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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9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에서, 다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그리고 다시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용유역으로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큰 건물의 회센터가 있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작은 배들을 떠있는 얕은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그냥 전철 타고 가서 회 한 접시 먹고 와도 좋을 것이다. 바로 옆엔 네스트호텔이 있으니, 하루 밤 보내고 와도 될 것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훌쩍 떠나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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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장을 입었다. 타이를 매고 흰 색 셔츠를 입고도 어색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내 스스로가 낯설어졌다. 하긴 지하철에 빼곡히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절망감에 휩싸였던 20대를 보낸 나로선, 지금의 내가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내 마음 속 또 다른 나 자신에게. 

며칠 만에 제안서를 끝내고 프리젠테이션까지 했다. 작년 초에 한 번 하고 거의 1년 만이다. 누군가 앞에서 나서서 뭔가를 하는 것을 지독히 싫어했는데, 이제 내가 책임을 지고 뭔가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왔다. 

며칠 전 TV를 보는데, 김기덕 감독의 거처가 나오고 김기덕 감독의 일상을 보여주었다. 그걸 보던 아내가 날 보더니, '당신도 저렇게 살고 싶지?'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나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그렇지. 하지만 저 정도로 지저분하게 해놓고 지내진 않아'라고 말하곤, 잠시 후 약간의 후회를 했다. 하루 종일 음악 듣고 책 읽고 그림 보고 글 쓰며 살고 싶은 건 사실이긴 해도, 가족이 있다는 건 그것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Villa-Lobos의 음악을 듣는다. 라틴의 슬픈 음악에는 ... 뭐랄까, 쓸쓸한 바다 내음이 난다. 그 전날 데낄라를 잔뜩 마시고 취해 해변에 쓰러져 자다가 일어난 새벽,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끝없는 수평선의 바다만 펼쳐져 있을 때 들리는 음악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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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의 하루.. 웬지 씁씁하지만 책임감을 느낍니다^^

    • 나이가 든다는 건 세상을 넓게 보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책임감은 무척 중요한 것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책임감이야말로 우리를 지탱하는 어떤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ㅋ.



지난 주말, 회사 워크샵을 강화군 석모도로 다녀왔다. 이 회사에 다닌 지도 벌써 2년이 꽉 채우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도전과 실패, 혹은 작고 어정쩡한 성공을 경험하면서, 그 경험이 작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니기 시작한 곳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답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다는 건, 경험이 많아지고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 욕심이 많은 것일까.

늦가을 햇살이 갯벌을 숨긴 바다 물결 위로 부서졌다. 사소하게 눈이 부셨다. 




차를 싣고 짧은 거리의 바다를 건너는 배 뒤로 갈매기들이 쫓았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입맛이 길들여진 갈매기는 이미 야생의 생명이 아니었다.






석모도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황혼이 찾아들었다. 근처 해수욕장으로 가, 갯벌을 지나 바다를 너머 지는 태양을 보라보았다. 그런데 나는 황혼녁만 되면, 고등학교 시절 혼자 경남 도립 도서관의 작은 열람실에 앉아 소설을 읽던 기억이 겹치곤 한다. 그 때 나는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유희'를 읽었다.  






오랜만에 에릭 사티를 듣는다. 지금 나는 점심 시간 텅빈 사무실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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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몇 달만에 처음, 평일 음주를 했다. 홍대에서 1차, 신촌에서 2차를 했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방화동 집까지 와서 3차를 했다.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너무 바빠서 그런 걸까. 실은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일로 갔던 이스탄불, 다시 가고 싶다. 어젠 이스탄불에 사는 젊은 화가의 전시 소식을 메일을 통해 받았다. 이스탄불에 전시보러 가고 싶다.

올핸 조금 정갈하고 규칙적으로 살고 싶은데,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3월말이 되니, 내 일상의 긴장이 다소 떨어져 간다. 다시 추스려야 겠다.


이스탄불 곳곳에 이슬람 사원(모스크)가 있다. 그런데 이 모스크도 바탕에서는 로마의 바실리카가 숨겨져 있다면? 문화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기원은 몇 가지로 압축되기도 한다. 마치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같은 바탕에서 시작된 종교인 것처럼.


이 바다 이름이 흑해였던가. 바다의 폭이 너무 짧아서 마치 한강 같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바다 내음이 없었다. 정말 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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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토요일 오후 일찍 강릉으로 향했다. 대관령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향 강릉에 내려가 지내고 있는 친구와 함께 경포에 갔다. 바다는 조용했다. 말 없는 세상이 싫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는 듯. 하지만 세상은 다 알지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불구가 된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솔직히 그렇게 믿어야만, 이 세상을 증오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친구의 고등학교 선배들과 함께 다음 날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새벽 강릉 안목에서 먹은 문어는 정말 별미였다.

오늘 오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을 자며 꿈을 꾸었다. 꿈을 꾸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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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을 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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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낮은 흐렸고 구름은 빨랐다. 서울은 완연한 봄날씨였는데, 태백산맥 너머 동해는 아직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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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에 파도가 부서졌다. 계속 부서졌지만, 다시금 제 형태를 찾는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사연과는 확연히 달랐다. 가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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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먼지들을 가득 머금고 있는 때묻은 가방 속에
서른 중반의 사내를 설레게 할 프루스트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들로 가득찬 뮈세를 챙기고
김포공항으로 가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익숙치 못한 여행 탓에 기내 반입 금지 물건을 버젓이 꺼내놓고 검색대를 지나치며
땀에 미끄러진 안경을 올리며 공항 직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 나에게 며칠 간의 여유가 생겼다.
어떻게든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고
어떻게든 바다에 도착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있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하고
혼자 가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한 탓에 맥주 마셨다.

제주 공항에서 내려 바로 서귀포로 향했다.
바다 건너 일본이나 태평양이 있는 것이 낫지,
바다 건너 전라도나 경상도가 있는 건 별로라는 단순한 생각 탓이다.

그러나 내가 있는 동안 내내 하늘은 흐렸고
바람이 많았으며 인적은 드물었다.

운 좋게 구한 족히 서른 다섯 평은 나올 만한 팬션에서 그냥 뒹굴뒹굴거렸다.
라면 몇 개를 먹었으며 맥주 캔 몇 개를 먹었으며
주인 아주머니와 오겹살을 구워먹으며 노닥거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기거 했던 팬션의 전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있었던 팬션 입구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서귀포 옆 강정 포구 앞바다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가 있었건 팬션 거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내가 있는 내내 날은 흐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팬션 거실. 거실 이외에 침실이 두 개나 더 있다. 욕실도 두 개. 난 혼자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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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를 보다 잠이 들었다. 바다가 참 많이 나오는 영화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 위로 총성이 두 번 울릴 때, 난 눈을 감고 코까지 골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네모난 브라운관 속에 갇힌 파란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으로 두 번의 총성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총성 끄트머리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생(生)에의 열망. 


머리가 아프고 손마디는 떨리고 가슴은 터질 것 같다. 어디 멀리 도망쳐야지. 도망쳐선 소문으로만 존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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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렸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알 턱도 없었고 알기도 싫었을 것이며 알려는 의지도 없었다. 이미 선 긋기는 시작되었다. 저 땅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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