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3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인영균 끌레멘스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인영균 끌레멘스(지음), 분도출판사 고향집에서 성당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5월이지만, 꽤 더운 날씨의, 일요일 오전. 신부님은 강론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이야기하셨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세스 노터봄의 을 몇 년째 읽고 있는데, 이 기행수필은 노터봄의 명성에 걸맞게 예술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우아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여기엔 번역가 이희재 선생의 한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는 안다. 돌아오는 사람, 떠나가는 사람의 감정이 쌓일 대로 쌓여서 그곳에만 가면 어쩐지 반가움도 더 부풀려지고, 아쉬움도 더 부풀려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 이 세상에는 있음을. 섬세한 영혼을 가진 사..

문득 스페인에 가고 싶은 일요일

세스 노터봄의 여행 산문집 은 절판이다. 어렵게 중고로 구했는지, 이젠 중고 책들이 온라인 서점에 많아졌다. 어떤 책에 빠지면, 그 곳에 가고 싶고 그녀를 만나고 싶고 그 요리를 먹고 싶다. 노터봄의 이 책을 읽으며 스페인에 가고 싶어졌다. 유럽이면서 유럽이 아닌 곳, 스페인. 해외 여행은 이제 몇 년 후의 바람이 되었으니,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이나 만들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스페인의 내륙지방, 여기서 가고도 참 어려운 곳, 소리아가 궁금해졌다. 1960년대 초반 스페인의 지방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은 소리아Soria로 가면 된다. 관광객으로 흥청거리지 않으니 멀쩡한 옛날 건물을 헐 이유도 없고 볼썽사나운 콘크리트 블록으로 도시를 망가뜨릴 일도 없다. 나무를 알루미늄으로 바꿀 ..

창원발 서울행 중앙고속 버스 안

삼천원을 주고 매경이코노미 한 권을 샀다. 대합실은 설날답지 않게 한산했다. 버스 안에서 매경이코노미를 읽었다. 오랫만에 주간지 읽는 재미를 느꼈다. 그 일부를 옮긴다. 예종석 교수의 마지막 문장은 다소 희극적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실현가능성이 제로라는 점에서 희극적이라면 너무 비관적인가. 산티아고에 비는 내린다. (손현덕 국제부장) 1973년 9월 11일, 민주화를 부르짖던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의 총칼에 무너진다. 라디오에서는 계속 '오늘 산티아고에는 비가 내립니다'라는 방송이 나왔다. 군부쿠데타의 암호명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칠레 대통령으로 중도좌파연합의 미첼레 바첼레트라는 여성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녀는 스스로 "나는 칠레 보수 사회가 증오하는 모든 '죄악'을 대표한다"라고 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