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일찍 나와, 세느강 옆을 걸었다. 서울은 마치 표준화, 규격화, 효율화의 전범처럼 꾸며져 있다면, 파리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르다. 얼마 전 서울시 청사의 재건축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느강 옆을 걸으면서 보게 된 강 옆에 놓인 배들의 모양 하나하나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설계되고 장식되어 있었다. 동일한 디자인의 아파트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서울은 꼭 20세기 초 근대주의자들의 잃어버린 로망을 되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인다. 하나가 잘 되면, 그 하나를 따라하기 바쁘다. 한국 사업가들이 '벤치마킹'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있어 세계가 놀랄 정도의 시간 단축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