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 3

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 롱기누스

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롱기누스(지음), 김명복(옮김),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2년 수사학 책이다. '숭고sublime'에 현혹된 셈이다. 역자인 김명복 교수에 의하면, 숭고의 개념은 수사학에서 시작되어 문화와 예술 전반에, 그리고 자연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숭고'(예술과 미학에서의)와 롱기누스가 이야기하는 바 '숭고'(수사학에서의)는 다른 것이다. 이 책은 웅변술, 저술에서의 표현과 수사법에서의 숭고에 대해서 논의한다. 진정한 숭고미란 내적인 힘이 작용함으로, 우리의 영혼이 위로 들어올려져, 우리가 의기 양양한 고양과 자랑스런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고, 우리가 들었던 것들을 마치 우리 자신이 그들을 만들어냈던 것과 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 - 29쪽 그래서..

두 얼굴의 ‘숲’

두 얼굴의 '숲' 문명화된 숲 어렸을 때, 나는 언제나 마을 뒷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채 열 살도 되지 않았을 무렵의, 내 호기심을 자극하던 뒷산 너머에 있을 그 무언가, 미지의 세계. 거대한 바다가 있거나 반짝이는 조명으로 찬란한 대도시이거나, 아니면 내가 세계 최초로 발견하게 되는 외계인 마을이거나. 그리고 결국 나는 뒷산에 오르고 만다. 오전 일찍 집을 나선 나는 마을 뒤로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키에 적당한 길이로 나무 가지를 꺾어 지팡이로 사용하면서. 그렇게 몇 시간을 올라갔을까. 산 정상은 보이지 않고 좁은 길 흔적마저도 사라진 채,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새들 소리만 들리고, 눈앞에는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 속으로 가느다랗게 내려앉은 햇빛뿐. 이..

숭고에 대하여

최후Ultime는 실패인 동시에 약속이고, 버려짐인 동시에 구원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이들에겐 구제자이기도 하다. 숨을 거두며 최후의 말을 남기는 사람은 그 말과 함께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곳으로 간다. 그는 패배하되 남은 이들이 거둘 수 있는 하나의 말을 남겼으니, 죽음이여, 너의 승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최후의 말은 통과를 위한 암호이다. 또 숭고의 도식이다. 우리는 파스칼적인 의미의 불균형disproportion에 용감히 맞선다. 그러자 그 위압적인 것이 음악적으로 변모하면서 무릎을 꿇고 만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우리를 쓰러뜨리는 것이 한 마디 말에 의해 상쇄되다니. 그 때 그 말은 하나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어떤 조건 하에서는 내일 없는 패배도 패배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위압"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