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어김없이 어둠이 내리고 계절풍이 불고 대기가 식어가고. ... 금요일 밤,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텅빈 사무실을 지키며 메일을 쓰고 전화를 하고, 창틈으로 새어들어오는 금요일 밤의 향기에 몸달아 하면서, 나는 갈 곳이 없다. 만날 사람도 없다. 사랑도, 애정도, 내일도 없다. 근사하게 차려입고 몸을 흔드는 생각을 해본다. 번쩍이는 청춘. 그런데 내 나이는 벌써. 곤드레만드레 취해 비틀거리며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이젠 너무 식상한 일상. 나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야 하는 것일까. 오늘. 이 봄밤. 견디기 힘들다. 어제부터 시작된 이명현상도 나를 힘들게 한다. 쉬지 않고 귀를 울리는 소음.들. 도대체 나에게 사랑이란 존재하는가. 미래란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