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6

리추얼의 힘, 캐스퍼 터 카일

리추얼의 힘 The Power of Ritual 캐스퍼 터 카일(지음), 박선령(옮김), 마인드빌딩 우연히 집어 든 책에 금세 빨려 들었다. 리추얼Ritual, 음, '제의적인 것의 힘'이라고 옮겨야 할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폭넓은 의미로 해석되기에 그냥 리추얼의 힘으로 옮겼을 것이다. '제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제사를 떠올리는데, 교회 예배나 성당의 미사, 절의 법회 등도 일종의 제사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는 신성한 것, 영적인 것을 떠올리고 이와 관련된, 정기적이고 반복되는 모든 활동을 리추얼로 해석한다. 따라서 혼자 영적인 것을 떠올리며 명상에 빠지는 것도 리추얼이 된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이러한 리추얼과 관련된 활동들이 사라지거나 공동체에서 많이 희석되어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의 한계, 로버트 버튼

생각의 한계 On Being Certain 로버트 버튼(지음), 김미선(옮김), 더좋은책 사고는 항상 더 어둡고, 더 공허하고, 더 단순한 우리 감각의 그림자이다. - 니체 책을 읽으면서 노트를 하고 노트된 것을 한 번 되집은 후 책 리뷰를 쓰면 좋은데, 이 책 는 완독한 지 몇 달이 지났고 노트를 거의 하지 못했으며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은 탓에 정리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종교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땐 꽤 흥분하면서 읽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하긴 로버트 버튼도 우리의 기억이 변화하고 조작된다는 사실을 이 책 초반에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명확하다. 우리가 안다라고 할 때, 그것은 감각적인, 일종의 느낌일 뿐이지, 흔히 말하는 바 논리적인 것이거나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봄날, 그 하늘거렸던 사랑은,

날 죽이지 말아요. 난 지금 사랑에 빠졌거든요.Don't Kill Me, I'm In Love 그러게, 사랑에 빠진 이를 죽이는 건 아닌 것같다. 하지만 그것이 불륜이라면. 레이몽 라디게의 소설 가 끊임없이 우리를 매혹하는 이유는, 위험한 사랑만큼 진실해보이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위험한 사랑을 했듯, 젊은 날 우리는 모두 금기된 사랑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이 지나고 벚꽃이 피고 가늘기만 한, 얇은 봄바람에도 그녀의 손톱 만한 분홍 꽃이파리가 나부끼는 거리를 걸어가면서도 나는 애상에 잠기지 않, 아닌 못한다. 생계의 위협이란 이런 것이다. 새장 속의 새를 아들은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새 한 마리 사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

걸어가면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었다.

대출 기한을 넘긴 책을 도서관에 반납했다. 반납하는 내 손에서 먼지 냄새가 났다. 발바닥에 굳은 살이 일어났다. 마치 지구 밑바닥을 흐른다는,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한 용암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표하듯, 2011년의 봄이 오는 속도로 굳은 살들이 허옇게 올라왔다. 나는 무인 대출반납기에 서서 책 한 권을 반납했다. 여러 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여러 차례 햇살이 비치는 곳과 그늘 진 곳을 번갈아가며 낡고 오래된 갈색 구두 굽이 보도블럭에 닿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구두굽은 보도블럭을 사랑하는가 보다. 그 소리가 그렇게 상쾌하게 들릴 수가. 회사 일 때문에 요 며칠 한남동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오늘은 이태원에서 내려 한남동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커피 몇 잔을 사 들고 걸어갔다. 걸어가면..

사탄의 태양 아래, 조르주 베르나노스

사탄의 태양 아래 -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문학과지성사 사탄의 태양 아래 Sous le soleil de Satan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폴 장 툴레가 좋아하던 저녁 시간이다. 이맘때면 지평선이 흐릿해진다. 상아색의 구름 한 떼가 지는 해를 감싸면서 하늘 꼭대기에서 땅 밑까지 노을이 가득 차고, 거대한 고독이 이미 식어버린 채 퍼져나가는 시간이다. 액체성의 침묵으로 가득 찬 지평선 … … 시인이 마음 속에서 삶을 증류하여 은밀한 비밀, 향기롭지만 독을 간직한 비밀을 추출해내던 시간이다.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팔과 입을 가진 사람들이 어렴풋한 어둠 속에서 무리 지어 움직이고 있다. 큰 길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기저기 불빛이 비친다. 시인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