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12

작은 방주 - 최우람 전, 국립현대미술관, 2022.09.

작은 방주 - 최우람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2.09.09 ~ 2023.02.26 최우람은 국내에선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작가이다. 자주 만날 수 있는 작가이다. 다만 이번 전시처럼 큰 작품을 자주 보기란 쉽진 않지만. 기계에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할까. 그렇다고 기계가 따스해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따스한 생명체의 느낌을 차가운 메카닉으로 표현하였을 때의 낯설음, 기괴함, 아름다움, 그리고 차가움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더구나 현대적인 느낌보다는 고대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은 반복적인 기계 운동이 마치 고대 주술사의 몸짓처럼 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 탓일까. '기계의 주술성'의 관점에서 최우람의 작품 세계를 모색해보아야 상당히 흥미로울 것같다. 그래도 일..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리움

OLAFUR ELIASSON THE PARLIAMENT OF POSSIBILITIES LEEUM, 2016.9.28 - 2017.2.26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리움미술관 "I like to believe that the core element of my work lies in the experience of it" 올라퍼 엘리아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자연에서 영감받은 듯한, 빛을 반사하고 색조로 물결치는 유리, 그리고 인공적인 장치들을 통한 자연 현상들의 재현들로 갤러리, 혹은 미술관 안에서 자연을 느낀다. 2017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는 그 해 가장 성공적인 전시였으며, 관람객들에게는 보기 드문 감동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계..

어빙 펜Irving Penn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어빙 펜(Irving Penn)의 사진을 자주 보았지만(그만큼 유명한 탓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형적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어빙 펜 이후의 많은 패션 사진 작가나 사진기자들이 어빙 펜의의 사진을 따라하였기 때문임을. 최봉림의 글을 읽으면서 어빙 펜과 함께, 어빙 펜이 찍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아마 관심에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미스에 대해서. 회화에 잭슨 폴록이 있다면 조각에는 데이비드 스미스가 있다고 해야 하나. Portrait of Smith by an unknown photographer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는 피카소, 홀리오 곤잘레스(Julio Gonzale..

올림픽과 예술 - JR (프랑스 예술가)

리오데자네이루의 어느 아파트 위에 설치된 높이뛰기 선수의 모습. 전형적인 프로퍼간다(propaganda)이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건 작품 자체가 가지는 완성도 때문일 게다. 프랑스 예술가인 JR은 이미 이 분야에선 세계적인 명성을 지녔다. 올해 봄, 그의 장기인 눈속임으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이렇게 만들었다. 루브르 광장 앞 피라미드에 아래와 같이 작업한 것이다. 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1989년 미국인 건축가 I.M.페이에 의해 만들어진 투명 피라미드는 17세기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축된 루브르 궁와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근대와 대비되는 현대의 정신을 보여준다고 할까. JR는 이 투명 피라미드를 살짝 지우면서, 다시 이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피라미드에 담긴 어떤 태도를 되새기길 원하는 것이다..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2014.9.30 – 2015.3.1 (현대자동차 http://brand.hyundai.com/ko/main.do) 그 공간에 서면, 작품 한 가운데 서면, ‘여긴 어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빨리 나가거나 계속 머무르거나. 에서. 2014년 이불은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에 2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와 . 둘 다 기계적 초현실주의, 혹은 실험주의라고 할까. 미술에서 초현실주의나 실험주의라고 하면, 반-기계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이탈리아의 F.T.마리네티Marinetti는 미래주의를 주장하면서 기계적 특징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하지만 그 흐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금세 반-기계주의로 기울었지만. 내..

'싹' 그리고 '정물화: 살아있는 것의 소고' - 김주연 사진전

'싹' 그리고 '정물화: 살아있는 것의 소고' - 김주연 사진전2016.4.7 - 5.3, 트렁크갤러리, 서울 트렁크갤러리도 참 오랜만이었다. 설치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사진 작품으로 만났다. 2008년의 쿤스트독이었나, 아니면 다른 전시에서였나, 김주연의 작품을 만난 적이 있다. 선명한 작품 스타일로 한 번 보면 기억하게 된다. 그 동안 다양한 공간/물건에 식물을 키웠는데, 이번엔 옷이다. 김주연, 존재의 가벼움I -2,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44×108cm, 2014 시간은 현대 미술에 있어서 중요한 화두다. 김주연은 그 위로 생명의 시작과 끝은 넣으며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공간을 탈세속화시킨다. 세속에서 일정 기능을 수행하는 어떤 것에 씨앗을 심음으로서, 그것이 가지고 있던 세속의 기능을 잃게..

양혜규 Haegue Yang

양혜규. 2010년 아트선재센터의 전시는 꽤 충격적이었다. 즉물적이면서 날카로운 느낌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토테미즘적인 분위기는 나에겐 매우 낯선 작품들이었다. 그 세계는 근대적 현실에 기초하고 있으나 근대적 삶을 도려내고 근대의 맨 얼굴을 드러내며 파괴한다. 그리고 그 세계의 복원을 주술적 방식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할까. 이번 전시도 이러한 경향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 맡은 프로젝트로 인해 나는 거의 전시를 보지 못했고, 얼마 전 리움에 열린 양혜규의 개인전도 가지 못했다. 뒤늦은 후회를 만회하고자, 양혜규의 몇몇 문장과 이미지를 저장한다. * * "몇 년 동안 블라인드에 빠져있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조명이 진하게 지나가는 날카로운 선은 성적인 쾌감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멋있게..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대척점의 항구(Port of Reflections)

Leandro Erlich 레안드로 에를리치Port of Reflections 대척점의 항구2014. 11. 4 - 2015. 9. 1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 2014 2012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전시 이후 다시 만나는 레안드로 에를리치다. 1973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인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2001년에 이미 베니스 비엔날레에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했다. 이십대 후반에 이미 그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셈이다. 2005년에 다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고, 2000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 2001년에는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이른 나이에 세계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했는데, 이번 국립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는 그간 그가 보여주었던 공간의 착..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리움, 2012.10-2013.2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2012.10.25 - 2013.2.8 삼성미술관 Leeum 황량한 현대 미술의 첨단에 카푸어가 불과 몇 명의 위대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우뚝 서 있음은 하나의 구원이다. 시각의 초월적인 기능, 아트의 건전한 엘레멘트의 구사, 풍요로운 표현방식, 긍정적인 미지의 암시 등으로, 그 환기력의 유효성을 정면에서 입증해주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 이우환 * * (리움에서 출간된 아니쉬 카푸어 도록. 잘 만든 도록이다) 전시를 본 것은 일 여년 전이지만, 아니쉬 카푸어는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책상 구석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아니쉬 카푸어의 도록 탓도 있었지만, 전시 공간 안에서 보여주는 놀라움과 경이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여는 듯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도록 - 아..

올해의 작가상 2012,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Korea Artist Prize 2012 국립현대미술관(과천)2012. 8. 31 - 2012. 11. 11 * 아래 전시 설명에 사용된 작품 이미지는 국립현대미술관(http://www.moca.go.kr)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오랜만에 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었다. 완연한 가을 하늘이 펼쳐졌고 도심이 벗어난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전시를 챙기는 것이 예전만 못하다. 직접적인 돈벌이와 관련없는 일이 된 지 오래 되었다. 가끔 있는 원고 청탁으로 전시를 보긴 하지만, 매우 드문 일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일상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전시를 챙기기엔 내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전시 보러 가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되었고, 더구나 꼬박꼬박 기록하던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