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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이렇게 비 올 땐 쇼팽이구나. 

쇼팽의 녹턴만 들으면 왜 고등학교 때 가끔 주말마다 가던 창원 도립 도서관 생각이 나는지 몰라. 

노오란 색인표를 뒤져가며 책을 찾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고 

혼자 온 나를 사이에 두고 앞서 책을 빌리던 아저씨는 무슨 책을 빌렸나 뒤에 빌린 그 소녀는 무슨 책을 빌렸나 궁금해 했지. 

아무 말 없이 서서 물끄러미 창 밖을 보며 아주 잠시 내 미래를 생각했어. 

그 옆을 지키던 네모난 색인표를 넣어두던 서랍장과 책들 사이로 지나는 서늘하고 무거운 공기들 사이로 계단이 이어지고 

해가 살짝 기울어, 도서관 앞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할 때쯤 나들이 나선 여학생들의 깔깔거리던 소리들과 ... 

지금도 그 자리에, 그 도립도서관은 그대로 있을려나. 

내가 타고 다니던 그 시내버스도 그대로 있을려나. 

그렇게 내가 짝사랑하던 그녀, 그녀의 흔적들도 그대로, 그 곳 어딘가 숨겨져 있으려나. 남아 있으려나. 

이렇게 비 올 땐 쇼팽이구나. 

얇고 슬프지만, 단단한 피아노 소리가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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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Fantasie-Impromptu No.4 in C sharp minor, op.66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ur Rubinstein의 쇼팽Chopin을 꺼냈다. 폴란드 태생의 작곡가 쇼팽과 폴란드 태생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 루빈스타인하면 쇼팽이 떠오르고 쇼팽하면 루빈스타인이 떠오른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와 쌍벽을 이루며, 한 시대의 피아노를 지배했던 그의 음반을 꺼내 듣는다.

상쾌하지만, 금세 쓸쓸한 기분에 잠겨 들고, 어쩔 수 없이 쇼팽인가 하며 중얼거린다. 내가 좋아하는 곡은 쇼팽의 즉흥곡Impromptu. 방 안 가득 피아노 소리가 깔리고 방금 내린 커피로 나는 목을 적신다. 음악은 마치 사랑에 빠진 외로운 마음을 닮아서, 어떤 때는 화가 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다시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며 평정을 되찾기를 여러 차례 … 창 밖으로는 거센 폭풍우가 지나지만, 튼튼한 벽돌로 지어진 주택의 거실 창문 안으로는 오직 마음의 아름다운 태풍이 실내의 온기 속에서 조용히 내려앉는 듯한, 그런 음악이다.

웹 검색을 통한 쇼팽의 즉흥곡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하네커가 ‘분방한 감정과 묵상적인 의지로 이루어진 독창적인 네 개의 즉흥곡’이라고 표현한 이 곡은, 쇼팽의 다른 곡과 같이 그의 천재를 나타낸 대표적인 것으로, 약간의 과장된 구상과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끓어오르는 그의 악상이 생생하게 흘러 넘치고 있다.

제1번 A♭장조 작품29번.
네 곡 중에서도 특히 즉흥 기분이 넘치고, 처음부터 끓어오르는 듯하면서도 장난치는 듯한 성질을 지녔으며, 자연 그 자체와 같은 자애로운 마음으로 맑고 명백하고 진실하게 불려진다. 1837년 출판.

제2번 F#장조 작품36번.
‘과거의 따뜻한 은혜와 사랑을 처량하게 묵상하는 한 개의 발라드이다’라고 하네커가 평했는데, 꿈꾸는 듯한 노래, 환상, 모두가 즉흥의 이상답게 실감대로 그것을 암시하고 있다. 1839년 작.

제3번 G♭장조 작품51번.
우수의 쇼팽을 나타낸 듯한 곡인데, 네 개의 즉흥곡 중 가장 어려운 것으로 인정받고 있고, 부드럽고 울적한 시정(詩情)을 띠고 있다. 1842년 작.

제4번 c#단조 작품66번 (「환상 즉흥곡」).
쇼팽의 사후에 발견된 곡으로서, 쇼팽은 ‘내가 죽은 후 파기해 주기 바란다’고 유언했는데, 오늘날에는 오히려 전곡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매혹적이며 안타까운 슬픔과 상냥함이 깃든 곡이다. 1834년 작.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00804



오늘 오후 키신Kissin의 쇼팽과 미켈란젤리Michelangeli의 쇼팽도 들을 생각이다. 19세기 초반 전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낭만적 세계 속에서 쇼팽의 음악은 달콤한 슬픔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듯하다. 그래서 더 슬프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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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프로젝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든 해주면 무조건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일,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 딱 노력한 만큼만 대가를 받는 일, 노력해도 본전치기이거나 도리어 욕먹을 일 등등.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구분할 능력도, 구분할 생각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몸은 늘 피곤하고 마음은 항상 가난한 것인가.

어제는 종일 두통에 시달렸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탓인지, 매우 우울하고 기운 빠지거나 기분만 상하던 날이라, 양재동 갤러리를 잠시 들른 후, 곧장 신촌으로 가 맥주 3병을 마셨다. 급하게 마신 탓인지 취기가 금세 올라, 카페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남짓 흐른 후 일어나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자정이 되기 전 잠자리에 들었으며, 오전 6시에 잠자리에 일어났다.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마시며, 아주 오래 전 사연을 지닌 쇼팽의 녹턴을 듣고 있다. 그 사이 새벽의 어둠은 사라지고 지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아침이 왔다. 잠시 티브이를 틀어 뉴스를 보았으나, 사건 사고로만 가득한 세상과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 뉴스뿐이었다. 내 삶이 다소 건조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약간, 혹은 매우 슬퍼졌다.

북마크가 된 어느 일본 갤러리에 들렸더니, 베를린에서 귄터 워커(Gunther Uecker) 전시를 내년 초까지 하였다. 올해 만났던 작가들 중에서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들었던 작가였다. 그의 캔버스 위에 촘촘히 박힌 못은, (그의 생각이 어떤 것이었던 간에) 마치 내 가슴을 파고 드는 듯, 아팠다.

 
 
Gunther Uecker
Grosser Wald (Large Forest)
1988/1991
seven parts, wood and nailsheight
110-170 x diameter 80 cm
이미지 출처: http://www.akiraikedagallery.com/berlin.htm 


다행이다. 지치고 아프더라도 사람은 늘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거친 세상의 방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몇 통의 메일을 보내고 운동을 하고 종일 집에 있을 생각이다. 상처입지 않기 위해 무수한 노력과 주의를 기울이지만, 놀랍게도 상처 입는 건 나 혼자 뿐이더라.

요즘 글 한 편 쓰고 있는데, '눈 속에 갇힌 남자 이야기'다. 그런데 이 남자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이 남자 생각만 하면 안타깝고 화 나고 아플 뿐이다. 그래서 내가 픽션을 쓰지 못하는 것이리라.




Yundi Li plays Chopin Nocturne Op. 9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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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면, 참 별 일 많은 인생이었다. 하나하나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고 종종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방만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업로드 하자, 기분이 착찹해졌다. 불안해지기도 했다. 오늘 날아온 와튼스쿨의 뉴스레터에선 이런 불경기야 말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적기라고 적었다. 그런데 이는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정말로 위기는 기회다.

이력서 업데이트를 바이올린을 들었다. 이런 가을, 바이올린 소리는 종종 알지 못하는 인생의 깊은 심연을 보여주는 듯하다. 1950년대 녹음된 Michael Rabin의 연주다. 36살에 죽은 비운의 바이올리니스트이며 동시대 연주자들 중에서 가장 두각을 보였던 천재였다.


쇼팽(Chopin), Nocturne, o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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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들어가서 아래 비디오를 보았다. 쇼팽이다. 봄날 오후, 쇼팽만 한 게 있을까.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다른 연주 비디오를 볼 수 있다.)



중국계 피아니스트로, 리스트를 특히 잘 연주한다고 한다.
이 때 Yundi Li는 만장일치로 최고 연주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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