했고 그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보라. 누가 나서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가? 우리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나서서 이야기하지도, 이야기할 분위기조차 되지 않는다. 어느 새 우리는 우리가 미덕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다 잃어버리고 산술적인 것에 기초를 둔 논리적 해결에만 너무 매달리는 것은 아닐까.
책에서는 'U이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방법론이라기 보다는 유기체적 세계관 속에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며, 기존 사고 패턴을 중지하고 전체를 보며 사고하고 행동해야 되고 이것을 도식화시키면 'U'자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U이론'이라고 이름 붙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래는 'U이론'의 필요성을 알기 위해 책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경험론적이다. 하나의 상황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게 되면, 계속 그 패턴의 반복이다. 하지만 이 반복의 지속은 아래와 같은 상황에 부딪힌다.

이제 아스피린 남용이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아스피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아래처럼.

결국 우리는 기존의 패턴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사고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속가능한 미래'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의 결론이 시시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경영자들을 키우는 세계적인 경영학자들이 할 일 없고 시간이 남아서 이런 연구를 했을까. 그만큼 우리의 미래는 어둡고 불투명하다. 이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종이신문에 관해서 과제를 쓰려하는 학생입니다만, 2026년에는 한국에서 종이신문을 보기 힘들꺼라는 통계도 있길래 여기에 질문드려봅니다.
종이신문이 없어질꺼라고 보시나요? 안없어진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종이신문이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궁금한게 워낙많은데 질문드려봅니다 ㅎㅎ;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심지어 학자들이나 전문가들까지도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주제예요. 그걸 덜컥, 저에게 물어보시면.. ㅜㅜ.
아마 관련 자료를 찾으면 너무 많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어떤 주제는 너무 많은 자료 때문에 힘들고, 어떤 주제는 자료가 너무 적기 때문에 힘들죠. 그런데 이런 경우는 공부를 하던지, 직장 생활을 하던지, 반드시 겪게 되는 문제예요.
몇 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검색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 읽어보세요. 그럼 나름대로의 해답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riss.kr 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학위논문들을 검색할 수 있으니, 이와 관련된 석사나 박사학위 논문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해당 주제에 대한 논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종이판을 내던 뉴스위크지는 아예 종이 주간지를 없애버렸습니다. 뉴욕타임즈의 경우, 디지털화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위싱턴 포스트에 밀리는 인상을 주고 있죠. 영국의 가디언지도 디지털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의 중앙일보도 여기에 속한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 모노클 같은 잡지는 종이잡지로 수지타산을 맞추고 있어요. 국내에는 B 매거진이 대표적인 경우죠. 뭐, 신문은 아니지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은 너무 쉽게 하셨습니다. 그런 질문은 마치 '왜 살아야 하나요?'와 비슷한 류입니다. 다만 '왜 살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무한한 답이 있어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지만, '종이신문에 대한 질문'의 답은 몇 가지로 정해져 있고 여기에 대한 답은 자료를 찾아 읽어보시면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