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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지음), 송경진(옮김), 새로운현재, 2016년 





1990년 당시 전통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와 2014년의 실리콘밸리를 금액으로 환산해보자. 1990년 디트로이트 3대 대기업의 시가 총액은 360억 달러, 매출 2,500억 달러, 근로자는 120만 명이었다. 2014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세 곳의 경우, 시가총액은 훨신 높았고(1조 900억 달러) 매출은 디트로이트와 비슷했으나(2,470억 달러), 근로자의 수는 10분의 1정도(13만 7,000명)에 불과했다. 

- 30쪽 



책의 첫 부분을 읽다가 잠시 덮었다. 예전엔 대단하다고 열광했을 문장이지만, 지금은 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매출임에도 불구하고 백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했다는 것. 그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1990년의 세 대기업은 삼백만명 이상을 먹여살렸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은 어떤가. 고작 오십만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질 뿐이다. 더구나 전통 산업과 달리 하청업체의 비중도 매우 낮아서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1990년과 비교하자면 절망적인 상황에 가깝다. (참고기사: 애플에서 청소부를 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스 슈밥은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마치 새로운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실체없는 구호에 가깝다. 매년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야 하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입장에선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만큼 호기로운 단어도 없을 듯 싶다. 


따라서 이 책은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기반의 여러 사회/산업 변화를 뭉뜨그려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제목 짓고 이러한 변화들의 사례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겐 굳이 찾아서 읽지 않아도 될 책일 것이고, 이러한 변화와 거리가 있었고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겐 꽤 도움이 될 법한 보고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블럭체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특히 이 세 개가 결합되었을 때의 파괴력은 우리 인류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사물인터넷은 이 세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만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 기반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그리고 그 영향의 좋은 면은 극대화하고 나쁜 면은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학자들만 이러한 것에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정보기술 및 여러 파괴적 기술의 혁신으로 생산성이 상승된 이유가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재화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노동자를 대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 8점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새로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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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경제’ 이야기가 나오고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IMF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이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이명박 정권 이후에는 구조조정은 기업/산업의 일종의 문화가 된 듯싶다. ‘위기’라는 단어가 나오기만 하면 ‘구조조정’, ‘대량해고’, ‘대량실업’이 나온다.(1)


그리고 은연 중에 주류언론에서는 ‘정치’의 문제를 ‘경제’의 문제로 옮겨버린다. 


최근 ‘한국 조선업의 위기’를 보도하는 기사들을 보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조선업이 위기에 빠진 것은 경영 상의 잘못된 의사 결정, 안일한 경영 관리, 정부의 산업/기업 리스크 관리 부재, 장기적 산업 전망 부재 등 이것저것 뒤섞인 것이다. 솔직히 경험이 없지만 고부가가치 영역(해양플랜트)으로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미 몇 해 전에 올해와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 예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대응도 없었다. 


이미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되었다.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그런데 너무 선정적이다. 이제는 자살, 강도 같은 제목을 단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언론인가 싶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언론들은 몇 개의 기업이 문을 닫고 몇 명이 대량 해고되었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사들을 채운 문장 속의 비극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얼마나 많은 작은 회사들의 사장들이, 얼마나 많은 집들의 아빠들이, 얼마나 많은 집들의 엄마들이 고통 속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말이 없다. 


이젠 구조조정으로 인한 작은 회사의 폐업이나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는 당연한 일이 된 것인가? 


그래, 당연한 일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 다음은?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던 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자살 시도까지 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미 비극은 시작되었고 어차피 그들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일까? 그렇듯 조선소의 문제도 그런 것일까? 


언론들은 ‘어떻게 구조조정했다’고 말하지, 구조조정 속에서 회사를 잃어버린 작은 회사의 사장이나, 직장을 잃어버린 가장과 그 가정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 이 무슨 또 다른 비극이란 말인가. 이젠 모두가 통째로 쓰레기가 되고자 작심한 듯 보인다. 


이제 경기 불황은 일상이 되었고(어떤 이유로 불황의 일상화가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하지 않고), 일상이 된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장이 없는 사람들을 자영업자, 혹은 개인사업자화시키고(창업 독려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능력 없는 개인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초래하게 될 국가적, 지역적, 사회적 비극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상처를 어떻게 회복하고 극복해야 하는지, 그것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에 대해서 그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마치 전쟁 같다. 누가 쏘았는지 모르는 총탄에 맞아 반신불구가 되더라도, 그저 시절 탓으로 돌리고 마는. 전쟁의 비극이 한국에서 불황이라는 이유로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혹시 이것이 잘못된 귀결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국가 산업의 근간을 이루었던 조선산업의 위기는 충분히 예측되었다. 하지만 그냥 방관했다. 그리고 단란했던 소시민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이 나라는 참 이상하다. 책임질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평범한 시민들이 자리 잡는다. 언론도 책임 지지 않고 정부도, 기업 리더들도 책임지지 않는다. 언론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몇 명이 잘렸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것이다. 정부는 기업 리더들 탓으로,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 탓으로 돌릴 것이다. 기업 리더들은 그냥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이다. 어차피 자신들은 전략적 경영을 한 것이니. 낙하산 인사들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것이고, 그들이 져야 할 책임은 월급 없인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분산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국은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가를. 장기적으로 모든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지, 그런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해야 한다.(2)



* *


(1) 이번 구조조정은 민심을 의식한 보수 정권이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것이 주요 원인들 중 하나다. 그리고 이들 기업 리더들에 낙하산 인사들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있을까. 


(2)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되기 전에 이를 예측하고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하긴 이건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이번 산업 위기 사태는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치 문제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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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지 이제 이 년이 다 되어간다. 마시는 술의 종류에 따라, 술 마시는 공간, 먹거리, 분위기가 달라진다. 분위기로 보자면 겨울의 사케가 단연코 1위다. 여름의 차가운 화이트와인도 좋지만. 시원한 생맥주 또한 괜찮다. 그렇다고 지글지글 고기 안주에 소주가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와인만큼 그 나름대로의 격식과 문화를 가진 술이 있을까. 이러한 '격식과 문화'가 작은 문화를 산업으로 만들고 관련 시장을 확대시키고, 전문가와 관련 아카데미를 만든다. 그리고 현재 전세계 인구 100명 중 1명이 와인 관련 산업에 종사한다.

술이라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관대한 한국이 왜 술 마시는 것과 관련해 와인 만큼의 문화나 산업이 없는 것일까.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소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걸 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조선 시대 선비는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꿀물을 탄 따뜻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난 뒤, 일과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의 소주와는 다른 소주이지만.

또한 쌀로 빚는 술이라, 흉년에는 금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각 고을마다, 집안마다 특색있는 소주가 있었고 이것이 전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잊혀지고 말았다. 한국은 뛰어난 전통문화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화가 가진 힘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들 중의 한 곳이다. OECD 나라들 중에서 유일한 나라다.

술 마시는 것도 일종의 문화다. 그리고 그 문화를 통해 나라를 알리고 시장을 만들고 산업을 만든다. 이것이 문화가 가진 힘이다. 와인의 역사가 기원전 5,000년 경까지 올라가지만, 와인을 격식 있는 문화로,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불과 몇 세기 되지 않는다. 와인 산업을 문화 산업으로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와인 산업의 성장에는 와인 문화가 일조 했음에는 틀림 없다. 가치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된다.

이는 술 마시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문화예술만 관련된 것에만 '문화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모든 제조산업에 다 그 나름의 창조적이며 특수한 문화를 만들어야 지속적인 성장과 창의적인 혁신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 이가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한국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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