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Vermeer, 창해 ABC북 한낮의 기온도 영도를 넘기지 못한다. 겨울이다. 추운 겨울이다. 늦은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오전 뉴스를 보면서 겨우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때때로 소란스러움도 수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종일 거리에서, 지하철 속에서, 를 읽고 보았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 아주 짧은, 그러나 깊고 자욱한 슬픔의 감정에 빠진다. 이 책의 표지그림인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고 어깨 너머로 관람자를 쳐다보는 소녀의 자세는 더할 수 없이 자연스럽’고 ‘눈동자에 반사되는 빛, 진주 속에 비친 창문의 영상, 아랫입술에 보일 듯 말 듯 반짝이는 윤기는 마치 이 소녀가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이 ‘소녀의 윤곽은 빛과 색채의 효과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나 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