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송 6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유제프 차프스키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 유제프 차프스키(지음), 류재화(옮김), 밤의책 프루스트에 관한 이 에세이는 1940~1941년 겨울 그랴조베츠 포로수용소에서, 우리가 식당으로 쓰던 어느 수도원의 차가운 방에서 구술된 것이다. (9쪽) 프루스트를 읽다만 사람에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동경이자, 길 떠나기 전의 휴식이다. 이 달콤한 휴식으로 나는 먼 길의 여정에 쉽게 오를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는 너무 긴 분량 탓에 손을 대지 못했고, 손을 대는 순간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것같아 주저거렸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불과 십여년 전부터이지, 그 전, 지금보다 한창 젊을 때는, 제대로 된 번역서도 없었고 그 번역서를 막상 꺼내 읽어보면 재미도 없었다. 실은 번역이 제대로..

휴머니즘과 예술철학에 관한 성찰, T.E.흄(Hulme)

휴머니즘과 예술철학에 관한 성찰 T. E. 흄(Hulme) 지음, 박상규 옮김, 현대미학사 위대한 화가란 모든 사람들의 비젼이 되었고, 또 장차 비젼이 될 어떤 사물의 비젼을 처음으로 가졌던 사람들이다. - 133쪽 토마스 어네스트 흄(Thomas Ernest Hulme, 1883 - 1917)이라는 영국의 예술 비평가가 쓴 을 번역한 이 책은 다소 의외의 번역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1980년대 초반 박상규 교수(홍익대)가 번역한 문고판 책을 현대미학사에서 관심을 가져 새로 낸 듯하지만,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었던 책은 아니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면 꺼내보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2000년대 초반에 구입하였으니, 한창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그간 읽지 않고 서가에 꽂아두고 있다가 ..

아포리즘 철학, 조중걸

아포리즘 철학 - 조중걸 지음/한권의책 아포리즘 철학 조중걸(지음), 한권의책 결국 철학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말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오랜 철학적 탐구가 세계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철학은 기껏해야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왜 모를 수밖에 없는지, 새로운 앎은 어느 지점에서 개시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이것이 몽테뉴가 말한 바 "내가 무엇을 아는가?"의 의미다.따라서 철학은 우리에게 겸허하라고 말한다. 오랜 탐구 끝에 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큰 무지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또한 무지에 잠기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위대했던 니콜라우스 쿠자누스가 신과 관련해 "무지無知의 지知"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

다색 빗물의 파동 - 김영민 개인전

다색 빗물의 파동 - 김영민 개인전 2009. 1. 29 - 2009. 2. 20 굿모닝신한갤러리(여의도) Untitled, 130.3X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08 얼마나 한참 앉아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열 살 정도 되었을 때.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비포장 길 한 쪽 구석, 오전에 내린 비로 얕고 작은 웅덩이 하나가 생겼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앉아, 바지 끝이 닿는지도, 소매 끝이 더러워지는 지도 모른 채, 맑게 갠 하늘이 빗물 웅덩이의 수면 위로 비친 모습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바람이 부면 그 작은 웅덩이에도 물결이 일었다. 바로 옆 미루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에 요동을 쳤고 내 작은 손가락 하나에도 흔들거렸다..

베르그송의 생명과 정신의 형이상학, 송영진(편역)

베르그송의 생명과 정신의 형이상학 - 앙리 베르그송 지음, 송영진 옮겨엮음/서광사 이 책은 질 들뢰즈(Giles Deleuze)가 "베르그송주의"(PUF,1968년)을 내고 8년이 지난 후에, 베르그송의 저작들 중에서 선별한 원문들로 구성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한 권으로 베르그송의 사상 전반에 대해서 일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이미 국내에는 베르그송의 저작들이 많이 번역 소개되어 있다. 특히 그의 주저라고 할 수 있는 "창조적 진화"도 번역되어 있으니, 베르그송에 대한 척박한 환경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베르그송의 여러 저작들을 읽기 전에, 혹은 읽은 후에, 이 책은 요긴한 선집이 될 수 있겠다. 그만큼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베르그송의 철학 세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베르그송과 플라톤

그러므로 운동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데아에 공허나 부정적인 것을 덧붙여야 한다. 플라톤의 "비존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는 이런 것들로 구성된다. 그것은 마치 산수의 한 단위에 영이 합쳐지듯이 이데아와 합쳐져서 이데아를 공간과 시간 속에서 다수화시키는 형이상학적 공허인 것이다. 불변적이고 단일한 이데아는 이에 의하여 무한히 퍼져가는 운동으로 분산된다. 권리상으로는 오직 불변적인 이데아들만이 있어서 상호간에 움직일 수 없이 꽉 들어차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질료가 나타나서 공백을 거기에 덧붙여주고, 동시에 우주적인 생성을 분리해 낸다. 질료는 파악할 수 없는 무가치한 것이면서 이데아들 사이에 잠입하여 마치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스며든 의심처럼 끝없는 동요와 영원한 불안을 자아낸다. 불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