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2

어느 작가의 일기, 혹은 그녀의 일기

아무것도 쓸 수 없다. 다만 이 견딜 수 없는 초조감을 적어 잊어버리고 싶다. 지금 나는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걱정, 앙심, 초조, 강박관념이 나를 긁고 할퀴고, 되풀이해서 덮치도록 내맡겨져 있다. 이런 날에는 산책을 해도 안 되고, 일을 해도 안 된다. 어떤 책을 읽어도 내가 쓰고 싶은 주제의 일부가 내 마음 속에 부글거리고 일어난다. 서섹스 전체에서 나만큼 불행한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다. 또는 내 안에, 그것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사물을 즐길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만큼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 1921년 8월 18일 목요일 어느 책에선가 예술가의 자살율을 살펴보았더니, 소설가들의 자살율이 최고였다고 전했다. 화가와 음악가의..

질투로 가득찬 내 우울함

읽을 수도 없다. 쓰거나 생각할 수도 없다. 여기에는 클라이맥스도 없다. 안락은 있다. 그러나 커피는 생각했던 것만큼 맛있지 않았다. 그리고 내 뇌는 소멸하고 말았다. – 1933년 5월 30일, 버지니아 울프 며칠 전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샀다. 그리고 책 표지, 위 문장이 적혀 있었다. 한국어판 출판 편집자의 의도겠지만, 마치 내가 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향 집에는 아마 내가 고등학교 때 읽던 ‘세월’이 있을 것이다. 의식의 흐름이라고들 말하지만, 의식의 흐름이 아닌 소설이 어디 있었던가. 버지니아 울프,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소설가들 중의 한 명이다. 그리고 니체… 음악이 없다면, 삶은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 니체 니체와 버지니아 울프 사이 어딘가의 은하계. 내 쓸쓸한 우울함을 숨겨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