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보 페르트 5

중세 속의 아르보 페르트

슬픈 중세주의는 현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세기의 낭만적 중세는 거침없는 산업화 속에서 사라지고 20세기, 21세기의 중세주의는 학문 연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진지한 동경, 숙고, 찬미로 바뀌고 있다. 마치 12세기 르네상스론이 지속적으로 이야기되듯. 그 사이로 에스토니아 출신의 아르보 페르트가 있다. 미니멀리즘과 중세적 성스러움 속에서 그는 미사곡과 성가곡을 작곡한다. 그의 음악은 슬프고 그리운 중세를 닮아있다. 불가능함을 불가능함으로 받아들이고 자연과 신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살아가던 중세를... 오늘 아르보 페르트의 음악을 듣는다.

아르보 페르트 'Credo'

[수입] 아르보 패르트 : 크레도 (피아노,혼성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 Helene Grimaud/DG 일요일 아침 커피를 내려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몇 권의 잡지를 읽으면서 아르보 페르트에 가 닿는다. 엘런 그뤼모의 이 앨범은 '아르보 페르트'만 연주한 앨범은 아니다. 시디의 대부분은 베토벤의 'The Tempest'와 'Choral Fantasy'로 채워져 있으며 마지막 연주곡이 아르보 페르트의 'Credo'이다. 현대 작곡가들 중에서 보기 드물게 종교음악에 심취한 아르보 페르트는 기독교적 경건성이 현대 음악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표현되는가을 극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의 1968년도 작품인 'Credo'는 그의 초기 음렬주의를 버린 최초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I..

Passio, Arvo Part

[수입] Arvo Part - Passio - 아르보 페르트 (Arvo Part) 작곡, Antony Pitts 지휘, Tonus Per/낙소스(NAXOS) 새로운 종교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무신앙이 그 절정에 달했던 19세기 유럽을 지나 20세기 후반 미국과 아시아 몇몇 나라의 기독교 열풍은 종교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일까. 나같은 이야, 늘 신앙이 없다고 말하지만, 종교적 열정으로 가득찬 음악을 들으면 늘 숙연해지고 흔들리는 건 지고한 신앙심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내 귀는 알기 때문이다. 보기 드물게 현대 작곡가이면서 종교 음악에 빠져 있는 아르보 페르트는 내가 자신만만하게 추천하는 몇 되지 않는 작곡가들 중의 한 명이다. 간결하면서 분명한 선율의 가진 그의 음악을 사람들은 '영적 미니멀리즘'이라고..

音, 꿈의 전람회, 김영태

音, 꿈의 전람회 김영태(지음), 돋을새김 여름날의 거친 숨소리가 세월의 변덕을 닮아가던 날들이 지나고, 새벽의 찬 바람과 매미 울음소리, 화단의 나무소리, 도시의 시멘트 소리가 내 청춘의 아침을 가득 채운다. 어제 반 년 만에 간 강서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려왔다. 그 중 한 권인 . 김영태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시집을 갖고 있는 이라면, 시인들의 초상을 그린 화가로 알고 있을 테고, 시를 좋아한다면 그를 시인으로 여길 터이고(문학과 지성사에서도 그의 시집이 여러 권 나왔다), 무용가이거나 무용애호가라면 그를 무용평론가로 기억할 것이다. 어제 도서관에서 잠시 들춘 8월호에서 나는 김영태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7월에. 이제 이 책은 사자(死者)의 책(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