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선 3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심보선

그 쪽의 풍경은 환한가심보선(지음), 문학동네 이유선과 심보선을 헷갈렸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아마 그렇게 오해하고 심보선의 시집들을 사 읽은 듯하다(아닐 수도 있다). 심보선, 그는 아마 한국의 시인들 중 정해진 독자층이 있는 몇 되지 않는 시인일 것이다. 신간 시집이 나오면 온라인 서점 메인에 책 소개가 실리고 여러 신문에도 출간 소식이 실리니까. 그 정도로 탁월한가보다는 적어도 돈을 주고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이 정도면 탁월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나 또한 그의 시집을 사 읽었다. 이번엔 그의 산문집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이유선을 떠올린 것이다. 나는 왜 이유선의 를 시인 심보선이 썼다고 생각했을까, 이름의 끝자리가 똑같다는 이유였을까. (참고로 이유선의 저 책은 정말 좋은 서평집이다. 왜 그..

<슬픔이 없는 십오초>를 꿈꾸며, 삭히며... - 심보선의 시집

나이가 들자, 철이 들자, 결혼 생각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집은 내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 먼 바다로 흘러들었다. 한동안 육지 생활만 했다. 거친 흙바람 사이로, 붕붕 거리는 검은 자동차들 사이로, 수직성의 공학적 규율로 세워진 빌딩들 사이로, 거대한 거짓말로 세워진 정치적 일상 속에서 시는 없었고 시집은 죽은 것으로 취급되었다. 여름이 왔다, 갔다. 외로움이 낙엽이 되고 흙이 되고, 몇 해의 시간이 지나자 사랑이 되어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랐다. 먼 바다로 나갔던 시집은 지친 기색도 없이 이름 모를 바다 해변가로 밀려들었고 그제서야 나는 육지 생활에서 한 숨 돌릴 수 있는 무모함을 가지게 되었다. 시집을 샀다, 놓았다, 펼쳤다. 심보선은 2011년의 대세다. 몇 년이 지난 그의 시집을 서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