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7

조르주 상드의 편지, 조르주 상드

조르주 상드의 편지 Correspondance 조르주 상드George Sand(지음), 이재희(옮김), 지만직고전선집 아름다운 계절이 오면 우리를 만나러 오세요. 우리 모두 기뻐할 거예요. 우리는 당신을 존경하는 만큼 또 사랑하기도 하니까요. - 이반 투르게네프에게, 1876년 2월 19일 (209쪽) 어쩌면 어떤 감미로움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뜬금없고 철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내 존재를 소진시킨 그 기쁨들과, 숨이 막힐 듯이 가쁘게 뛰던 그 심장 박동소리를 어떤 마음의 동요나 회환이 없이 회상해 봅니다. 그것이 행복이었을까요? 무엇보다 황홀한 생각에 빠져 있다가 불현듯 깨어났을 때, 분명 하늘의 소리이기는 했지만 뭔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아들의 침대로 부랴부랴 달려갔을 때, 그것이 행복이었을까요? 아..

책상 위 풍경, 1월 10일 일요일

2020년 1월 10일 일요일 저녁, 책상 위 풍경 인스타그램을 보니, 자기가 공부하는(혹은 책을 읽는) 책상 위를 찍는 이들이 있었다. 다양한 펜들로 공책에 필기 하고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긋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나도 한 두 번 찍어보다가, 어쩌면 이것이 내 기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르렀고, 이렇게 카테고리를 만들어 업로드를 해 본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시간은 거의 없는 직장인인지라, 이것도 내 보잘 것 없는 허영에 기댄 놀이같달까. 또는 구입하긴 하였으나, 완독하지 못해 소개하지 못한 책들을 이렇게 보여줄 수도 있을 것같고 좋은 음반이나 이것 저것도 알려줄 수 있을 것같기도 하고. 첼리비다케. 내가 선호하는, 그러나 어떤 연주는 지독하게 느려터져서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

비 내리는 날의 녹턴

이렇게 비 올 땐 쇼팽이구나. 쇼팽의 녹턴만 들으면 왜 고등학교 때 가끔 주말마다 가던 창원 도립 도서관 생각이 나는지 몰라. 노오란 색인표를 뒤져가며 책을 찾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고 혼자 온 나를 사이에 두고 앞서 책을 빌리던 아저씨는 무슨 책을 빌렸나 뒤에 빌린 그 소녀는 무슨 책을 빌렸나 궁금해 했지. 아무 말 없이 서서 물끄러미 창 밖을 보며 아주 잠시 내 미래를 생각했어. 그 옆을 지키던 네모난 색인표를 넣어두던 서랍장과 책들 사이로 지나는 서늘하고 무거운 공기들 사이로 계단이 이어지고 해가 살짝 기울어, 도서관 앞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할 때쯤 나들이 나선 여학생들의 깔깔거리던 소리들과 ... 지금도 그 자리에, 그 도립도서관은 그대로 있을려나. 내가 타고 다니던 그 시내버스도 그대로..

루빈스타인(Rubinstein)의 쇼팽(Chopin) 즉흥곡

Chopin, Fantasie-Impromptu No.4 in C sharp minor, op.66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ur Rubinstein의 쇼팽Chopin을 꺼냈다. 폴란드 태생의 작곡가 쇼팽과 폴란드 태생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 루빈스타인하면 쇼팽이 떠오르고 쇼팽하면 루빈스타인이 떠오른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와 쌍벽을 이루며, 한 시대의 피아노를 지배했던 그의 음반을 꺼내 듣는다. 상쾌하지만, 금세 쓸쓸한 기분에 잠겨 들고, 어쩔 수 없이 쇼팽인가 하며 중얼거린다. 내가 좋아하는 곡은 쇼팽의 즉흥곡Impromptu. 방 안 가득 피아노 소리가 깔리고 방금 내린 커피로 나는 목을 적신다. 음악은 마치 사랑에 빠진 외로운 마음을 닮아서, 어떤 때는 화가 나는 마음..

일상

일(프로젝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든 해주면 무조건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일,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 딱 노력한 만큼만 대가를 받는 일, 노력해도 본전치기이거나 도리어 욕먹을 일 등등.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구분할 능력도, 구분할 생각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몸은 늘 피곤하고 마음은 항상 가난한 것인가. 어제는 종일 두통에 시달렸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탓인지, 매우 우울하고 기운 빠지거나 기분만 상하던 날이라, 양재동 갤러리를 잠시 들른 후, 곧장 신촌으로 가 맥주 3병을 마셨다. 급하게 마신 탓인지 취기가 금세 올라, 카페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남짓 흐른 후 일어나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자정이 되기 전 잠자리에 들었으며, 오전 6시에 잠자리..

위기는 기회

되돌아보면, 참 별 일 많은 인생이었다. 하나하나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고 종종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방만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업로드 하자, 기분이 착찹해졌다. 불안해지기도 했다. 오늘 날아온 와튼스쿨의 뉴스레터에선 이런 불경기야 말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적기라고 적었다. 그런데 이는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정말로 위기는 기회다. 이력서 업데이트를 바이올린을 들었다. 이런 가을, 바이올린 소리는 종종 알지 못하는 인생의 깊은 심연을 보여주는 듯하다. 1950년대 녹음된 Michael Rabin의 연주다. 36살에 죽은 비운의 바이올리니스트이며 동시대 연주자들 중에서 가장 두각을 보였던 천재였다. 쇼팽(Cho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