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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호텔 복도 창가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대도시에서 대도시로의 출장. 그냥 평범한 가을날. 바다가 아닌 곳에서 바다 앞 도시로. 그렇게 서울에서 부산으로. 고등학교까지 마산시-지금은 창원시로 바뀐-에서 다녔고 가끔 부산에 갔던 터라, 왜 서울 사람들은 부산에 가고 싶어할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출장으로 그간의 오해가 풀렸다고 하면 과장일까(아니면 내가 서울 사람이 다 된 것일까).



부산 출장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고, 휴가를 가기도 했으며, 그 때마다 어떤 연유에선지 몰라도 해운대 근처 호텔에서 묵었다. 많은 이들이 광안리나 해운대를 좋아하지만, 너무 관광지의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멋진 수평선과 높은 파도로 뒤덮이는 넓고 긴 백사장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무수히 넘쳐나는 외지인들의 일부에 휩쓸려 들어가 관광객으로만 머물다 그렇게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묵었던 남포동은 달랐다. 



약 두 달 전 2박 3일의 일정으로 스탠포드인부산 호텔 사진 촬영을 다녀왔다. 내가 사진을 찍었던 것은 아니니, 큰 일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사진을 찍던 이 옆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면 호텔 체험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살펴볼수록 새로 오픈한 호텔의 깔끔함이 좋았고 부산 한복판의 경쟁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호텔 직원들의 각오가 좋았다. 


사진 촬영 중



이미 남포동 일대는 부산국제영화제나 자갈치시장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지만, 내가 갔던 9월 중순은 다소 한가해 보였다. 부드러운 바람이 한낮의 열기를 식혔고 멀리 보이는 바다 풍경은 지친 마음을 누그러지게 해주었다. 주변에 맛집들이 즐비한 탓에 호텔 1층에 있던 카페 스탠포드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마저도 한 번 더 쳐다보는 노고가 있어야만 했지만, 새벽마다 분주히 움직이며 호텔 직원들은 하나하나 조식 요리들을 마련해 테이블 위에 가져다 놓았다.  



스탠포드인부산 호텔 바로 뒤로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수십년 전에나 볼 법한 좁은 뒷골목이 이어졌다. 그 골목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항구가 들어서 있고 자갈치시장이다. 그런데 이 뒷골목은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이미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나온 양곱창 집들이 일렬로 골목 끝까지 이어진다. 서울과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지만(그래도 소고기이니 두 세명이서 먹다 보니 가격이 상당히 나오지만), 맛은 더욱 놀랍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양곱창에 소주가 부담스럽다면 바로 길 건너 위치한 용두산 공원 근처, 근사한 수제 맥주를 파는 맥주 전문들이 모인 골목으로 가도 좋을 것이다. 회를 먹고 싶다면 자갈치 시장으로 가면 되고. 


양곱창구이. 바로 앞에서 구워준다.




하지만 그런 걸 즐길 시간은 드물었다. 사진 촬영은 꽤 힘든 일이었다. 검은 외계인처럼 생긴 조명을 계속 끌고 다니면서 사진 촬영을 했고, 테이블이나 의자 배치를 바꾸기도 하고 창을 열기도 하고 커튼으로 닫기도 하고 침대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등 사진 촬영 준비도 병행해야 했기에 객실마다 두세 시간은 기본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흘 내내 사진 촬영만 했다. 완연한 가을 날씨였던 탓에 땀에 젖지는 않았으나, 객실마다 있는 욕실은 무척 좋았다. 알고 보니, 남포동 인근의 호텔들 대부분은 샤워 시설은 있었으나, 욕실까지 갖춘 곳은 이 곳 밖에 없다. 올해 여름에 오픈한 객실 중심으로 꾸며진 비즈니스 호텔이라고 하기엔 너무 근사했다고 할까. 하긴 비즈니스호텔이라고 하긴 너무 근사하고 편안했다. 



며칠 머물렀던 호텔 객실


최고급 호텔에서의 휴식처럼 잠자리는 무척 좋았고 객실 내의 구비품이나 시설은 완벽했다. 나이트가운은 왜 없냐고 물었더니, 침대 밑을 보라고 했다. 침대 밑에서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나이트가운, 금고, 슬리퍼까지. 그리고 그 외 다른 것이 필요한 경우 1층 데스크에 요청하면 된다고 했다. 그 대답이 마치 내겐 호텔에 머물면서 필요한 건 그냥 데스크에 요청하면 된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호텔 입구 밤풍경


그러나 호텔 객실이나 레스토랑에서의 조식이 전부가 아니다. 호텔에 계신 분들 모두 친절했고 마치 그것을 사명처럼 여기고 있었다. 짧게 일로 갔다 왔지만, 이렇게 출장 후기를 남기게 되는 건 그 출장의 일정 중 절반은 손님처럼, 그리고 나머지는 깊은 감동, 따뜻한 환대, 근사한 추억의 주인공처럼 지내다 왔기 때문이다.  



서울 올라오는 길에 잠시 들렸던 감천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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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바람이 부는 바다 앞에 서서 수면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눈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 도시의 거리에나 그 도시 앞 바다에나 눈을 쌓이는 법이 없었다. 자주 만나면 사랑이 싹틀 것이라는 바람 대신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 떠나는 것처럼, 몇 시간 동안 내린 눈은 내린 시간 보다도 더 빨리 녹아 사라졌다. 


바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통영은 그 도시 근처에 있지만, 자주 가지 않았다. 자주 갈 일도 없었다. 





거래처와 미팅을 하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었다.




윤이상 음악당이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곤, 고 윤이상 선생의 세계를 알려고 해도 알지도 못할 이들이 나서서 명칭을 바꾸었다는 사실에 속으로 분개했다. 


'내 고향 남쪽바다'라고 일컫어지던 고향 앞바다를 떠올리며, 잠시 향수에 젖었다. 그러고 보니, 내 고향엔 세계적인 조각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 


어젠 사람들 앞에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Pieta'에 대해 한참 이야기했다. 그의 신앙심과 절망을, 그의 예술과 매너리즘에 대해서. 미켈란젤로에 대해 한 권을 책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 


Michelangelo Buonarotti

Rondanini Pietà (론다니니의 피에타)

1552–1564, height 195 cm

Castello Sforzesco, Mi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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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나이에 놀란다. 때론 내 나이를 두 세살 어리게 말하곤 한다. 내 마음과 달리, 상대방의 나이를 듣곤 새삼스레 나이를 되묻는다. 내 나이에 맞추어 그 수만큼의 단어를 뽑아 지금 이 순간의 느낌 그대로 적어볼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러게. 아직도 나는 내 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않는다. 


나이만 앞으로, 앞으로,  내 글은 뒤로, 내 마음은 뒤로, 내 사랑도 뒤로, 술버릇도 뒤로, 뒤로, 내 몸도, 열정도, 돈벌이도, ... 모든 게 뒤로, 뒤로 밀려나간다. 


한때 꿈이, 이번 생의 끝에서 이 생을 저주하고, 다음 생에선 바다에 갇혀 그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채, 깊은 바다로 내려가 사냥을 하다 홀로 죽는 향유고래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적고, 읊조렸다. 그 꿈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한 것이 십 여년 전이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도 않았고, 기억하지 않았고, 가을에 떨어져 겨울을 뒹굴다 다음 해 봄날 따뜻한 햇빛 속에서 때론 축축하게, 때론 건조하게 썩어들어갈 이파리를 그 꿈은 닮았다. 


다행히, 그런 이파리를 닮은 바다표범이 수조를 헤엄치는 모습을 보자, 내 마음이 놓였다.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수조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말을 잃었고 얼굴을 잃었고 사랑을 잃었다, 그러자 물 속 자유를 얻었다,고 상상했지만, 계속 눈을 감고 있을 순 없다, 없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가족과 함께 한강대교까지 걸어가 칼국수를 먹었다. 거리는 고요했고 마음은 황폐했다. 대기는 건조했고 높은 하늘은 나에게, 우리에게 무관심했다. 



하지만 무관심할수록 매력적인 하늘은, 때론 우리를 기분좋게 한다. 그게 참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렇게 오후가 가고, 또 오후가 가고. 어린 아이는 흑석동과 본동 사이의 숲에서 이루어질 숲 체험 교실을 기대하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유년기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나에겐 없는 풍경이다.


나에겐 있고 당신에 없는 걸 내가 줄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알고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건 거의 없었다,는 걸 태어난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까운 어느 날 새삼 깨닫게 되었다. 4월, 5월, 내내 제안서만 쓰고 프리젠테이션만 하다 시간을 보냈다. 어떤 회사로의 이직은 계속 연기되다가 결국 물거품이 되었고, 그 일 여년 사이 두 세 군데의 입사 제의를 거절한 것을 후회하게 될 줄 몰랐다. 


많은 일들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진행 중이고,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어느 중년의 봄날들 사이, 방통대 영문과 졸업 논문은 스케치만 하다 결국 작성하지 못했고, 어떻게든 마무리해보겠다는 생각만으로 <<Shakespeare and The Mannerist Tradition>>을 주문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제안서 쓰는 법'을 사무실 멤버들에게 강의할 예정이고, 그리고 나는 꿈을 꿀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향유고래는 이미 죽었고 내 마음은 식었다. 그 이전의 기억은 나지 않고 그 때를 수놓았던 무수한 단어들은 공기 속에 묻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해졌다.  


방통대 졸업 논문 스케치 속, 멕베스는, 그 가련한 멕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에 자신을 놓아버렸다. 마녀들의 예언은 실현되지만, 그건 그리스 비극의 신탁이 아니다. 신탁 앞에서 비극의 영웅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장엄하게 자신의 고결함을 지키지만, 멕베스는 마녀들의 예언 위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지 못한다. 고대의 운명과 근대의 운명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멕베스를 마주 하면서 드는 그 아련한 불쾌감은, 외부의 힘에, 유혹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와 닮아있어서 그런 걸까. 


 


늦은 5월의 수요일, 아침부터 덥다. 그대 목덜미도, 내 손도, 당신의 구두도, 내 마음도 쓸쓸한 땀으로 가득 찬다. 두 손을 모아, 행복한 일들이 연거푸 일어나길 기도한다, 마음 속으로, 이 비정한 도시가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친다, 외치고, 외치지만, 아무도 들리지 않는, 들을 수 없는, 그리고 흔적이 남지 않을 그 소리만 가득 안고 오늘 하루을 산다. 그렇게, 당신과 똑같이, 그렇게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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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에서, 다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그리고 다시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용유역으로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큰 건물의 회센터가 있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작은 배들을 떠있는 얕은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그냥 전철 타고 가서 회 한 접시 먹고 와도 좋을 것이다. 바로 옆엔 네스트호텔이 있으니, 하루 밤 보내고 와도 될 것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훌쩍 떠나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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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장을 입었다. 타이를 매고 흰 색 셔츠를 입고도 어색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내 스스로가 낯설어졌다. 하긴 지하철에 빼곡히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절망감에 휩싸였던 20대를 보낸 나로선, 지금의 내가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내 마음 속 또 다른 나 자신에게. 

며칠 만에 제안서를 끝내고 프리젠테이션까지 했다. 작년 초에 한 번 하고 거의 1년 만이다. 누군가 앞에서 나서서 뭔가를 하는 것을 지독히 싫어했는데, 이제 내가 책임을 지고 뭔가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왔다. 

며칠 전 TV를 보는데, 김기덕 감독의 거처가 나오고 김기덕 감독의 일상을 보여주었다. 그걸 보던 아내가 날 보더니, '당신도 저렇게 살고 싶지?'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나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그렇지. 하지만 저 정도로 지저분하게 해놓고 지내진 않아'라고 말하곤, 잠시 후 약간의 후회를 했다. 하루 종일 음악 듣고 책 읽고 그림 보고 글 쓰며 살고 싶은 건 사실이긴 해도, 가족이 있다는 건 그것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Villa-Lobos의 음악을 듣는다. 라틴의 슬픈 음악에는 ... 뭐랄까, 쓸쓸한 바다 내음이 난다. 그 전날 데낄라를 잔뜩 마시고 취해 해변에 쓰러져 자다가 일어난 새벽,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끝없는 수평선의 바다만 펼쳐져 있을 때 들리는 음악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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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의 하루.. 웬지 씁씁하지만 책임감을 느낍니다^^

    • 나이가 든다는 건 세상을 넓게 보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책임감은 무척 중요한 것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책임감이야말로 우리를 지탱하는 어떤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ㅋ.



지난 주말, 회사 워크샵을 강화군 석모도로 다녀왔다. 이 회사에 다닌 지도 벌써 2년이 꽉 채우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도전과 실패, 혹은 작고 어정쩡한 성공을 경험하면서, 그 경험이 작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니기 시작한 곳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답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다는 건, 경험이 많아지고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 욕심이 많은 것일까.

늦가을 햇살이 갯벌을 숨긴 바다 물결 위로 부서졌다. 사소하게 눈이 부셨다. 




차를 싣고 짧은 거리의 바다를 건너는 배 뒤로 갈매기들이 쫓았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입맛이 길들여진 갈매기는 이미 야생의 생명이 아니었다.






석모도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황혼이 찾아들었다. 근처 해수욕장으로 가, 갯벌을 지나 바다를 너머 지는 태양을 보라보았다. 그런데 나는 황혼녁만 되면, 고등학교 시절 혼자 경남 도립 도서관의 작은 열람실에 앉아 소설을 읽던 기억이 겹치곤 한다. 그 때 나는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유희'를 읽었다.  






오랜만에 에릭 사티를 듣는다. 지금 나는 점심 시간 텅빈 사무실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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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몇 달만에 처음, 평일 음주를 했다. 홍대에서 1차, 신촌에서 2차를 했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방화동 집까지 와서 3차를 했다.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너무 바빠서 그런 걸까. 실은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일로 갔던 이스탄불, 다시 가고 싶다. 어젠 이스탄불에 사는 젊은 화가의 전시 소식을 메일을 통해 받았다. 이스탄불에 전시보러 가고 싶다.

올핸 조금 정갈하고 규칙적으로 살고 싶은데,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3월말이 되니, 내 일상의 긴장이 다소 떨어져 간다. 다시 추스려야 겠다.


이스탄불 곳곳에 이슬람 사원(모스크)가 있다. 그런데 이 모스크도 바탕에서는 로마의 바실리카가 숨겨져 있다면? 문화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기원은 몇 가지로 압축되기도 한다. 마치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같은 바탕에서 시작된 종교인 것처럼.


이 바다 이름이 흑해였던가. 바다의 폭이 너무 짧아서 마치 한강 같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바다 내음이 없었다. 정말 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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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토요일 오후 일찍 강릉으로 향했다. 대관령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향 강릉에 내려가 지내고 있는 친구와 함께 경포에 갔다. 바다는 조용했다. 말 없는 세상이 싫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는 듯. 하지만 세상은 다 알지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불구가 된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솔직히 그렇게 믿어야만, 이 세상을 증오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친구의 고등학교 선배들과 함께 다음 날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새벽 강릉 안목에서 먹은 문어는 정말 별미였다.

오늘 오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을 자며 꿈을 꾸었다. 꿈을 꾸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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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을 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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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낮은 흐렸고 구름은 빨랐다. 서울은 완연한 봄날씨였는데, 태백산맥 너머 동해는 아직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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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에 파도가 부서졌다. 계속 부서졌지만, 다시금 제 형태를 찾는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사연과는 확연히 달랐다. 가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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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먼지들을 가득 머금고 있는 때묻은 가방 속에
서른 중반의 사내를 설레게 할 프루스트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들로 가득찬 뮈세를 챙기고
김포공항으로 가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익숙치 못한 여행 탓에 기내 반입 금지 물건을 버젓이 꺼내놓고 검색대를 지나치며
땀에 미끄러진 안경을 올리며 공항 직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 나에게 며칠 간의 여유가 생겼다.
어떻게든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고
어떻게든 바다에 도착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있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하고
혼자 가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한 탓에 맥주 마셨다.

제주 공항에서 내려 바로 서귀포로 향했다.
바다 건너 일본이나 태평양이 있는 것이 낫지,
바다 건너 전라도나 경상도가 있는 건 별로라는 단순한 생각 탓이다.

그러나 내가 있는 동안 내내 하늘은 흐렸고
바람이 많았으며 인적은 드물었다.

운 좋게 구한 족히 서른 다섯 평은 나올 만한 팬션에서 그냥 뒹굴뒹굴거렸다.
라면 몇 개를 먹었으며 맥주 캔 몇 개를 먹었으며
주인 아주머니와 오겹살을 구워먹으며 노닥거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기거 했던 팬션의 전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있었던 팬션 입구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서귀포 옆 강정 포구 앞바다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가 있었건 팬션 거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내가 있는 내내 날은 흐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팬션 거실. 거실 이외에 침실이 두 개나 더 있다. 욕실도 두 개. 난 혼자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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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아모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모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려 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저러서
공주처럼 지처서 도라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어서 서거푼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시집이 있었다. 가끔 꺼내 읽었는데, 누군가에게 빌려주고는 돌려받지 못했다. 그리고 빌려준 그 이는 먼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버렸다. 한 밤 중에 바다와 나비라는 시를 작은 소리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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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를 보다 잠이 들었다. 바다가 참 많이 나오는 영화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 위로 총성이 두 번 울릴 때, 난 눈을 감고 코까지 골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네모난 브라운관 속에 갇힌 파란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으로 두 번의 총성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총성 끄트머리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생(生)에의 열망. 


머리가 아프고 손마디는 떨리고 가슴은 터질 것 같다. 어디 멀리 도망쳐야지. 도망쳐선 소문으로만 존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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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날의 일상

가끔 내 나이에 놀란다. 때론 내 나이를 두 세살 어리게 말하곤 한다. 내 마음과 달리, 상대방의 나이를 듣곤 새삼스레 나이를 되묻는다. 내 나이에 맞추어 그 수만큼의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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