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성 2

'아르세니예프의 생',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아르세니예프의 생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지음), 이희원(옮김), 작가정신, 2006년 아르세니예프의 생 -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지음, 이희원 옮김/작가정신 1. ‘그래, 그랬지. 나는 지금 이 순간 늙어가고 있고, 지나간 일 따윈 돌이킬 수 없지. 하지만 밀려드는 슬픔은 왜일까’라는 말을 하기 위해 나는 이 소설을 6개월 동안 가슴 조이며 읽었다. 6년에 걸쳐 번역한 소설을 나는 6개월에 걸쳐 읽으며, 한 장 한 장마다 러시아의 차가운 서정(敍情)을 느꼈고 거친 대지의 순수 속으로 빨려 들어갔으며, 한 영혼이 어떻게 서글픔에 잠긴 채 과거를 되새길 수 있는가를 보았다. 나는 목격자이며, 방관자였고, 공범이 되었다. 지금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지나쳐 버린 세월에 대해, 무채색으로 흐려져만 ..

김초희 전, 한전프라자갤러리

김초희 전 2010. 2. 16 ~ 25 한전프라자갤러리 Installation View 적동, F.R.P, 우레탄도장, 나무, 브론즈, 천, 광원 _ 가변크기 _ 2010 큰 갤러리 안에 꽃잎들이 나풀거린다. 쓸쓸한 도시의 애처로운 마음이 곱게 펼쳐진 꽃잎에 깃든다. 김초희 작업은 낯설고 신기하다. 작가를 만나면 더 신기하다. 자기보다 큰 꽃잎을 전시장에 펼쳐놓은 젊은 여성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새삼스럽게 꽃잎이 가는 다양한 의미들과 조형성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가벼운 바람에, 갑자기 낮아지기도 하는 기온에, 어쩌면서 보이지 않는 나무의 변덕스러운 마음으로 아래로 떨어진 잎새를 표현하는 작가는 꽃잎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꽃잎의 물성을 그대로 형상화시키며 꽃잎이 우리에게 서정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