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길레스 2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LP를 책상 밑으로 옮겨놓았다. 1년 넘게 창고에 있다가 겨우 밖으로 나온 녀석들이다. 이 사이엔 젊은 아쉬케나지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 차이코프스키는 참 매력적이다. 위 영상은 에밀 길레스(Emil Gilels)의 연주다. 피아노가 부서져라 치는 그의 연주는 에밀 길레스의 상징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저 연주는! 강철과 같은 타건 때문에 연주회에서 자주 피아노현을 끊었다고 하는 길렐스에게 있어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그의 피아니즘을 상징하는 이모티콘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이 가운데 프리츠 라이너와의 50년대 스테레오 녹음(RCA)과 1970년 로린 마젤과의 ..

김포공항을 날아오르는 베토벤

커다란 유리창, 여름의 열기와 도시의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흐릿함 너머로 김포공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수 년 전 국제선이 사라지면서 김포공항은 예전의 땅을 상당수 잃어버렸다. 실은 하늘에서 내려앉는 비행기 속에서 바라보는 김포공항은 초라할 정도로 너무 작다. 수심 얕은 바다 옆에 바로 붙은 인천공항과 비교한다면, 김포공항은 집들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과 같다. 창 너머로 김포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들이 보였다. 하나, 두울, 세엣... ... 1분, 2분, 3분, ... 13분, 14분, 15분, ... ... 가벼운 옷감의 운동복이 다 젖도록 나는 달렸다. 맨 처음 런닝 머신 위를 달렸을 땐, 꽤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세 번만에 적응했다. 나는 의외로 적응력이 좋다. 공중으로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