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2

혼술, 또는 쓸쓸한 두려움의 시각

혼술의 빈도가 늘어나는 나이.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되어 가는 계절. 술에 취하는 것이 무서워지는 시간들. 기도를 올리기 위해 두 손을 모으지만 계속 방향이 어긋나는 몸으로 변해가는 시절. 인생의 오르막이 아직도 한참 남아 있음을 아직 어린 아들을 보며 깨닫을 무렵, 역시 위스키는 부드럽게 취하긴 적당하지 않아. 특히 탈리스크는 피트가 좀 거칠고 날카로워. 난 좀 더 묵직하고 부드러운 피트가 필요해. 그래야 취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혼자 주절거리던 시간. 그런 시간들이 흘러 어둠 속으로 묻히는 여름밤. 밖에 닫힌 창 너머로 비 소리가 들리고 ... 내가 취한 걸 아무도 모르는 어떤 깜깜한 밤.

여름 밤의 공포

창을 열어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두텁고 축축한 서른다섯 사내의 불쾌한 냄새를 치우려고 해보지만, 바람이 밀려들어 오는 것도 잠깐, 뒤 따라 들어온 빗방울들은 먼지가 쌓인 책상 귀퉁이를 적시고, 체모가 뒹구는 방바닥을 적시고,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책을 덮치고 내 발은, 내 손은 금세 젖어버린다. 나무로 된 케이스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갈라진 캔우드 리시버 앰프의 불륨을 조절하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19세기 초반의 낭만주의 풍의 피아노 음악 소리 사이로 비가 지상의 여러 구조물과 만나 부서지고 흐르는 소리를 엿듣는다. 그 소리 속에 이 여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어떤 비결이라도 숨어 있는 건 아닐까 기대를 해 보지만, 삐친 애인의 숨소리 마냥, 그 비결을 눈치 채기도 전에 내가 먼저 주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