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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5월 7일. 텅 빈 대체 공휴일. 아무도 없는 사무실. 인적이 드문 골목. 몇 시간의 집중과 약간의, 불편한 스트레스. 

태양은 빠르게 서쪽을 향하고 바람은 머물지 않고 그대는 소식이 없었다. 

봄날은 하염없이 흐르고 내 마음은 길을 잃고 내 발길은 정처없이 집과 사무실을 오간다. 


운 좋게 예상보다 많은 일을 했고 그만큼 지쳤고 어느 정도 늙었다. 

몇 만 개, 혹은 몇 백만개의 세포가 소리없이 죽었고 텔로미어도 짧아졌을 것이다. 


책 몇 권을 계속 들고 다녔지만, 5월 내내 읽지 못했다. 

밀린 일도 많고 읽을 책도 많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대체공휴일, 조금의 일을 했고 나를 위해 와인 한 병을 샀다. 그리고 마셨다. 





최근 콜드플레이를 우연히 듣고 난 다음, 아, 내가 좋아하던 밴드는 벨앤세바스티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새로운 음반이 나오는대로 구해 들었는데, 최근 듣는 것도 뜸했고 음반도 사지 않았다. 

문득 나는 나를 잃어가는 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살짝 슬퍼졌다. 

다들 그렇게 세월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자신마저 다 잃어버리면 정말 텅 비게 될까. 그대도 잃고 나도 잃고 내 마음도 날 떠나면, 나는 텅 빈 항아리가 될까. 

그래서 나는 텅 비어 울리고 울리고 울려서 바람이 머물다 가는 어떤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 그럴 수만 있다면, ... ... 아마 오래 차있던 어떤 것이 텅 비게 되면 쪼그라들겠지. 그렇게 쪼그라들어 늙어 초라해질 것이다. 

아마, 그렇게, 다들, ... 사라질 것이다. 

잃은 후엔 사라지는 것이다. 그게 우리 삶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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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앤세바스티안... the boy with the arab strap. ... 그들의 신보 나오는 것도 신경쓰지 못할만큼 늙었다. 둔해졌다. 흘렀다. 조용해졌고 약해졌다. 뜸해졌고 사라졌다. 그들의 목소리는, 기타소리는, 드럼소리는, 시디 음반 안에서 시간 정지 중이었는데... 나는, 그는, 그녀는, 우리는 한 번 마주쳤던 따스한 눈길을 두 번 다시 마주하지 못했고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사랑도 식상해지기 마련인 어느 7월 여름밤... 문득 시디 속에 갇혀있던 사랑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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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놔노 2015.08.31 18:36 신고

    나도 이 앨범 좋아한다우.

    • 팝 앨범 산 지도 몇 년이 지난 것같아요. 벨앤세바스티안 신보도 나오고 국내 공연까지 했다는데, 저는 알지 못했죠. 그런 소식 알려주던 사람들 다들 어디로 간 건지.. 크크.. 가을 가기 전에 술 한 잔 합시다. 저는 요즘 여의도에 서식 중인지라~ ㅎㅎ


벨앤세바스티안 신보를 사지 않은 지도 ... 몇 년이 지났다.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는 순간, 우리는 늙어간다. 락을 들은 지도, 몸을 흔든지도, 맥주병을 들고 술집 안을 이리저리 배회한 지도 참 오래 되었다. 


시를 외워 사람들에게 읊어준 지도, 새로 나온 소설에 대해 지독한 악평을 한 지도, "그래, 세상은 원래 엉망이었어"라며 소리지르곤 세상과 싸울 각오를 다진 지는 더 오래 되었다. 


이 노래 들은 지도 참 오래 되었구나.







포티쉐드다! 중간에 베스 기븐스가 담배 피우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압권! 






Comment +2

  •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그런데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아이돌 음악이라도 계속 들어야 할까요..;;;
    젊음이 참 그리워지는 순간이네요.

    • 그러게 말이예요.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지 않기 위한 물리적 환경 조성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어요. ㅡ_ㅡ;;; 자주 20대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20대들이 거부하더군요. ㅜㅜ;;; 25살의 봄날이 그리워지네요. ...



(일요일 사무실 1층 복도에서 천정을 향해 올려다본 모습 - 구로디지털단지 우림이비즈센터 1차) 



아웃룩 메일박스에 읽지 않는 메일 수가 2,000통을 넘겼다. 대부분 정보성 뉴스레터들이긴 하지만, ... 뭔가 불성실해보이는 느낌이랄까. 구글 리더(Google Reader)에 읽지 않은 피드(Feed)들도 꽤 쌓였다. 이 역시, 뭔가 불성실해보이는 느낌이랄까. 두 개의 책상 - 집 서재와 사무실 - 위엔 읽지 않은 신간 책들과 프린트해놓은 리포트들이 쌓여 있다. 이 또한, 확실히 불성실해 보이는 느낌이다.일요일 사무실에 나와 일을 정리하고 있지만, 내 불성실함은 사라지지 않고, 이젠 가족에게마저 불성실한 남편, 아빠가 되어버렸으니.  


일요일 조용한 사무실에서의 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내 업무 처리의 결과가 다른 이들의 작업물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자극하면서도, 불쾌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 이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해본 이라면 다 알 수 있지 않은가. 


고작 하는 짓이라곤, 내 페이스북에 내 근심을 토로하는 것.


"늘 최고와 일할 순 없겠지만, 최고가 되겠다는 태도는 무조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을 궁지로 몰아부치며, 거친 폭풍우 속에서 한 발 한 발 나가는 것이다. 일요일 사무실에 나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고민에 대해 고객보다 더 많이, 보다 정확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 설령 그렇게 되지 않을 지라도 그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근심이고 발언이란 말인가! 이를 알면서도 하는 것, 이것도 참, 불성실한 태도인 듯하여 기분이 나빠진다. 


오랜만에 벨앤세바스티안의 노래를 듣는다. 결국 내 일상의 위로는, 저 먼 이국의 밴드이거나, 혹은 거친 향의 술이거나 쓸쓸한 언어들이 될 것이다.  가령, 'I was looking for a quiet place to die. Someone recommended Brooklyn, and so the next morning I traveled down there from Westchester to scope out the terrain."으로 시작은 소설같은... 





THE STATE THAT I AM IN (내가 처한 상태)


Sung by Belle & Sebastian

From the album "Tiger Milk" (1996)


I was surprised I was happy for a day in 1975

나는 깜짝 놀랐지. 1975년 어느 하루 동안 내가 행복했었다는게.


I was puzzled by a dream, stayed with me all day in 1995

나는 어떤 꿈 때문에 당혹스러웠지. 그 꿈은 1995년 하루종일 내게 머물러 있었어. 


My brother had confessed that he was gay

나의 형은 게이라고 고백을 했었고


It took the heat off me for a while

그 사실에 잠시 내 등골이 오싹했어.


He stood up with a sailor friend

그는 선원인 친구와 함께 서서


Made it known upon my sister's wedding day

그 사실을 내 누나 결혼식 날에 발표했던 거야. 


I got married in a rush to save a kid from being deported

나는 그 아이가 추방당하는 걸 구해줄려고 서둘러 결혼을 했어.


Now she's in love

그래서 그녀는 사랑에 빠졌고


I was so touched, I was moved to kick the crutches

From my crippled friend

나는 너무 감동스러웠지. 나는 내 절름발이 친구의 목발을 발로 찼을 정도로 감격했어. 


She was not impressed that I cured her on the Sabbath

나는 그녀를 안식일에 치료해 줬는데도 그녀는 감동하지 않았어.


So I went to confess

그래서 나는 고해성사를 하러 갔지.


When she saw the funny side, we introduced my child bride

그녀는 상황이 우습게 돌아가는 걸 깨달았고 우리는 나의 어린 신부에게 난생 처음 먹였어


To whisky and gin (x2)

위스키와 진을 (2번 반복)


The priest in the booth had a photographic memory for all he had heard

부쓰의 그 사제는 그가 들은 거라면 모든지 칼 같은 기억력을 지녔어.

* 주) 고해 성사를 하는 부쓰


He took all of my sins and he wrote a pocket novel called

그는 나의 모든 죄 고백을 듣고서 포켓 소설로 썼지.


"The State That I Am In"

"내가 처한 상태"라는 제목으로 말야

* 주) pocket novel: 누런 종이에 소프트 커버인 보급형 소설책


So I gave myself to God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을 주님께 바쳤어.


There was a pregnant pause before He said ok

주님이 오케이 하기 전까지는 멈추는게 매우 중요해.


Now I spend my day turning tables round In Marks & Spencer's

나는 지금 마르크스와 스펜서 코너에서 테이블을 돌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어. 

* 주) 마르크스는 사회주의자, 스펜서는 진화론자. 둘 다 무신론의 대표자


They don't seem to mind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 것 같더군.


I gave myself to sin

나는 죄에 빠졌다가


I gave myself to Providence

주님께 헌신했다가


And I've been there and back again

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The state that I am in

이게 내가 처한 상태야.


I gave myself to sin

나는 죄에 빠졌다가


I gave myself to Providence

주님께 헌신했다가


And I've been there and back again

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The state that I am in

이게 내가 처한 상태야.


Oh love of mine, would you condescend to help me

오 나의 사랑이여, 제발 나를 도와줄 수 있겠니?


Cause I am stupid and blind

왜냐하면 나는 멍청하고 눈먼 장님이야.


Desperation is the Devil's work, it is the folly of a boy's empty mind

절망은 악마가 벌리는 일, 골빈 소년의 우매함이라.


Now I'm feeling dangerous, riding on city buses for a hobby is sad

난 지금 시내 버스를 타면서 내가 위험한 존재라고 느껴. 왜냐하면 취미가 안습이거든.


Why don't you lead me to a living end

나를 뭔가 기깔난 것으로 인도해 줄 수 없겠니.


I promised that I'd entertain my crippled friend

나는 내 절름발이 친구를 위문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어.


My crippled friend

내 절름발이 친구말야.


I gave myself to sin

나는 죄에 빠졌다가


I gave myself to Providence

주님께 헌신했다가


And I've been there and back again

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오고


The state that I am in

이게 내가 처한 상태야.


(repeat)

(반복)


출처: http://jinjaeyoon.egloos.com/72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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