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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엘리베이터 고장.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다 만난 봄,날의 기억. 

언제 인생의 봄은 다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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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화창한 일요일, 사무실에 나왔다. 일요일 나가지 않으면 일정대로 일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잘못된 채 시작되었다. 하긴 대부분의 IT 프로젝트가 이런 식이다.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제대로 기획되었더라도 삐걱대기 마련이지.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사무실에 나와 허겁지겁 일을 했다.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나와, 여의도를 걸었다. 집에 들어가긴 아까운 날씨였다. 그렇다고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시를 보러 가긴 너무 늦었고 ... 결국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책이나 읽다 들어가자 마음 먹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5월 햇살은 따스함을 지나 따가웠다. 봄 무늬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처녀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지만, 그녀들도 사랑을 잃은 날 밤, 쉬지 않고 울 것이고 결국엔 사랑을 믿지 못한 채 늙어갈 것이다. (이건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지 


몇 개의 카페를 보내고 난 다음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고 안에선 밖이 잘 보였다. 카페 밖엔 사람들이 없었고 까페 안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스타벅스 특유의 소란함이 커피 향 사이로 밀려나왔다. 


약간의 공포를 느꼈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내 고요한 휴식을 취하러 왔단 말인가.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카페에서 혼자 시간 보내기를 잘 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두 세 시간 동안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고 온다고 하지만, 나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하지만 미련스럽게도 자주 시도하지)


2.

카페의 소란스러움은 가라앉은 척 했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사물들의 소리와 뒤섞이며 공명했다. 소리들은 일정한 패턴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딪혔다. 내 귀를 귀찮게 했고 얼굴을 때렸으며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창 가 자리를 앉으려 했지만, 슬픈 5월의, 따가운 햇살은 커다랗고 투명한 창을 그대로 지나 내 몸을 데웠다. 결국 그늘진 안 쪽 자리로 옮겼다. 


둥근 테이블에 앉아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했다. 뭔가 근사한 문장을 적고 싶지만, 문장이 근사할 땐 오직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사랑을 얻어낼 때 뿐이다. 문장은 차분한 사랑의 확신 속에서 대기 속으로 흘러나와야 하고 그녀는 그 흘러나오는 문장의 모습을 보아야만 한다. 이 순간, 진짜 사랑은 시작된다,고 믿었지만, 그 때 내 나이 27살이었고, 나는 거짓말을 했다.  





3.

중년의 사내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릴 때, 그는 우연히 마주 치는 시선 속엔, 늘 말 못 할 비밀이 있거나 흐느적거리는 슬픔이나 터놓고 내뱉고 싶은 사연이 숨어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확고해질 때면, 황급히 책 속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옆자리에 앉은 이에게 다가가지 않는 용기를 발휘했다. 다행한 일이다. 


4. 

우리는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타인이라고 여기지만, 언젠가부터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나도 그들에게 익명이고, 그들 또한 나에게 익명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익명을 공유하는 하나의 거대한 자아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아는 목적 없이 대도시의 대기 속을 새벽까지 떠돌다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꿈 속으로 사라지겠지. (아, 지금은 아닌가)    





5.

카페에서 혼자 오래 앉아 있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어떤 휴식들이 필요해서지만, 휴식을 취하고 나오는진 모르겠다.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하기도 하고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내 펼치기도 하지만, 1시간 이상 버틴 적은 없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집중해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결국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지만, ... 재미없는 풍경 속으로 내 스스로 들어가는 꼴이다.


6. 

하지만 가끔 근사한 향기를 가진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가끔 삼성동에 갈 일이 있으면 에스프레사멘테 일리를 들리곤 한다. 길을 가다 무심코 들렸다는 듯 성의 없는 목소리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러면 정말 근사한 커피가 나온다. 





7. 

쓸쓸한 일요일이다.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 마음은 어수선하고 몸은 피곤하기만 하다. 나라는 엉망이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알고 있을 텐데, 저러는 걸까. 아니면 정녕 모르는 걸까.


최근 들어 자주 주말에 나가 일하게 된다. 단기 목표는 있으나,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마음은 아직도 스무살 때처럼 정처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데, 술 마실 친구들도 드물고 술 마시는 것도 부담스러운 노화가 시작되었다. 거참. ... 어느새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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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째가 아니라, 3주째다. 인후염에 걸린 지. 선천적으로 목 부위가 약해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쯤, 매해 목감기에 걸렸다. 몇 번은, 그 때마다 다른 여자친구가, 서울 변두리에 살던 나에게 약을 사다 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십 수년 전이니, 나도 나이가 든 건가. 아니면 그냥 세월이 흐른 건가.  


해마다 마음이 건조해지고 아침해가 방 안 깊숙이 들어오지 못할 때, 목 안이 약간이라도 불편하면, 유자차를 마시고 목에 수건을 감고 자곤 한다. 인후염에 걸리기라도 하면, 매우 심하게 앓아눕기 때문이다. 그런데 3주 전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유자차를 마시고 물을 하루에 몇 리터를 마시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아직 앓아눕진 않았지만(필사적으로 앓아눕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시면 간경화가 일어난다는 감기 약까지 먹었으니), 이번 인후염을 길고 느리게, 하루, 이틀, 사흘, ... 그렇게 3주 넘게 내 목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불편한 목을 따라, 마음도, 무릎도, 팔꿈치도, 발등도, 사랑도 불편해졌다. 


아직까지 인후염을 사라지지 않았고 봄은 오는 듯 하더니, 지난 겨울, 건조한 추위의 흔적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사랑하는 그대여, 바쁘고 쓸쓸한 봄이 될 것같구나. 


사무실에서 나와 집에 오면 7시 30분. 저녁을 먹고 아이와 잠시 놀다 보면 금세 9시, 10시가 된다. 그제서야 뭔가 읽고 메모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빈둥거리다 잠자리에 든다. 계절 사이의 잠은 으레 거칠고 딱딱한 표면을 소유하고 있다. 잠은 언어를 잃어버렸고 사랑은 추억으로만 남아 사라지고 있었다. 가끔 자다가 한 쪽 팔을 올려 머리 위, 저 너머가 갖다놓는다. 그러면 몸 속으로 사랑이 들어오는 느낌이거나, 이 세상에서의 삶이 착각이 아닐까 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그러게, 내 삶 전체가 착각이었으면, 내 지나간 사랑이 거짓말이었으면, 그녀에게 했던 고백이 허위였으면. 





해가 뜨고 달이 뜨지만, 그 해가 그 해이고, 그 달이 그 달이다. 변화란 없고 오직 정지만 있을 뿐이다. 해마다 봄이 오듯, 인생의 수레바퀴는 죽음을 향한다. 말로였던가, 야스퍼스였던가, '오직 죽어가는 나만 있을 뿐'이라고 했던 이가. 그래,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랑이 아니라 눈에 띌 새도 없는, 죽을 병에 걸렸다. 어차피 위로와 위안은 보잘 것 없는 가식보다 못하고, 사랑은 허위와 허상으로 세워진 유리성과도 같았다. 하긴 그 유리성마저도 지키지 못했지.  


퇴근길에 문득 하늘을 보니, 어두워진 푸른 빛깔 사이로 초생달이 보였다. 초.생.달. 사춘기 시절 이후 일상에선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던 단어다. 그렇게 초.생.달.이 떠있었다. 




오늘, 여의도공원. 아메리카노 커피 하나 들고 나와 오전 회의를 떠올렸다. 나는 금방 지쳤다. 그리고 모든 사항들이 협의 사항이 되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런 일들이 나에게로 왔다. 다시 협의를 하고 결정을 할 것이다. 원래 내 일이었고, 내 일이 아닌 것도 내 일이 되는 팔자를 타고 났다. 정말 내 일을 하고 싶어 잠시 회사와 회사 사이에 내 몸을 위치시켰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내일도 종일 바쁠 것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봄 햇살 아래에서 잠시 내 처지를 잊을 것이다. 


가끔 비즈니스 미팅이 있을 때나 나오던 여의도를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는데, 금융회사를 다니는 듯한 이들의 천편일률적인 복장은 나에게 꽤 불편스러워 보인다. 어두운 색의 깔끔한 정장, 자켓 깃엔 회사의 로고 배지를 달고 머리엔 젤을 발라 뒤로 넘긴... 금융이라는 게 실물 경제와는 관련없고 실물 경제의 원활한 유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젠 실물 경제와 무관하게 너무 커져(거품이 잔뜩 끼어) 실물 경제마저 위축시키는 시대가 되었건만, ... ... 우리는 알면서도 그저 휩쓸려 갈 뿐이다. 아니, 대다수는 모르겠구나. 



지난 주말에 황지우와 천상병을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차마 시집은 읽지 못하겠더라. 천상병 시인은 이제 없고 황지우는 노교수가 되었으니, ... ... 그나저나 나는 언제 긴 글 한 편 써보나. 하긴 글 쓸 자신마저도 이젠 사라지고 있으니... 모든 게 지나간 사랑보다도 못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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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태를 검색해서 들어와 잠시 머물다 갑니다.김영태의 산문을 아는사람이 있다니. 나는 김영태의 산문으로 사티를 크림트를 처음 알았어요. 그처럼 꿈꾸면서 아름답게 살고자했는데. 나도 한 중얼거림.
    봄 누리시길. 언급하신 김영태의 산문 찾아읽겠습니다. 김영태를아는 사람이라니. 좋은 걸요.
    티스토리는 첫화면들이 잘 안바뀌어서 다양한 검색어를 치면서 서핑합니다.종종 와서 공부하고 가야할좋은 방이로군요

    •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초기 시집들의 시인들의 초상을 김영태가 그렸습니다. 무용평론가로 활동했으며, 그림을 그렸고 시집과 산문집들을 남겼죠. 하지만 그때도 읽던 사람들만 읽었죠. 이젠 고인이 되었으니...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가 되었네요. 그의 시 몇 편을 좋아하는데 말이죠. ~ 가끔 무용잡지를 보면 그의 얼굴이 나오기도 했는데 말이죠. ~..





해마다 벚꽃이 피지만, 벚꽃을 대하는 내 마음은 ... 세월의 바람 따라 변한다. 오늘 아침 늦게 출근하면서 거리의 벚꽃을 찍어 올린다. 


여유가 사라지고 마음은 비좁아지고 있다. 고민거리는 늘어나고 글을 쓸 시간은 거의 없다. 지금 읽고 있는 김경주의 '밀어'도 몇 주째 들고 다니기만 하고 있다. 초반의 독서 즐거움은 금세 지루함으로 바뀌고 블랑쇼나 투르니에 수준의 산문을 기대한 내 잘못이긴 하지만, 김경주의 산문은 별같이 반짝이는 몇 부분을 제외하곤 그의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봄이다. 주말에는 근교 교외로 놀러 나가야 겠다. 봄의 따스한 아름다움이 사라지기 전에 내 육체 속에 그런 따스함을 밀어넣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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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일까? 지난 주 주간 업무를 리뷰하면서, 팀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반성을 하였다. 즉 일이 많다는 건 좋지 않다. 그만큼 빨리 지치기 마련이고 할 수 있다는 의욕이나 열정과, 실제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거리는 상당하기 때문이다.그리고 회사 워크샵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내 낡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회사는 그 사이 직원 수가 늘어 이제 관광버스를 타고 움직일 수준이 되었다. 회사의 이런 성장 앞에서 내 모습은 그대로이니,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봄 하늘은 너무 좋았다. 그 하늘을 느낄 만한 여유가 없었지만. 




이번에 간 곳은 문경 자연휴양림이었다. 꽤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진 찍기가 겁난다. 이제 내 나이도 제법 되었으니, 저 귀에 낀 이어폰이 어색하기만 하다. 나는 저 때 너바나의 MTV 언플러그드 앨범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수요일 오전. 나는 전화 통화만 열 통 넘게 했다. 지역도 다양했다. 서울, 경기도, 대구, 포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 내일은 하루 종일 미팅이고 ... 어디 좋은 일 없나. 이제 워크샵 가서 진탕 술 마시는 일도 없애야겠다. 취한 듯 싶으면 들어가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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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 권의 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한글로 된 책도 밀려 쌓여있는데, 영어로 된 책을 세 권이나 주문했으니. 당분간 책을 사지 않고 쌓인 책들만 읽고 밀린 리뷰를 올려야 겠다. 


오늘 온 세 권의 책은 아래와 같다. 


루이 뒤프레(Louis Dupre), Passage to Modernity 

아서 C. 단토(Arthur C. Danto), Andy Warhol

도널드 바셀미(Donald Barthelme), Sixty Stories 


집에 와, 루이 뒤프레의 책을 잠시 읽었는데, 어디선가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오래 된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적 기초'라는 책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적이 있었던 학자였다. '모더니티의 길'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법한 이 책은 모더니티를 지성사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책 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Did modernity begin with the Renaissance and end with post-modernity? In this book a distinguished scholar challenges both these assumptions, discussing the roots, development, and impact of modern thought, tracing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modernity to the late fourteenth century, and affirming that modernity is still an influential force in contemporary culture. 



14세기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는, 모더니티의 흐름(passage)를 고찰하면서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모더니티를 되새기고 있다. 무척 흥미롭다. 루이 뒤프레 스스로 서문에서 다소 거칠게 씌여졌다고 인정할 정도로 기존의 모더니티 연구서와는 다른 면모를 가진 책이다. 그런데 언제 다 읽어?


아서 C. 단토의 'Andy Warhol'은 열받아 구입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선 몇 주 전에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고, 또 다시 포스팅할 예정이다. (관련 포스팅: 2012/04/01 - [책들의 우주/예술] - 아서 단토의 앤디 워홀?? ) 이 책은 이미 번역되어 있는데, 그 번역서의 실체가 너무 황당해서 실제 단토의 책을 확인하고자 책을 구입한 것이다. 순수 미술책이 아무리 안 팔린다고, 미술 전문가가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나는 책을 낼 수 있는 그 대담한 용기를 다시 확인하고자 실제 책을 구입했다. 


도널드 바셀미를 알게 된 것은 이미 20년 가까이 되었는데,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다. 그 사이 번역된 것은 몇 편의 단편 소설 뿐이었고, 원서는 대학 도서관에서도 구하기 어려웠던 터라, 번역된 몇 편의 단편에만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바셀미를 다시 읽기로 했다. 나도 좀 자유로운 처지라면, 하루키 처럼 소설을 번역하면서 내 소설 구상도 해볼 수 있을 텐데, 그럴 형편은 안 되고, 열심히 읽기라도 할 생각이다. 소설 앞에 David Gates의 소개가 있는데, 이는 한 번 번역해서 포스팅을 해봐야겠다. 


벌써 11시 40분이다.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 주일이,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쳐간다. 어찌된 영문인지, 여유 부릴 틈도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술 한 잔 하면서 지내고 싶은데 말이다. 봄이 가기 전엔 한 번 만날 순 있겠지, ... 그렇게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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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한 봄날 오후가 이어졌다. 마음은 적당하게 쓸쓸하고 불안하고 기쁘고 초조했다. 잔뜩 밀린 일들은 저 깊은 업무의 터널 속을 가득 메우고 그 어떤 공기의 흐름도 용납하지 않았다. 피곤함과 스트레스로 사각형의 책상과 사각형의 모니터와 사각형의 문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얇게 열린 창으로 봄바람이 밀려들었다. 다시 봄이 왔다.




다시 봄이 왔다



이성복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이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루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동에도 푸른 싹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가 보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듯이 비틀었는가 나도 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 항시 우리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었다

흔들리면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오르고 싶었다 세차장 고무호스의 길길이 날뛰는 물줄기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며 아우성치며 울고불고 머리칼 쥐어뜯고 몸부림치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풀잎 아래 엎드려 숨죽이며 가슴엔 윤기 나는 석탄층(石炭層)이 깊었다.





오랜만에 읽는 이성복의 시는 아름다웠다. 그의 두 번째 시집이 내 오래된 서가에서 먼지를 먹고 있는 동안, 나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나이를 먹었구나.



사무실 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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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공항이 보였고 공항 너머로 지는 붉은 태양을 보았다. 나는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었다. 전화 한 통도 오지 않는 토요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전화하기도 다소 무서운 날이었다. 문득문득 세상이, 사람들이 무서워지는 봄이었고 번번이 다치는 마음이 싫은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2시간 정도 운동을 했고 도어즈의 인디안썸머를 들으며 이미 어두워진 봄밤과 싸우고 있었다. 1996년이니, 내가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소설을 쓰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터라, 내가 한 때 글을 썼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단편영화 소재를 찾는 이가 있어, 블로그에 올린다. 좋아할지 모르겠다.

 

 

 

 

 

샌드위치 가게의 봄

 

 

 

늘 반듯하게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 한 켠으로, 어디에선가 날아왔을 법한, 잔 모래가 쌓이는 법이다. 그 모래를 발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그 계절을 보냈다. . 내가 살던 C시에 그렇게 봄은 존재했다.

 

거리 양 쪽으로 고급스럽게 보이는 의상실과 귀금속방, 향수 전문점 들이 있었고, 봄과 가을, 한껏 물오른 처녀들은 그 거리에서 젊음의 반을 보내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난 학교를 가기 위해선 그 거리의 한 구석에, 고대의 유물 같이, 외로이 서있는 정류소 표지판 아래 서서,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가끔,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캔음료라도 하나 마시고 있을 때면, 어떻게 때를 잘 맞춰 지나가는지, 허공 위로 하얗게 먼지가 날아오른다.

 

그 봄, 그렇게 몇 대의 버스를 지나쳤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요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자그마한 샌드위치 가게로 들어갔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맞은 편 거리가 한 눈에 들어오고, 요리조리 옷을 차려 입은 처녀들의 모습이 비쳤고, 그들 중 몇 명은 내가 자주 가던 바의 단골이기도 했다.

대체로 사치스러워 보이는 거리 한 켠의 샌드위치 전문점에서는 햄 굽는 고소한 냄새 대신에, 지친 인생의 노을같은 향기가 나기 마련이다. 두꺼운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체로 젊은 처녀 대신, 중년의 여자가, 혼자 네댓 평 되는 샌드위치 전문점을 지키고 있다.

 

싸구려 인생 같은 가방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고....... 주문을 한다...... 요거 하나하고......요거 하나 주세요......얼마죠?......잠시만 기다리세요......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투명한 유리창으로 비친 거리는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햇살은 절대 유리창을 깨는 법 없이 통과했고, 그렇게 젊음도 지나치리라 생각했다......가끔, 투명한 유리창이 피로 얼룩지는 상상을 한다......주윤발이 나오는 홍콩영화의 장면 마냥....그러면, 싸구려 인생 같은 가방에서......묵직한 권총 하나가 나오고......커다란 유리창을......의자를 집어 던져.......깨고는......테이블 하나를 방패 삼아......거리가 자욱하게 화약 냄새가 퍼지게 한다......여기 나왔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커다란 유리창에 부딪혀 메아리가 되었다.

 

다섯 평 남짓 되는 좁은 공간에서도 메아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거리를 바라다 보았다. 그리고, 날 실어갈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그 지나간 자리 위로 날아오르는 먼지와, 그 먼지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를 보았다.

“ 학생인가 봐요? ”

......”

정적을 깨며, 그녀의 입에서 나를 향해, 나의 신분을 묻는 소리가 들렸다. 

“ 여기 장사 잘 안 되죠? ”

“ 안되더군요. 번화한 거리라, 샌드위치 가게가 될 줄 알았는데. ”

“ 이런, 또 지나가는군. ”

“ 호호호.... ”

 

커다란 유리창 속으로 샌드위치를 먹는 20대중반의 청년과, 미소를 지으며, 그 청년을 바라보는 중년의 여자. 이름 모를 행인들은 분명 불륜을 연상을 했으리라. 1996. 불륜 같은 해였으니까.

“ 그래도, 여기 가게세 장난이 아니겠는데요? ”

“ 그렇죠. 이 정도 가게를 하려고 해도, 몇 억이 필요하니. ”

...... ”

“ 요즘 애들은 웃기더군요. 3짜리 딸년이 있는데, 독서실에서 공부를 한다고 온다고, 매일 늦게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편의점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

...... ”

“ 대학 안 들어갈 거냐고? 그랬더니, 대학이 인생의 전부냐고 댓구를 하더군요. ”

“ 뭐, 원래, 그 나이 때가 그렇죠. ”

“ 가끔 친구들을 만나죠. 고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 친구들. 그런데, 그때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들어간 친구들은 한결같이 못 살아요. 어떤 친구는 요번 남편 회사 감원바람 때문에, 아예 시골로 내려갔어요. ”

...... ”

“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고, 매일 놀 궁리만 하고, 그렇게 살았던 아이들은 다들 외제차 몰고 다니고, 근사한 가게 몇 개 있고, 빌딩 몇 개 있고 그래요. 한때 공부 잘 하는 아이들한테 주눅이 들었던 아이들이었는데. ”

...... ”

 

침묵은 버겁다. 삶에 지친, 중년의 여자의 고단한 인생살이를 들어주는, 내 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침묵의 발자국. 그녀는 친구이야기에서 시작해, 그녀의 남편이야기까지 했다. 대학에서 일한다는 그녀의 남편을 통해, 대학의 비리를 하나 둘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대학원에 가겠다는 날 보더니, 그래도 대학원까지는 나와야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는 동안, 날 실어갈 버스는 아예 날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쳤고, 테이블 위에, 싸구려 인생 같은 가방과, 불륜 같은 커피가 담긴 하얀 머그잔이 있었다.

 

커피를 마실 때, 언제나 두려워 하는 한 가지 :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소녀의 머리 색깔 같은, 진한 갈색 커피가 내 속으로 사라지고, 머그잔이 주검처럼 하얀 바닥을 들러내는 그 순간. 난 그 순간이 두려웠다. 그래서, 대체로 바닥까지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여자의 목소리가 다섯 평 남짓 되는, 사각의 공간을 메아리로 울리고 있을 때, 난 주검 같은 하얀 바닥을 만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버스 기다리다가, 안 오면, 들어와요. 그냥 커피 한 잔 줄 테니까. ”

“ 아........... ”

 

장사가 안 되는, 그 샌드위치 가게의, 커피를 그냥 주겠다며, 그렇게, 너무 순진하게, 손님을 끌어모으는 중년의 여자에게, 커피를 잘 마셨다 라는 말 한 마디를 하고 일어나야 했다.

 

불륜 같은 96년을, 그렇게 보내고, 난 그 이후 사치스런 그 거리에 나가지 않았고, 얼마 후, C시를 떠났다.

그러다가, 올 봄 용무가 있어, 그 거리에 다시 갔을 때, 그 샌드위치 가게의 커다란 유리창에는점포 매매라는 종이가 적혀 있었고, 가게 내부는 하얗게 뜯기고 있었다.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던 자리 바로 옆, 편의점으로 들어가 투명한 플라스틱 포장이 된 샌드위치 하나를 사며, 옆 샌드위치가게 어떻게 된 거냐 물었다.

“ 그 아주머니요? 뭐라더라. 바람을 피웠대나 봐요. 20대 중반 밖에 안 되는 놈하고 눈이 맞았대나. 그 집안 콩가루 된 거죠. 재수하는 딸 까지 있다던데...”

 

순간, 비가 내렸다. 내가 그 중년의 얼굴을 기억해 내는 순간, 행인들은 비를 피해, 건물 속으로, 가게 처마 밑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난 그냥, 그렇게, 혼자, 플라스틱 포장된 샌드위치를 뜯다 말고, 편의점 밖으로 나가, 하얗게 뜯기고 있는 가게 앞, 비 내리는 97년 봄 한 가운데에 서서, 중년 여자의 절망같이 사라지는, 샌드위치 가게의 흔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내 봄은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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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10.05.17 02:50 신고

    안그래도 얼마전 지하철역 구내서점 같은 데를 쓸데없이 서성거리다 지하철 세 대를 연속으로 놓치는 꿈을 꿨던 까닭에 지하련님의 귀한 글을 읽으며 미소가 일었습니다. 쓸쓸함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읽으면서 그 중년여인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 나이가 들수록 보이지 않는 쓸쓸함이 늘어나는 것같아요. 마치 20대 후반처럼 살고 있지만, 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의 나이가 되네요. 크~. 새로운 책 오늘 주문할 예정입니다. 아. 리뷰를 못 올리고 있네요. ㅋ






어쩌다 보니, 내 마음은 아무도 찾지 않은, 어두운 해변가로 나와 있었다. 행복했다고 여겨지던 추억은 이미 시든 낙엽이 되어 부서져버렸고 미래를 기약한 새로운 기억은 만들어지지 않은 채, 파도 소리만 요란했다. 텅~ 비워져 있었지만, 채울 것이 없었다. 저 끝없는 우주에는.

죽지 않기 위해 죽은 자의 노래를 듣는다.

오랜만에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은 언어를 지나 사랑에 가 닿았다. 쓸쓸한 사랑에.
 
세상을 살만큼 살았다고 여기고 있지만, 막상 표피가 두꺼워진 것 이외에 달라진 게 없었다. 비워져 가는 술잔, 늘어나는 술병 사이로 언어는 가치없이 뚝뚝 부서져 술집 나무 바닥에 가닿아 사라졌다.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왜 사람들이 낯선 죽음을 택하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같다. 나는 영영 그런 죽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여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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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의 투명하고 쾌적한 햇살이 푸석푸석하게 말라 거칠어진 내 볼에 부딪쳐 흩어졌다. 하지만 햇살 닿은 곳마다 어둡게 부식되어갔다. 내 마음이.

대기가 밝아지는 만큼, 딱 그 만큼 내 마음의 어둠은 깊어졌다
.

봄이 싫은 이유다
.

태어나 꽃을 꺾어 본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지만, 선량한 꽃들은 나를 피하며 저주했다. 어둠은 깊어지며, 눈물을 흘렸고, 달아오른 고통은 고여있는 물기를 발갛게 데우며 온 몸을 축축하게 젖게 만들었다
.

변하는 계절이 싫은 이유다
.

변하는 마음이 싫고 늙어가는 생이 싫다
.

싫어하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딱 그 만큼 세상은 밝아지고 투명해지며 높아져 간다. 아니 높아져갔다
.

이미 죽은 이들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살아있는 이들의 글에서 풍기는 생명력이 가지는 밝음은 마치 끝없는 우주의 서로 다른 반대편 끄트머리에 서서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 반대 방향을 향해 팽창되는 일종의 아이러니한 운동을 닮아 있었다.

이미 죽은 앙드레 말로의 말대로, 살아있는 내가 아닌, 죽어가는, 죽음을 향해 가는 내가 있으며, 시듦을 향해가는 내 육체가, 깊은 어둠에 젖어 들어가는 내 마음이 있을 뿐이다.

 

이제 봄이 갈 것이고, 내 마음의 이파리도 떨어져 암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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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어딘가 올라간다는 것은 언젠간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람이 불었다. 궁궐 건물 아치형 입구 옆으로 살짝 비켜 불어들어온 바람은 실내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졌다. 따가운 햇살에 푸석푸석해진 머리칼을 스다듬어 올렸다. 이마 살갗이 거친 손바닥에 밀렸다. 따끔거렸다. 

환상은 쓸쓸함 사이에 깃들고 공상은 한 잔 술 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은 잡을 수 없는 파도였고 내 곁에 머무는 모든 것들의 존재는 느낄 순 있었으나, 소유할 순 없었다. 

잠시 눈을 감고 먼 미래를 회상해본다. 앞으로 다가올 것이지만, 이미 경험했던 어떤 것들의 변형이거나 알레고리에 가까울 것이다. 어느 새 봄은 왔고 내 육체는 봄 향기에 지쳐 쉽게 피로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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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의 젊은 시절, 지붕 밑 아틀리에를 그린 작품이다. 마티스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작품 속의 아틀리에 안은 창 밖 밝은 세계와 대비되어, 어둡고 쓸쓸하며 심지어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색깔들이 어우러지면서 그토록 많은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보는 이로 하여금 자아내게 만든다는 사실은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지만, 이 색깔들이 자신의 인생 한 복판에서 어우러진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직 서울에서 봄이 오는 풍경을 보지 못했고 그저 봄 바람이 전해주고 간 저녁 공기의 스산함만을 느꼈을 뿐이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아무렇게 집어든 클래식 시디에서 귓가에 와닿아 마음을 흔드는 노래 한 곡의 제목이 '봄의 신앙'(Fruhlingsglaube, Faith in Spring)이라니. 봄이 오기는 하는가 보다.

이 아틀리에 안에도 봄이 왔으면...

L' atelier sous les toits(지붕 밑 아틀리에)
Matisse, Henri
55.2 cm * 46.0 cm, 1903
The Fitzwilliam Museum, UK



F. Schubert, Fruhlingsglaube D.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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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oyeons 2008.03.14 01:34 신고

    리트 너무 좋죠.. 저도 요즘 홈에 리트 올려놨었는데..
    음.. 이 노래는 고2때 배웠던거 같아요. :)
    봄비도 오고 진짜 봄인가봐요.

    • 좋은 노래는 귀가 먼저 알아차리는 듯해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이 노래를 배우다니.. ㅎㅎ.
      봄이네요. 오늘 하늘을 보니.. ^^

    • wooyeons 2008.03.14 15:12 신고

      성악 전공했어요.
      프륄링스글라우베는 리트 시작하면 꼭 배우고 넘어가는 노래였거든요. ^^ 리트씨디를 가지고 있는 사람 많지 않은데.. 이런 것도 가지고 계시다니. @.@

    • 성악을 전공하셨군요. 리트 시디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클래식 시디를 사다보면, 샘플러 한 두 개를 가지게 되는데, 그런 시디 속에 이 음악이 있더군요. 덕분에 이 노래가 있는 시디를 구입할 예정이지만요. ㅎㅎ.

  • pink-lotus 2008.03.14 03:53 신고

    그림도, 음악도, 그리고 글도 마음을 치네요.
    창 밖으로 보이는 화사한 봄날 한기가 느껴지는 다락방에서 마티스는 무슨 심정이었을런지. 마음마져 가난해지기 쉬운 찬란한 계절에 이 그림이 위안이 됩니다.
    그림 정말 맘에 들어요. 잘 보고 갑니다. :)



마산 창동거리에서 어시장 쪽으로 내려오는 길, 동성동인가, 남성동 어디쯤 있었던 레코드점에 들어가 구한 음반이 쳇 베이커였다. 그게 94년 가을이거나 그 이듬해 봄이었을 게다. 그 때 우연히 구한 LP로 인해 나는 재즈에 빠져들고 있었고 수중에 조금의 돈이라도 들어오면 곧장 음반가게로 가선 음반을 사곤 했다.


어제 종일 쳇 베이커 시디를 틀어놓고 방 안을 뒹굴었다. 뒹굴거리면서 스물두 살이 되기 전 세 번 정도 손목을 그었던 그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삶의 치열함이라든가 진정성 같은 거라든가.


스무살 가득 나를 아프게 했던 이들 탓일까. 아직까지 인생이 어떤 무늬와 질감을 가지고 있는지 도통 아무 것도 모르겠다. 문학도, 예술도 마찬가지다. 이집트 예술가의 진정성과 현대 예술가의 진정성은 전적으로 다른 양식을 향해 간다. 그러니 내가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내가 누군가에게 탓함을 당할 이유도 없다. 나라는 개별자만 있을 뿐, 보편적인 개념으로 날 구속할 순 없다.


그런데 이 얼마나 슬프고 기가 막힌 일인가. 내 삶의 가치나 의미 같은 건 순전히 내 속에서만 존재 가치를 가질 뿐, 이 건조한 도시의 거리에선 아무 가치도,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니.


누군가 내 옆에 누워 자기가 누렸던 사랑의 기억을 더듬기 위해 내 사랑의 흔적을 물었던 적이 있었던 것같다. 기억의 아련함. 그 때 내가 한 말은, 사랑은 지나가면 그저 잊혀질 뿐, 그걸 되새기기 위해, 그걸 되돌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 ..., 그런데 과연 그런 걸까. 하긴 그 때 내 옆에 누워있던 그 이는 바로 떠나버렸고 그 이후 소식을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꿈이었던가, 아니면 내가 쓴 소설 속이었나.


과거는 중첩되어 쌓여져가고 가끔 내 마음 안 쪽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올 때만 되살아날 뿐이다. 그냥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뿐. ‘이제 네가 싫어졌어. 그 뿐이야’라고 말했던, 나에게 청혼했던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가끔 과거는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내 폐 깊숙한 곳의 H2O를 사라지게 한다. 금세 호흡곤란을 느끼며 자리에 눕는다. 그렇게 누워 남극의 얼음들처럼 천 년이고 만 년이고 그렇게 잠만 잤으면. 우리 인간이 아는 영원함이란 고작 몇 천 년이거나 몇 만 년 수준이다. 영원함이란 애초 존재하지 않는 상상적 개념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그런 상상적 개념은 너무 많고 그런 개념에 목을 매는 꼴이라니.


당인리 발전소 안 길에 벚꽃이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다. 하지만 꽃향기는 내 몸에 닿지 못한 채 강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꽃을 입 안 가득 씹어 먹지 않는 한, 순결한 꽃향기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리고 말을 건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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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발전소 안의 벚꽃길


오늘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를 타고 행주대교 옆으로 들어가 강을 따라 올라갔다. 계속. 계속. 가양. 양화. 성산.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로 들어갔다. 여의도를 지나가 한강대교까지 올라갔다. 계속 올라가고 싶었다. 계속 올라가면 양수리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양수리를 지나 계속 올라가고 싶었다. 계속 오르고 오르면 내가 알지 못하는 그 곳에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한강대교를 건너 동부이촌동으로 들어와 다시 김포공항 쪽으로 향했다.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갔다. 한강을 보면서 오늘 산 자전거의 이름을 생각해냈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자전거를 ‘풍륜’이라고 부른다는데, 나는 내 자전거를 뭐라고 붙여야할까.


내 자전거의 이름은 ‘머저리’다. 너무 좋은 이름인 것 같다. 머저리. 머저리. 머저리. 이 세상도 머저리고 나도 머저리다.


다시 양화대교에서 강을 건너 행주대교 아래까지 왔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있었고 방화동으로 들어가기 전 강가 매점에서 맥주캔 하나를 먹었다. 바람에 내 다리가 흔들거렸다. 아, 머저리를 타면 바람에 흔들거릴 정도로 내 몸도 가벼워진다고 여겼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고 나면 일요일 밤도 자정을 향할 것이고 알게 모르게 월요일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하루가 가고, 하루가 가고, 그러다 보면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사소한 위안처럼 느껴지는 밤이다. 서글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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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동에서 나오면 있는 강서 한강시민공원. 한강 하구인지라, 좁은 물길을 따라 있는 바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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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가양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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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앞 강물 위의 백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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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르는 내 인생의 카아~를 위한 캔 맥주 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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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난데없이 자전거 가게를 방문한 이에게 팔려 고단한 하루를 보낸 내 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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