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느강 3

루브르와 세느강

길을 가다 사진을 찍었다. 며칠 날이 흐리다가 화창하게 해가 났다. 걸어 루브르에 갔다. 예술의 다리 위에서 세느강 동쪽으로 보면서 찍었다. 잠볼노랴의 '헤르메스'다. 날아갈 듯한 가벼움. 매너리즘 조각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각작품이다. 폰토르모의 작품이다. 화사한 색감의 무너지는 듯한 라인들은 16세기 후반의 심리적 경향을 보여주었다. 성 제롬이 종교적 황홀경에 빠진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종교적 황홀경을 표현한 작품들은 많다. 이들 작품들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아도 무척 재미있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가을의 오르세(Orsay)

어제 오전 일찍 나와, 세느강 옆을 걸었다. 서울은 마치 표준화, 규격화, 효율화의 전범처럼 꾸며져 있다면, 파리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르다. 얼마 전 서울시 청사의 재건축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느강 옆을 걸으면서 보게 된 강 옆에 놓인 배들의 모양 하나하나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설계되고 장식되어 있었다. 동일한 디자인의 아파트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서울은 꼭 20세기 초 근대주의자들의 잃어버린 로망을 되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인다. 하나가 잘 되면, 그 하나를 따라하기 바쁘다. 한국 사업가들이 '벤치마킹'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있어 세계가 놀랄 정도의 시간 단축을 보..

파리에 왔다.

파리에 왔다.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전시 준비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고 비상식적으로 올라간 환율 때문에 계획했던 일 몇 가지를 못할 것같다. 그리고 예정에 있었던 이스탄불 방문은 다음 기회로. 파리의 여러 미술관과 FIAC를 방문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미래는 계속 유예되고 있는 느낌이다. 파리라는 도시의 모습보다 파리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파리의 매력을 이끄는 힘인 듯 싶다. 비좁은 카페에서 길을 지나는 행인들과 아래로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 그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담배를 피운다. 거리는 온통 담배 꽁초들로 가득하고 거리는 차로 밀린다. 오래 전에 파리로 유학 왔더라면, 후회하지 않았을 듯 싶다.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고 한다. 조금 늦은 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