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케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우메코의 어깨 너머 커튼 사이로 맑은 하늘을 기웃거리며 보고 있었다. 멀리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시야에 들어왔다. 옅은 갈색의 새 잎이 돋아나고 부드러운 나뭇가지 끝이 하늘과 맞닿은 곳은 이슬비에 젖은 것처럼 뿌옇게 흐려 있었다. -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민음사), 48쪽~49쪽 그는 지난 주 내내 전날의 피로의 채 가시지 않은 직장인들이 빼곡히 들어찬 출근길 지하철 객차 안에서 서서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한 문단을 떠올렸다. 한 때 문장을 지어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꿈이었으나, 누군가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적는다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라는 생각에 그만 두었다. 하지만 형편없는 글을 소설이라고 발표해대는 요즘 작가들의 글을 읽곤 암담해지는 기분은 어쩌질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