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손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안식 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 열 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평화 문득 최승자의 시를 떠올렸다. 지난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복되는 실패와 상처들 속에서 나는 성숙해지지만, 너덜너덜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도 이렇게 민감하다니, … 후배가 ‘형, 아직 살아있구나’라고 했다. 벗꽃 날리듯, 내 마음이 조각조각 흩어져 날리는 풍경을 보면, 한없이 슬프기만 한데 말이다. 그래, 나는 살아있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 늘 상처입고 너덜너덜거릴 때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