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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양혜규. 2010년 아트선재센터의 전시는 꽤 충격적이었다. 즉물적이면서 날카로운 느낌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토테미즘적인 분위기는 나에겐 매우 낯선 작품들이었다. 그 세계는 근대적 현실에 기초하고 있으나 근대적 삶을 도려내고 근대의 맨 얼굴을 드러내며 파괴한다. 그리고 그 세계의 복원을 주술적 방식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할까. 이번 전시도 이러한 경향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 맡은 프로젝트로 인해 나는 거의 전시를 보지 못했고, 얼마 전 리움에 열린 양혜규의 개인전도 가지 못했다. 뒤늦은 후회를 만회하고자, 양혜규의 몇몇 문장과 이미지를 저장한다. 


*   * 


"몇 년 동안 블라인드에 빠져있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조명이 진하게 지나가는 날카로운 선은 성적인 쾌감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멋있게 보였다. 솔 르윗의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은 원래 선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이었는데, 그것을 모두 블라인드 면으로 대체해서 표현해 봤다. 그러니까 원래 작품이 가지고 있던 여러 속성이 달라졌다. 원본을 뒤집고 새롭게 해석한다는 의미다. 사실 블라인드 자체는 미약한 존재다. 반면 성(城)은 공동체의 구역을 배타적으로 구획하는 견고한 것이다. 허약한 블라인드로 된 '성채'는 이러한 배타적인 '공동체에 도전'하기 위한 작품이다." 

- 양혜규, 2015년 4월,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 중에서. 








Sonic Crescent Moon - Medium Regular #4

2014

Steel frame, metal grid, powder coating, nickel plated bells, metal rings

173 x 54 x 54 cm (H x W x D), 23.2 kg






Series of Vulnerable Arrangements - Voice and Wind, 2009 




Haegue Yang, Shooting the Elephant 象 Thinking the Elephant, installation view. Courtesy Leeum, Samsung Museum of Art.




Haegue Yang, Yearning Melancholy Red, 2008 



"빛, 움직임, 소리는 공간의 역학 안에 있으면서 '추상'을 조명해주고, 단 하나의 이미지만을 시사하는 관습적인 서사를 잠재운다. 나는 최근 들어 다양한 기능을 부여받은 무빙라이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손을 만지는 것처럼, 빛은 천천히 공간을 가로질러 움직이며 다양한 표면을 어루만진다. 나는 이를 투명하지만 실재하는 공기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조명은 또한 그림자를 만드는 기능적인 기계이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무빙라이트의 빛 세례는 다양한 길이와 선명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자신의 개별적인 시점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에 대한 관념을 담고 있다. 빛은 자율적인 형식이다. 물리적 경계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설치에는 첨단 극장 조명 장비의 움직이는 빛 세례와 정적인 적외선 히터의 붉은 광열 등 다양한 조명이 사용되었다. 둘 다 광원이면서 서로 다른 효과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설치에는 각 히터는 선풍기와 짝지어져 있어 서로 상반되는 힘을 가한다. 짝지은 두 장비 사이에는 서로를 향한 일종의 열망과도 같은 대화, 바람과 열이 서로를 맹렬하게 부정하는 역설적인 재앙이 발생한다. 서로를 파멸시킬 것처럼 작용하며 이는 나에게 사랑과 혁명의 법칙을 증거한다. 그들의 존재는 이러한 가능한 파괴에서 온 것이며 강점적 에너지를 남용한다. 나는 이를 전복적인 행위로 본다. 이는 절박하고, 근본적으로 비능률적이다." 

- 양혜규, 2008년, 래드캣미술관과의 인터뷰 중에서. (<셋을 위한 목소리> 에서 재인용)




셋을 위한 목소리 - 10점
양혜규 지음/현실문화
 



Comment +0


Martin Creed

2009.11.072010.02.12

Artsonje Center, Seoul, ROK

 




 

현대미술(contemporary art)는 어디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갈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전을 추천한다.

 

2001년 그가 터너상을 받았을 때도, 한 쪽 세상은 그의 수상에 열광했으나, 한 쪽 세상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이 점에서 터너상 수상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찬반양론에 휩싸이며, 터너상은 은근히 이를 즐기는 듯하다.





아트선재센터의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전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마틴 크리드는 내게 그리 감동적이지 못했다. 도리어 불편했고 마틴 크리드의 조롱과 장난은 도가 지나쳐 보였다. 기하학적이나 규칙적이지도 않았고 그저 최소한의 작업만으로 보는 이들에게 이건 뭘까?’라는 의문을 들게 만드는 정도에서 그쳤다. 이 점에서 그는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갈 데까지 간 현대 미술의 약점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미니멀리스트이지만, 비트겐슈타인적 지평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분위기일 뿐이다. 마치 떠도는 기표처럼, 의미가 부재하는 공간처럼, 툭툭 던져놓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선문답처럼 정교하거나 함축적이지도 않다. 그가 놀라운 것은 어떻게 정교하거나 함축적이지 않으면서도 미니멀할 수 있는가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I start from nothing and try to make something and at the same time try not to make it and get back to nothing again.”, “It’s a great anxiety for me to create something extra for the world, because then I’ve got to live with it for the rest of my life.”

(출처: http://entertainment .timesonline.co.uk)

 

뒤샹의 변기 을 보여주면서 의도했던 소박한 의도, 예술에는 장벽이 없으며, 당신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느새 미술의 정의, 실천, 방법에 대한 의문을 차례로 제기하면서 미니멀아트, 개념 미술을 연달아 탄생시키면서 미술은 우연스러운 물음표들로 가득 찬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점에서 마틴 크리드의 작품은 의미심장하다. 전적으로 이론적인 면에서일 뿐이지만. 도대체 현대 미술은 어디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갈까? 계속 지켜볼 일이다.


Martin Creed, Work No. 610
(Sick Film이라고도 하는 이 작품은 아트선재센터 샵에서 DVD로도 구할 수 있다.)



Martin Creed, Work No. 850
(일정한 규칙으로 테이트 미술관 내를 뛰는, 일종의 Performance이다. 이 작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 이미지 저작권으로 인해, 구입한 카타로그의 일부를 촬영하여 올립니다. 검색엔진을 통해 마틴 크리드의 작품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Comment +4

  • 2010.04.06 17:37

    비밀댓글입니다

    • 단순하고 간결했지만, 뭐랄까, 제가 너무 의미를 찾아서 그런지, 어떤 의미를 구하기엔 정교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편협함 때문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기도 하고요. 이 점에서 저에게 의문을 던진 작가이기도 해요. : ) 마틴 크리드의 Work No. 850은 너무 재미있고 유쾌하고 흥미진진했습니다. 아트선재센터의 전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고요. ^^; 댓글 감사합니다.

  • 2013.02.07 00:4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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