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노스 3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조르즈 베르나노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정영란 옮김/민음사 조르즈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Joural d'un cure' de compagne』, 안응렬 옮김, 삼성출판사, 1988. H. S. 휴즈가 쓴 『현대 프랑스 지성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소설가를, 모리스 삐알라의 영화인 『사탄의 태양 아래』의 원작자로, 그리고 로베르 브레송의 유명한 영화인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의 원작이 바로 이 소설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들의 문화적 편식은 꽤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사실들은 그의 명성을 빌어 내 감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잔 수작에 지나지 않음을 이해하길 바..

사탄의 태양 아래, 조르주 베르나노스

사탄의 태양 아래 -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문학과지성사 사탄의 태양 아래 Sous le soleil de Satan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폴 장 툴레가 좋아하던 저녁 시간이다. 이맘때면 지평선이 흐릿해진다. 상아색의 구름 한 떼가 지는 해를 감싸면서 하늘 꼭대기에서 땅 밑까지 노을이 가득 차고, 거대한 고독이 이미 식어버린 채 퍼져나가는 시간이다. 액체성의 침묵으로 가득 찬 지평선 … … 시인이 마음 속에서 삶을 증류하여 은밀한 비밀, 향기롭지만 독을 간직한 비밀을 추출해내던 시간이다.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팔과 입을 가진 사람들이 어렴풋한 어둠 속에서 무리 지어 움직이고 있다. 큰 길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기저기 불빛이 비친다. 시인은 대..

열정의 시대

나는 내 죽음과 마주 서서 고독했다. 말할 수 없이 고독했다. 그리고 이 죽음은 생명의 상실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그리고 음울하기는 커녕 오히려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환영의 혼란 속으로 내게서 빠져나가는 것같았다.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면 나는 이 세상을 이다지도 사랑했더란 말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 아침, 그 저녁, 저 길들을? 변화무쌍하고 신비로운 저 길들을, 사람의 발자취가 가득히 새겨진 저 길들을, 도대체 나는 길들을, 우리 길들을, 세상을 기들을 이다지도 사랑했더란 말인가? - 조르주 베르나노스, 중에서. 베르나노스의 소설을 뒤진다. 뒤적. 뒤적. 오후에 집에 기어들어와 밥을 먹고 뒹굴거렸다. 잠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오래 가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