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7

재편되는 세계, 그리고 한국 속의 나.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독일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그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포스팅을 읽게 되었다. 하긴 독일이 최근 러시아와 가까이 지낸 건 사실이다. 동시에 미국 또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세계 질서에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 인도, 터키, 이란,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미국과의 적절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패권 국가로서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 나라들은 한 때 제국이었던 국가들이었다. 러시아는 20세기 이후의 패권국가였다고 봐야겠지만. 최근 피터 자이한의 책 을 읽으면서 세계는 현재 미국이 설계해 놓은 질서 위에서 돌아가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실은 이를 부정하기에는 너무 설득력 있었고 상당히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난 화분과 혼다 효과

지난 주부터 갑작스럽게(혹은 예상된) 사정이 안 좋아졌다. 이번 주도 계속일 듯 싶다. 오늘 본 어느 아티클 제목은 Free Your Strategy from Annual Planning이었다.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해진 계획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그 때 그 때 계획을 세워야 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혼다의 미국 시장 진출기다. 혼다가 미국 시장을 갔을 때, 미국 시장은 대형 오토바이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대형 오토바이를 팔 생각만 했다. 그러나 누가 혼다의 오토바이를 사겠는가! 투자가 계속 이루어졌지만, 매출은 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 대박이 난 곳은 '스쿠터'였다. 미국에 나간 직원들이 집과 사무실을 오가기 위해 '스쿠터'를 몰고 다녔는데, 난생 처음 보는 소형 오토바이에..

위대한 전략의 함정 The Strategy Paradox, 마이클 레이너

위대한 전략의 함정 - 마이클 레이너 지음,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옮김/청림출판 위대한 전략의 함정 The Strategy Paradox, 마이클 레이너(지음),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옮김), 청림출판 오랜만에 읽는 딱딱한 경영 서적이었다. 작년 이맘 때 제프리 페퍼의 책들을 읽고 있었는데, 이번엔 마이클 레이너다. 순수 전략 경영 서적인 관계로 딱딱하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례 분석으로 시작해 전략적 불확실성,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옵션, 조직적 차원의 대응,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불성실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나같이 영어 책 읽는 속도가 턱없이 느린 이들에겐 강력하게 추천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결과적으로 당시 소니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분야에 총력을 기..

블랙 스완(Black Swan),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동녘사이언스 블랙 스완 Black Swan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Nassim Nicholas Taleb(지음), 차익종(옮김), 동녘사이언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비즈니스 저널을 통해서다. 금융이야기가 나오고 월가의 허상을 파헤쳤다는 식의 서평이 나왔기에, 그 땐 파생 금융 상품의 허점을 통렬하게 비판한 경제 서적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이렇게 홍보하는 편이 책을 많이 파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검은 백조의 발견'과 같은 아주 예외적인 사건으로 우리의 문명이나 이론, 학문의 세계라는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으며, 연역법적 접근은 이미 폐기되었고(책에선 연역법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지만), 귀납법적 접근마저도 믿을 수 없다고 말..

논리와 현실, 그리고 우리 삶의 불투명성.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었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문득 내 나이를 떠올리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자 아팠다. "상이한 두 개의 세계에서 일했습니다. 국영은행 시절 나는 국가의 돈을 가지고 화폐와 대출정책을 실행했습니다.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최우선 순위는 다음과 같았어요. 첫째, 이 정책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둘째, 이 정책은 기업과 노동을 위해서도 유익할까? 그리고 세 번째 순위에 가서야 이 정책이 은행에도 유익할 것인가를 따졌습니다. 사적 자본을 위해 일할 때에는 우선 순위가 전도되었어요. 이 정책이 은행에 유익할까에 대한 질문이 우선이었지요." - 에드가 모스트(동독 출신의 경제학자), 자서전 '자본을 위해 봉사한 50년' 중에서 인용...

이제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의 시대다

시나리오 플래닝 - 유정식 지음/지형(이루) 꽤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몇 년 동안 비즈니스 컨설팅 업무를 맡아, 고객사의 문제들을 해결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학 전공자였지만, 벤처에서의 경험, 빠른 업무 습득 속도와 이해, 잡다한 지식 등을 높게 평가받아 근무하게 된 직장이었다. 하지만 높게 평가받았다는 요소들은 바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5개월 정도는 맨땅에 헤딩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이 때도 시나리오 플래닝을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삼성의 극적인 방향 전환이 한 일본인의 '삼성이 망하는 시나리오'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던 시나리오 플래닝은 빙산의 일각이거나, 잘못된 생각에 기반해 있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 - 불확실성 경영

2007년 초에 원고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최근 경제 불황이 왔고 이번 동아비즈니스리뷰의 특집도 '불확실성 경영(Management Under Uncertainty)'이네요. 이에 예전에 적었던 글을 한 번 들춰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 불확실성(uncertainty)이 지배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 어제의 강자가 오늘의 약자로, 또는 재기 불능의 길로 접어들기도 하고, 시장에서 검증 받지 않은 낯선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직원 2-3명으로 시작한 작은 기업이,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 되기도 한다. 이제 기존의 탄탄한 사업 역량으로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그만큼 비즈니스 환경이 빨리 변화하고 어디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환경의 복잡성(Com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