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2

히에로니무스의 수수께끼, 세스 노터봄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수수께끼 세스 노터봄(지음), 금경숙(옮김), 뮤진트리 최초의 인간들이 느낀 지복 뿐만 아니라 불안과 혼란도 숱하게 표현된 그 그림들에서 미래가 보이는가? 보스 자신은 그 어떤 말도 없이, 그림만 남겨놓았을 따름이다. 그의 자취야 토지 대장과 문서, 매매 서류에 남아 있지만, 그는 자신의 예술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 눈에서 사라진 한 남자는, 눈에 보이는 그 많은 것들 뒤에 어떤 것도 남기지 않았다. (21쪽) 일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다. 살짝 어정쩡한 위치의 이 수필집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나 분석이 나오지 않고(세스 노터봄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스 노터봄은 짧고 담담하게 보..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와 초현실주의

노트를 정리하다가 메모 해놓은 것을 옮긴다. 수지 개블릭의 당연한, 하지만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에 대한 지적이다. 보스와 초현실주의를 연결짓는 것은 설명의 용이성 탓이지, 실제로 보스가 초현실주의와 관련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오해하기에 이른 것이다. 보스의 작품은 지극히 후기-중세적이고 고딕적이다. 신의 세계가 가졌던 호소력이 이른 아침의 안개처럼 정오를 향해가면서 사라져갈 때, 그 안개를 못내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보스의 작품은 먼저 중세말, 근대초의 심리적 방어를 위한 공포적 상상력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의지를 강제할 외부의 제어 수단을 바라기 마련이다. 중세 사람들에게 신의 세계란 이 세상의 시작과 끝이었고, 보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