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리 4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그리고 소나기

임윤찬의 연주를 듣고 라흐마니노프 3번이 저랬지,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연주자들을 통해 여러 차례 들었으나,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임윤찬의 연주를 듣고 바로 저거지 했다. 조성진이 연주한 것도 듣고, 손열음이 연주한 것도 들었다. 조성진이 대단한 걸 알지만, 나에겐 너무 말랑말랑하다. 난 좀 냉정하고 차가운 소리가 좋다. 그러나 조성진의 피아노는 너무 부드럽고 우아하며 성숙한 느낌이다. 그래서 편안해지며 풀린다고 할까. 조금은 날이 서있는 느낌이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아르투어 미켈란젤리다. 그의 연주는 날이 확실히 서 있다. 손열음의 연주도 좋아한다. 그녀의 연주도 정말 좋다. 그런데 이번 임윤찬의 연주는 오, 압권이다. 사람들이 왜 찬사를 쏟아내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악보도 ..

쓸쓸한 봄 바람

긴장된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일은 계속 밀리고 한 달의 끝이 다가올수록 불안함은 증가한다.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소리가 내 거친 볼 위를 지나간다. 그 위로 봄날의 쓸쓸한 바람, 거리의 먼지 향기, 돋아나는 나무 이파리들의 소곤거림도 함께 지나친다. 내 영혼의 위안을 위해 꺼내든 것은 미켈란젤리. Michelangeli play Brahms Ballad op 10 no 2 at Lugano in 1982

미켈란젤리와 첼리비다케

짧은 휴식 만으로 내 영혼은 평정을 되찾는다. 오래되고 낡은 스피커에선 쉬지 않고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의 손이 그리울 때가 된 책들의 신음 소리가 방 안의 사물들을 스치고 지나간다. 건조하고 두터운 대기를 출렁이게 하는 바람은 쉴 새 없이 창 밖을 울린다. 한 해가 지났다. 한 해가 왔다. 그 사이 내 언어는 지나간 시간만큼 얇아졌고 내 정신의 힘은 늘어난 피부의 주름만큼 허약해졌다. “음악이 없다면, 삶은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니체)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느 새 불편해진 활자나, 직업처럼 변해버린 그림이 아니라, … 공기를 울려서 만들어내는 음악이 아직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켈란젤리 Michelangeli

음질은 조금 양보하자. 그러면 미켈란젤리의 놀랍고 찬란한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같은 클래식 초심자마저도 그냥 빠져버린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음반이다.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의 10 CD-Set Vol 1, 2 [수입]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 10 CD Set 1 (Mozart / Chopin / Schumann / Beethoven / Brahms / Debussy / Bach / Scarlatti / Galuppi) 쇼팽 (Frederic Chopin) 외 작곡, Arturo Benedetti Michel/Document [수입]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 10 CD Set 2 (Mozart /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