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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2016. 06. 01.



이럴 때 어색하지, 그다지 좋지 못한 형편인데도 불구하고 주위 풍경이 참 여유로워 보일 땐, 슬프지, 가진 게 없는데 모든 걸 가진 듯한 풍경 속에 있을 땐 참 슬프지, 너무 슬프지. 


하나의 직선 양 쪽 끝에 서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만, 흘러가는 세월 속에 다 부질없어, 목소리는 잠겨 나오지 않아, 이젠 말라 흘릴 눈물마저 없어, 그럴 때 별안간 나타난 여유롭게 행복한 사각의 공간은 너무 어색해, 어색해, 찡그린 채 웃고 말지. 


텅 빈 도로를 지나치는 바람이 반가워 손을 내밀지만, 그는 잡히지 않아, 바람이지. 모니터 속 그녀는 나를 향해 웃고 나도 그녀를 향해 웃지만, 우리의 웃음은 만나는 법이 없지.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그녀지. 


어느날 아이가 우주여행을 가겠다며 여행가방을 쌀 때, 나는 이미 어제 밤 꿈에 우주를 갔다 왔단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 나는 언제나 바람을 타고 계속 웃는 그녀와 함께 우주 여행 중이지, 꿈 속에서. 


참, 어색하고 슬프지. 내가 한없이 낯설어지는 풍경 속에 익명의 사물이 될 때, 그렇게 있지만 없는 이가 될 때, 너무 슬프지, 그렇게 슬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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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화창한 일요일, 사무실에 나왔다. 일요일 나가지 않으면 일정대로 일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잘못된 채 시작되었다. 하긴 대부분의 IT 프로젝트가 이런 식이다.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제대로 기획되었더라도 삐걱대기 마련이지.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사무실에 나와 허겁지겁 일을 했다.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나와, 여의도를 걸었다. 집에 들어가긴 아까운 날씨였다. 그렇다고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시를 보러 가긴 너무 늦었고 ... 결국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책이나 읽다 들어가자 마음 먹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5월 햇살은 따스함을 지나 따가웠다. 봄 무늬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처녀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지만, 그녀들도 사랑을 잃은 날 밤, 쉬지 않고 울 것이고 결국엔 사랑을 믿지 못한 채 늙어갈 것이다. (이건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지 


몇 개의 카페를 보내고 난 다음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고 안에선 밖이 잘 보였다. 카페 밖엔 사람들이 없었고 까페 안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스타벅스 특유의 소란함이 커피 향 사이로 밀려나왔다. 


약간의 공포를 느꼈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내 고요한 휴식을 취하러 왔단 말인가.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카페에서 혼자 시간 보내기를 잘 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두 세 시간 동안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고 온다고 하지만, 나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하지만 미련스럽게도 자주 시도하지)


2.

카페의 소란스러움은 가라앉은 척 했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사물들의 소리와 뒤섞이며 공명했다. 소리들은 일정한 패턴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딪혔다. 내 귀를 귀찮게 했고 얼굴을 때렸으며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창 가 자리를 앉으려 했지만, 슬픈 5월의, 따가운 햇살은 커다랗고 투명한 창을 그대로 지나 내 몸을 데웠다. 결국 그늘진 안 쪽 자리로 옮겼다. 


둥근 테이블에 앉아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했다. 뭔가 근사한 문장을 적고 싶지만, 문장이 근사할 땐 오직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사랑을 얻어낼 때 뿐이다. 문장은 차분한 사랑의 확신 속에서 대기 속으로 흘러나와야 하고 그녀는 그 흘러나오는 문장의 모습을 보아야만 한다. 이 순간, 진짜 사랑은 시작된다,고 믿었지만, 그 때 내 나이 27살이었고, 나는 거짓말을 했다.  





3.

중년의 사내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릴 때, 그는 우연히 마주 치는 시선 속엔, 늘 말 못 할 비밀이 있거나 흐느적거리는 슬픔이나 터놓고 내뱉고 싶은 사연이 숨어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확고해질 때면, 황급히 책 속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옆자리에 앉은 이에게 다가가지 않는 용기를 발휘했다. 다행한 일이다. 


4. 

우리는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타인이라고 여기지만, 언젠가부터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나도 그들에게 익명이고, 그들 또한 나에게 익명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익명을 공유하는 하나의 거대한 자아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아는 목적 없이 대도시의 대기 속을 새벽까지 떠돌다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꿈 속으로 사라지겠지. (아, 지금은 아닌가)    





5.

카페에서 혼자 오래 앉아 있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어떤 휴식들이 필요해서지만, 휴식을 취하고 나오는진 모르겠다.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하기도 하고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내 펼치기도 하지만, 1시간 이상 버틴 적은 없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집중해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결국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지만, ... 재미없는 풍경 속으로 내 스스로 들어가는 꼴이다.


6. 

하지만 가끔 근사한 향기를 가진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가끔 삼성동에 갈 일이 있으면 에스프레사멘테 일리를 들리곤 한다. 길을 가다 무심코 들렸다는 듯 성의 없는 목소리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러면 정말 근사한 커피가 나온다. 





7. 

쓸쓸한 일요일이다.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 마음은 어수선하고 몸은 피곤하기만 하다. 나라는 엉망이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알고 있을 텐데, 저러는 걸까. 아니면 정녕 모르는 걸까.


최근 들어 자주 주말에 나가 일하게 된다. 단기 목표는 있으나,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마음은 아직도 스무살 때처럼 정처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데, 술 마실 친구들도 드물고 술 마시는 것도 부담스러운 노화가 시작되었다. 거참. ... 어느새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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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내 마음에, 그대 가슴에, 온 우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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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난 다음, 우리가 정확하게 아는 사실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우리에겐 구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그 전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끔 할 수 있었다.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잘못 엮어져, 차마 말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그리고 승객들은 전화통화를 하다가, 구조를 기다리다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죽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 이 나라는 한 걸음도 앞으로 가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가진,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일이 왜 일어났고, 왜 구조 작업은 그 따위로 진행되었으며, 구조 과정 속에서 일어난 어수선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 기사를 보다가 희안한 광경을 목격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7096502 


댓글들을 한 번 보라. 국민 대다수가 유가족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믿고, 적어도 그들의 슬픔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댓글들은 너무 편파적이지 않은가? 이는 다음도 마찬가지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40831162506171  


도대체 이런 댓글은 왜 달리는 것일까? 도대체 지금 정부와 여당은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얼마나 많은 조직들이 달라붙어서 이런 댓글 작업을 하는 걸까? 그리고 이런 댓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마음이 흔들릴 것이라고 믿는 걸까? 


이미 언론은 장악했고, 이제 댓글까지 장악할 심산인 듯 싶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가? 권력과 부인가, 아니면 상식을 가진 국민들인가? 어쩌다가 나라 꼬라지가 이렇게 변한 것인가? 


**


가끔 정치 관련을 올리긴 했지만, 세월호 이야기를 거의 적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슬프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 글마저 쓰는 것도 미안하고 죄송했다. 그런데 최근 기사들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니, 황당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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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스물다섯 무렵, 마흔 넘은 사람들을 경멸했고, 마흔 넘은 사람들을 증오하던 삼십대를 만났다. 그리고 내가 마흔이 넘었다. ... 잠자리에 누웠다가, ... 여기가 바다인가 싶어 너무 눈물이 났다. 내가 너무 밉다. 우리가 너무 밉다. 



--- 


며칠 전 새벽, 이렇게 적고 무척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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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이십대인데... 블로그 글로 뵀었을 때는 이십대가 보기에 좋아보이시는 사십대이신데요? ㅋㅋㅋ

    글이 너무 재밌어서 한참을 보고 있어요. 답글 너무 마니 달아서 약간 눈치 보이는 정도 ㅎ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 세월호 사태 때 적은 메모예요. 사십대라는 나이가 어렸을 때, 참 거창해보였는데, 막상 나이 들고 보니, 참 어리숙하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나이네요. 거참,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아, 20세기 초반 프랑스의 실존주의자였다면, '아무 목적도 없이 태어났으니, 그냥 자유롭게 살아라'라고 했을 텐데, ... 그 때로부터 시간도 멀고 거리도 참 머네요. ~~.. 댓글 감사합니다. : )

애도 일기 Journal de deuil 

롤랑 바르트(지음), 김진영(옮김), 이순 




이 책은 바르트의 어머니인 앙리에트 벵제(Henriette Binger)가 죽은 다음부터 씌여진 메모 묶음이다. 그의 어머니가 1977년 10월 25일 사망하고, 그 다음날 10월 26일 이 메모들은 씌어져 1979년 9월 15일에 끝난다. 그리고 1980년 2월 25일 작은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롤랑 바르트는 한 달 뒤인 3월 26일 사망한다. 그리고 그 해 쇠이유 출판사를 통해 이 책이 나온다.


롤랑 바르트 팬에게 권할 만한 이 책은 두서 없는 단상들의 모음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씌어지는 이 책은 짧고 인상적이다. 롤랑 바르트 특유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고 그의 슬픔에 대한 인상, 분석, 인용들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깊이 있는 분석이 있거나 설명이 있지 않으니, 독자들에겐 친절하지 못한 책이다. 문학비평가이자 이론가, 혹은 철학자로 알려진 롤랑 바르트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는 것도 적절하지 않으니, 이 책은 롤랑 바르트의 책 몇 권을 이미 읽은, 그리고 롤랑 바르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실은 아직도 사람들이 롤랑 바르트를 읽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롤랑 바르트를 읽지 못했음을 알고 꽤 슬펐다. 내가 읽었던 몇 권의 책, '롤랑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사랑의 단상', '작은 사건들', '이미지와 글쓰기', '카메라 루시다(밝은 방)', ... 그러고 보니, 이 책들을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으니, 나는 참 오래 떠나 있었다. 


이 책은 그가 죽기 전 발간된 책인 '카메라 루시다'에 대한 배경을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역자는 후기에서 푼크툼을 이야기하며, 이 책 - 애도일기 - 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니, 아직 '카메라 루시다'를 읽지 않았다면, '애도일기'와 함께 읽으면 좋다. 


(아래 사진들은 애도일기의 표지들이다.)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저 | 김진영역 | 이순 | 2012.12.10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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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자, 철이 들자, 결혼 생각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집은 내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 먼 바다로 흘러들었다. 한동안 육지 생활만 했다. 거친 흙바람 사이로, 붕붕 거리는 검은 자동차들 사이로, 수직성의 공학적 규율로 세워진 빌딩들 사이로, 거대한 거짓말로 세워진 정치적 일상 속에서 시는 없었고 시집은 죽은 것으로 취급되었다.

여름이 왔다, 갔다.

외로움이 낙엽이 되고 흙이 되고, 몇 해의 시간이 지나자 사랑이 되어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랐다. 먼 바다로 나갔던 시집은 지친 기색도 없이 이름 모를 바다 해변가로 밀려들었고 그제서야 나는 육지 생활에서 한 숨 돌릴 수 있는 무모함을 가지게 되었다.

시집을 샀다, 놓았다, 펼쳤다.

심보선은 2011년의 대세다. 몇 년이 지난 그의 시집을 서가에서 꺼내 읽는다. 읽는 내내 이름 모를 바닷가 내음이 밀려들었다. 공상의 냄새이자, 상상의 향기였다. 그렇게 내 거친 일상이 무너졌다.

어느 여름날 나는 시집을 읽었다. 마흔을 갓 넘은 어느 사내의 시집을 마흔이 될 사내가 읽었다. 시집은 그저 시집일 뿐이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10점
심보선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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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쓸쓸한 하늘 가까이 말라 휘어진 잔 가지들이 재치기를 하였다.

죽음 가까이 버티고 서서 안간힘을 다해 푸른 빛을 받아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허공 가운데,

내 마음이 나부꼈다.

 


2.

익숙한 여행길의 낯선 파란 색이 건조한 물기에 젖어 떠올랐다

검은 빛깔의 지친 아스팔트가 습기로 물들었고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실룩거리는 엉덩이 위로

한 다발 꽃들이 피어나 꽃가루를 뿌렸다

붉은 색에 멈춰선 도로 위의 자동차 속에서 사내들이 내려

소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소녀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고

아직 어린 나는 공포에 떨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기 시작해 내 눈물은 강이 되어 내 육신을 싣고

아무도 없는 바다를 향해 떠났다.

 

  


3.

나에게 혼자냐고 물었다. 그녀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녀에게.

너는 혼자야 라고 그녀가 강력하게 입술을 갖다 대며 말했다.

나는 그렇지 않아, 나도 모르는 나들이 너무 많아 라고 말하며

입술을 돌렸다.

 

상처 난 바람이 콘크리트 벽을 스치며

스스로의 상처를 덧내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입술을 잘라, 그대 첫 눈에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태어나, 처음 당해보는 협박에

나는 무조건 미안하다며 빌었다.

 

그렇게 내 첫 사랑은 시작되었다.

 


4.

 

주먹을 쥐었다. 손을 폈다. 못생긴 손이다. 버림받은 손이다. 작은 손이다. 큰 것이나, 무거운 것이나, 아름다운 것이나, 자극적인 것은 들지도 못하는 손이다.

 

그 손의 소유자인 나는 비극적인 손의 인생을 잘 알지 못했다.

 

내 코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내 눈썹의 슬픈 사연을 뒤섞어

포스트모던한 비빔밥을 만들어 2005년산 보르도 와인에 넣어

못생긴 내 손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노란색 꽃무늬 벽지로 포장된 내 코, 내 눈썹, 자주 빛깔 내 손

위로

12월의 눈이 쌓이고 있었다. 




 

5.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어둠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어둠을 따라 마음도 오르락내리락 하며

그녀를 따라 내 몸도 오르락내리락 하며

 

 



6.

무수한 시간.. 앞에 서서 시간의 유형학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다.

기분 좋은 시간, 소중한 시간, 아팠던 시간, 증오스럽던 시간, 지랄 같았던 시간, 흥분되었던 시간, 고통스럽던 시간, … … 무수한 시간.. 앞에 서서

무수하게 조각난 나..을 찾고 있었다.

 

흰 눈처럼, 무한히 조각난 나..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찬 12월 도시의 허공을 떠돌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고 그도 나를 모른 척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 곳에도 나는 없고 이 세상 어디에도 나는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내 손은 참 못생겼다. 내 코는 징그럽고 내 눈썹은 지랄 맞다.

 

그렇게 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숨 죽인 채, 처마 밑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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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ping Woman (눈물을 흘리는 여인)
Pable Picasso. 1937년도 작.


그 유명한 '게르니카'도 1937년도 작품이고 이 작품은 '게르니카' 이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도라 마르(Dora Maar)로, 1930년대 중반부터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이다. 이 그림은 '눈물 흘리는 성모 마리아(Mater Dolorosa)' 도상의 현대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예수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 한 여인이 게르니카에서 일었던 참극에 대한 소식을 듣고, 혹은 그 참극을 보면서 오열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저 오열 자체도 일종의 참극처럼 보이는 건 무슨 까닭일까. 슬픔을 참지 못하고 그렇다고 슬픔을 격정적으로 표출하지도 못하고 ... 어쩌면 20세기 인간이 마주한 부조리함. 잘못된 것을 알면서 그것을 어쩌지 못하는 처지.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 게다.
(2006년 3월 3일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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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작품이다. 미사일 폭격이 이어지는 가자 지구가 휜히 보이는 언덕에 자리를 펴고 앉아 도시락 먹으면서 망원경으로 전쟁 구경하는 이스라엘 사람들 소식을 읽으면서, 과연 이 시대에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에선 한국도 별반 틀리지 않다. 1980년 광주가 그랬고, 1950년대 초반의 한국 전쟁도 똑같이 그랬다. 지극히 정상적인 어떤 사람들이 전쟁 때가 되면 미쳐버리는지 알 턱이 없는 일이다. 눈물 흘리는 성모(와 관련된 작품)가 모든 시대에 존재하는 것은 이 때문이고 언제나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력에 미친 사람들이 등장하면 매우 안정된 상태에 있던 나라에서도 극도의 혼란이 급속하게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난 10년의 세월이 잘 보여 주었다. 사라예보는 여러 인종들이 평화롭게 함께 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계몽된 도시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몇 년 후 보스니아 내전이 터지자 나라 전체가 살육과 강간에 물들었고, 사라예보는 폐허가 되었다.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중 하나였으나, 몇 년 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10대들이 약물에 중독된 채 결혼식 예복에 가발을 쓰고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쏘면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월드체인징', 26쪽, 바다출판사)

 

"이스라엘이 가자를 침공한 진짜 이유는 다가올 총선 때문이다. 총선에는 노동당·리쿠드당·카디마당 등이 각축한다. 카디마당 대표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이 뛰지만 노동당 당수 에후드 바라크(현 국방장관)에게는 안 된다. 결국 바라크와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나후의 대결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라. 군사행동이 왕성할 때 인기도 올라간다. 바라크는 군 출신이지만 네타냐후는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가자 침공은 주로 선거용이다."
- 왈리드 시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한국 겸임 대표 (중앙선데이, 2009년 1월 11일자)


빨리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폭격이 멈추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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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시속 백 킬로미터에서 백이십 킬로미터 사이를 오가는 속도 속에서, 나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월 말의 아침 하늘은 신비롭고 고요했다. 서해 갯벌 사이로 나있는 도로는 꽤 절망적인 근대성(modernity)을 가지고 있었다. 서유럽 나라를 가면 늘 깨닫게 되는 것이지만, 아직 한참 먼 한국의 정신적, 문화적 성숙도와 시스템을 선명하게 보게 된다.

종일 잠을 잤다. 잠을 자지 않을 때는 청소한다는 핑계로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며 방 안을 배회했다. 무려 이천 발자국 이상을 걸었다.

다행히 금붕어는 살아있었고 시든 화분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으나, 아직 남아있는 초록빛 생기는 나로 하여금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듯 보여 다소 간의 위안이 되었다. 몇 주 만에 짬뽕을 시켜 먹고 설사를 했다. 흥미로운 이율배반이었다.


첼리비다케의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가 담긴 낡은 LP를 들었다. 서울의 낮은 추웠고 밤은 아늑했다. 하지만 서울 변두리 동네의 일상적인 소음은 이 곳이 프랑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서가에서 지난 이천년에 있었던 ‘인상파와 근대미술-오르세 미술관 전’ 도록을 꺼내 뒤적거렸다. 그러고 보니 폴 고갱은 늘 뒷전이었다. 내 관심은 모네, 드가, 세잔, 고흐로만 이어졌지, 고갱은 고흐 옆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그런데 이 남자, 자신의 직업을 버리고 평생 가난한 전업 화가로, 두 명의 아내에게서 모두 버림 받는 남자로, 홀로 목판화 작업을 하다가 죽는다.


파리에서 만난 한 예술가에게 지나간 여자이름을 이야기하자, 아는 척 해주었다. 반은 기뻤고 반은 씁쓸리했다. 그는 파리 마자랭 가의 갤러리 Guislain-Etats d’Art에서 막 전시를 끝낸 참이었다. 그의 작품은 의미심장하고 슬펐지만, 그의 사각형 구도는 너무 차가워서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파리에 있는 동안 와인 한 잔 하리라 생각했지만, 생각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오랜만에 심야라디오를 듣고 있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향을 피웠다. 담배를 피웠다. 마음은 어떤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의 절반은 두려움이고 나머지는 포기다.


다닐 직장을 알아볼 생각이다. 갤러리 쪽으로 가고 싶으나,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다시 산업 쪽으로 가게 되면, 의외로 긴 직장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픔이 내 마음 전체를 지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난 이미 슬픔마저도 포기했으니까.





Gauguin, Paul
Portrait of the Artist with the Idol
c. 1893 ; Oil on canvas, 43.8 x 32.7 cm (17 1/4 x 12 7/8 in); McNay Art Institute, San Antonio, 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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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29 19:14

    비밀댓글입니다

    • 작품을 실제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 갤러리는 그 한계가 분명하죠. : )

      오프라인에 갤러리를 하고 싶지만,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거든요. 최근에는 갤러리 쪽에 자리가 있을까 싶어 기웃거립니다만, 요즘 같은 불경기엔 그것마저도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네요. ㅎㅎ


뜨거운 차가 부담스러워지는 계절이 온 것일까. 아니면 내 마음의 뜨거움이 어색해지고 낯설어지는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엉망으로 살아온 시절들에 대해 육체가 그 특유의 반응을 쏟아내는 것일까.

천칭자리 태생은 늘 어떤 선택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그 선택을 끊임없이 뒤로 미루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세 여신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파리스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망쳐놓은 계절은 실성한 듯한 더위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깊은 바다 물고기들이 길을 잃고 얇은 바람은 삽시간 두텁고 무거운 부피로 우리의 도시를 강타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모른다는 건 얼마나 좋고 행복한 일인가. 모르기 때문에 그저 두려움에만 떨고 신에게만 의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갈구하던 신은 우리에게 외롭고 싸늘하게 죽어가는 키에르케고르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신은 죽었다고 이야기한 채 미쳐 죽어가는 니체의 모습에게서 교훈을 찾으라고 한다.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

이젠 술마저도 날 버리고 날 둘러싼 모든 이들이 적처럼 보이는 어느 시간,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자신이 내 인생 최대의 적이 아닐까. 하긴 그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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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꿈은 너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그것은 실제 기억과 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의 기억이 된다. 아마 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어났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 일은 사소하지만, 사람들에겐 견딜 수 없는 정도로 깊이 패인 정신의 상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눈을 뜨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가지게 되는 기억의 일부는 아주 오래전 선명하게 남겨진 꿈에게서 연유한 것. 종종 우리가 눈 앞의 현실에게서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특히 젊은 날의 열정과 꿈이 흐린 눈가나 입가의 주름 사이로 숨어버리는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의 남자에게 더욱더 위험한 이 사건. 이 무렵의 남자들이란 대개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마주 하게 되는 젊음들에 대한 공포,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힘주어 고백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아내, 번번히 대화의 미끄러짐을 경험하게 해주는 냉담한 그의 아이들, 하루하루 정해진 일과로 짜여진 그의 모던 타임즈, 정기적으로 바뀌는 계절의 수상한 향기 속에서 그들의 영혼은 천천히 주눅 들고 지쳐가고, 그러다가 소리없이, 혹은 과감하게 오래 전 꿈을 군데군데 조각난 과거 현실의 기억 사이에 집어넣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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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민경욱 미 위싱톤 특파원의 메일링(mailing)를 받고 있다. 가끔 업데이트되지만, 저널에 소개되지 않는 소식이 담겨 있어, 내가 받아보는 그 많은 메일링 중에서도 추천해주고 싶은 메일링 중 하나이다. 얼마 전에 온 메일인데, 여기를 방문하는 이들도 같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여기 그대로 옮긴다. 버지니아공대 사건에 대한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기원을 해본다.

민경욱 특파원의 위싱톤 리포트
http://news.kbs.co.kr/reporter_column/minkw/

원문의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news.kbs.co.kr/bbs/exec/ps00404.php?bid=134&id=824&sec=



버지니아 공대에 다녀왔습니다. 단지 워싱턴 지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벌어진 미국 사상 최악의 난사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갈아입을 속옷 한 장 없이 떠났던 출장이었습니다. 자동차로 다섯 시간 거리의 블랙스버그에 도착한 이튿날 새벽, 서울에서 범인이 한국인일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상황은 급박하게 변했고 출장은 엿새로 연장됐습니다.

취재하면서 느꼈던 여러 상황이 머리를 스치지만 다음 기회에 소상히 밝힐 수 있기를 바라며 일단 조승희 씨 누나의 다음 사과문부터 전문을 소개합니다.

조승희 씨의 누나 선경 씨는 그 좋다는 미국 아이비리그의 프린스턴 대학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했습니다. 원래 의대를 가고 싶었지만 세탁소에서 다림질을 하면서 일주일에 6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벌어오시는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끼쳐드릴 게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의대 학비를 벌기 위해 졸업후 지금까지 국무부에서 일해왔습니다. 바로 이번달에 의대 입학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이번 일이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반지하 월세방에서 생활하던 조 씨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된 건 바로 자녀 교육 때문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 쉬는 것이 일반화된 미국이지만 조 씨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일주일에 이틀을 연속해서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시간을 아껴 일을 하고 말도 없던 아버지지만 딸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딸을 전액 장학생으로 아이비리그의 프린스턴 대학에 보낸 이 가족의 미국 이민사가 성공으로 기록될 수도 있었지만 아들이 저지른 참상으로 이제 조 씨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이제 이번 사건의 뒷수습을 하는 데는 아직 나이가 어린 누나 선경 씨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누나 선경 씨는 자신의 동생이 미국 사상 최악의 난사사건을 일으킨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날 새벽 친한 친구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평소에 종교적이지 않았던 선경 씨가 자기를 위한 기도를 부탁한 것은 선경 씨가 얼마나 절박한 심정에 놓여있는지를 엿보게 하는 것이라고 친구는 밝히고 있습니다. 선경 씨의 짧은 편지와 함께 언론을 통해 발표한 사과문의 전문을 우선 소개합니다.

선경 씨가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

the past 24 hrs have been very difficult for us. everything's still surreal. i can't really make sense of anything. please please pray for me. i'll try to give you a call soon.

지난 24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힘든 시간이었어. 아직도 모든 일에 실감이 가질 않아. 모든 걸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제발, 제발 나를 위해 기도해 줘. 빨리 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다음은 조승희 씨의 누나 선경 씨가 가족을 대신해 작성해서 언론사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 전문입니다.

On behalf of our family, we are so deeply sorry for the devastation my brother has caused. No words can express our sadness that 32 innocent people lost their lives this week in such a terrible, senseless tragedy. We are heartbroken.

저희 가족 모두는 제 동생이 저지른 참상에 대해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2명의 죄없는 사람들이 이번주 있었던 끔찍하고 분별 없는 비극으로 목숨을 잃은 사실 때문에 저희가 느끼는 슬픔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습니다. 저희 가슴은 갈가리 찢어졌습니다.

We grieve alongside the families, the Virginia Tech community, our State of Virginia, and the rest of the nation. And, the world.

저희 가족은 유가족과 버지니아 공대 동문사회, 버지니아주, 그리고 온 미국과 함께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 세계와 슬픔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Every day since April 16, my father, mother and I pray for students Ross Abdallah Alameddine, Brian Roy Bluhm, Ryan Christopher Clark, Austin Michelle Cloyd, Matthew Gregory Gwaltney, Caitlin Millar Hammaren, Jeremy Michael Herbstritt, Rachael Elizabeth Hill, Emily Jane Hilscher, Jarrett Lee Lane, Matthew Joseph La Porte, Henry J. Lee, Partahi Mamora Halomoan Lumbantoruan, Lauren Ashley McCain, Daniel Patrick O'Neil, J. Ortiz-Ortiz, Minal Hiralal Panchal, Daniel Alejandro Perez, Erin Nicole Peterson, Michael Steven Pohle, Jr., Julia Kathleen Pryde, Mary Karen Read, Reema Joseph Samaha, Waleed Mohamed Shaalan, Leslie Geraldine Sherman, Maxine Shelly Turner, Nicole White, Instructor Christopher James Bishop, and Professors Jocelyne Couture-Nowak, Kevin P. Granata, Liviu Librescu and G.V. Loganathan.

4월 16일 이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와 아버지, 어머니는 이번 일로 목숨을 잃은 모든 학생과 임직원, 교수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We pray for their families and loved ones who are experiencing so much excruciating grief. And we pray for those who were injured and for those whose lives are changed forever because of what they witnessed and experienced.

저희는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유가족과 희생자들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또 부상을 당한 사람들과 이번 사건을 목격하고 경험함으로써 인생이 영원히 바뀌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Each of these people had so much love, talent and gifts to offer, and their lives were cut short by a horrible and senseless act.

이분들 한 분 한 분 모두는 사랑과 재능이 넘치고 이 세상과 함께 나눌 소질이 많은 사람들이었으나 무섭고 몰상식한 행동때문에 갑자기 생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We are humbled by this darkness. We feel hopeless, helpless and lost. This is someone that I grew up with and loved. Now I feel like I didn't know this person.

저희 가족은 이 암담한 상황에 한 없이 낮아지는 저희 자신을 느낍니다. 희망도 없고, 어디에 도움도 청할 수 없고, 방향을 잃었습니다. 조승희는 제가 함께 자라고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하면 저는 이 사람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We have always been a close, peaceful and loving family. My brother was quiet and reserved, yet struggled to fit in. We never could have envisioned that he was capable of so much violence.

저희는 항상 서로 가깝고, 평화로우며,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이었습니다. 제 남동생은 조용하고 나서길 싫어했지만 그래도 자기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저희는 제 동생이 그같은 엄청난 폭력을 저지를 수 있을 것으로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He has made the world weep. We are living a nightmare.

제 동생은 온 세계를 슬픔에 빠뜨렸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제 악몽 속에 살고 있습니다.

There is much justified anger and disbelief at what my brother did, and a lot of questions are left unanswered. Our family will continue to cooperate fully and do whatever we can to help authorities understand why these senseless acts happened. We have many unanswered questions as well.

제 동생의 행동에 대해 화를 내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며 아직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왜 이런 분별 없는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수사당국을 돕기 위해 계속 협조할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입니다. 저희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갖고 있습니다.

Our family is so very sorry for my brother's unspeakable actions. It is a terrible tragedy for all of us.

제 동생의 말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해 저희 가족은 큰 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 모두에게 끔찍한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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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틈으로 밀려드는 우주
바다에 내 던져진 둥근 눈알
흐릿한 내음으로 구름 위를 걷는 처녀

칼 하나 들고
칼 하나 들고
칼 하나 들고

눈 밭을 서성이는 사내 A
사내 B
사내 C

슬픔이 성운이 되고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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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깔랭 - 내 생의 동반자 이야기.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
동문선.



외롭지 않아? 그냥 고백하는 게 어때. 외롭고 쓸쓸하다고. 늘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고. 실은 난 뱀을 키우고 있지 않았어. 그로 깔랭, 그건 내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야. 내 다른 모습. 길고 매끈하지만,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내 모습이었어.

드레퓌스양을 사랑하고 있지만, 드레퓌스양에겐 말하지 않았어. 말하지 못한 거지. 그렇지만 난 그녀의 눈빛만 봐도 그녀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껴. 그래, 그녀와 난 엘리베이터에서만 이야기를 했을 뿐이지. 한 두 마디. 그 뿐이긴 하지만, 난 알 수 있어. 그리고 창녀로 만나긴 했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었지.

그로 깔랭을 동물원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바뀐 건 아니야. 외롭고 쓸쓸하다는 걸 숨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을 뿐. 그리고 보면 그로 깔랭을 키우면서 난 날 숨기고 있었던 셈이군. 내 외로움을, 내 사랑을, 내 의도를, 내 진심을, ...

****

참 슬픈 소설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뱀 - 그로 깔랭을 키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지만, 실은 뱀이 이 소설의 중심 주제는 아니다. 에밀 아자르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을 나누는 삶이 파리라는 도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선택하는 곳은 창녀집이다. 그 곳에서 이 주인공은 그가 사랑하는 드레퓌스양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이 하룻밤 이후 그는 그로 깔랭과 떨어질 수 있게 된다.

그 정도로 거대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일까. 그 정도로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에밀 아자르, 로맹 가리가 왜 권총 자살로 자신의 인생을 끝내었는지 알 수 있을 것같다. 이 책 가득한 유머는 실은 '나 너무 외롭고 쓸쓸해'의 동어반복이며 주인공이 키우는 그로 깔랭이라는 이름의 뱀 또한 실은 주인공의 숨겨진 '반영물'이다. 즉 '꾸쟁(주인공이름) = 그로 깔랭', '인간 = 뱀'의 등식이 성립한다.

유쾌한 유머를 가장하고는 소설은 나에게 결정타를 날리며 끝을 맺는다.

"빠리 같은 커다란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결코 허전함을 느낄 걱정이 없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지. 결코 허전함을 느낄 걱정이 없어.허전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미 온 몸 가득 허전함 속에 파묻혀 있으니, 허전함을 알기나 하겠어. 얼마 지나지 않아 로맹 가리처럼 서울에서도 권총 자살로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겠구나. 나도 뱀 한 마리를 키우면서 미니스커트만 입는 여자를 사랑해볼까.)



*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번역이 나왔습니다. 로맹 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는 지독히 우울한 작가라는 것만 기억해두면 좋을 것같네요. ~. 오랜만에 로맹 가리의 소설을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2010년 6월)

그로칼랭 - 10점
로맹 가리 지음, 이주희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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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음표들이 아래로 떨어지면 거리는 순백의 빛깔로 빛나고 내 초라한 청춘의 섹스는 그녀의 신음소리로 옷을 갈아입는다. 투명한 유리창은 몰락의 나팔을 불고 있는 천사 가브리엘 같았고 말없이 내리는 저 흰 눈은 그대 슬픈 눈동자를 닮아있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내 정액도, 그대 신음소리도, 우리 살갗 위를 흐르고 있는 땀방울 하나하나 대기 속으로 녹아 사라질 때, 보드라운 입술로 내 혀를 감싸며 내 별 두 개 가슴에 달고 있는 그대, 내 온 몸을 받아준 그대, 젖은 목소리로 그대 사랑을 노래했지. 로코코를 닮은 그대 사랑을.

              *                      *  

  언제 적었는지도 모를만큼 가물가물한 소설 한 모퉁이 구절이다. 적다 말고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그 때부터 멈춘 이 소설은 꽤나 나이를 먹었다.

  며칠 전, 잔뜩 쌓인 종이들을 뒤지다 이 소설 뭉텅이를 발견했고 이 구절을 읽으면서 슬퍼했다. 며칠째 우울증이 가시지 않는다.

  피곤하다. 내 생이. 내 영혼이. 내 언어가. 그리고 날 둘러싼 이 세계가 너무 소란스럽다. 천천히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구토를 해야겠다. 내 영혼의 찌꺼기를 게워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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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렸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알 턱도 없었고 알기도 싫었을 것이며 알려는 의지도 없었다. 이미 선 긋기는 시작되었다. 저 땅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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