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8

해여림빌리지, 2020년 11월 캠핑

해여림빌리지 웹사이트 : https://www.haeyeorim.co.kr/1856/home/index (예약은 네이버 예약으로 가능하다) 원래는 식물원이었다. 수십 년 전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으나, 그게 어디 관리가 쉬울까. 더구나 수익은 커녕 유지비용이라고 얻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해여림빌리지 내를 걸어다니다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시설물들이 방치된 듯 쓰러져 있거나 무너져 있다. 잡목과 풀들 속에 묻힌 모습을 보면, 사람 손길을 닿지 않고 자연스러움이랄까, 혹은 황폐함같은 게 묻어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할 이도 있을 것이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으려고 보았더니, 칼이 없었다. 그래서 입구 사무실에서 칼을 빌렸다. 애초에 캠핑장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보니, 해여림빌리지는 정말 넓다...

힐링별밤수목원캠핑장, 가평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지도 몇 년이 되었다. 장비도 제법 늘었고 봄, 가을이면 매달 가고 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한 두 번 나가기 시작하니, 이젠 계속 나가고 싶어진다. 운전을 시작한 것도 한 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요즘 업무나 인간 관계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결국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역시 자연 속에서 해소된다는 걸까(아니면 그렇게 느껴야 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걸까). 특히 텐트를 열고 나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그 상쾌함이란! 첫 캠핑을 간 게 2020년 가을이니,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캠핑장을 다녔고 각 캠핑장마다 서로 다른 환경과 분위기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동안 갔던 캠핑장에 대해서 기록 차원에서 한 번 정리해본다. 아마 여기 오는..

시선들, 캐서린 제이미

시선들: 자연과 나눈 대화 Sightlines 캐서린 제이미(Kathleen Jamie), 장호연(옮김), 에이도스 스코틀랜드 시인 캐서린 제이미의 수필집이다. 책 뒷표지에 실린 여러 찬사들과 이 책이 받은 여러 상들로 인해 많은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면 번역된 탓일지도 모른다. 역자의 번역이 아니라 캐서린 제이미의 언어가 한글로 번역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자는 이미 에드워드 사이드의 를 탁월하게 옮긴 바 있으니, 도리어 믿을 만한 번역가이다. 이 수필집은 캐서린 제이미의 두 번째 모음집이며, 영어권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영어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자연사(自然史)와 연관된 경험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들은 ..

2021년 10월, 작은 생각

몇 주 전부터 알람 시간을 새벽 3시로 맞추어놓았지만, 한 번도 제 때 일어나지 못했다. 실은 겨우 출근 시간에 맞추어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려고 집에 오자마자 씻고 오후 9시나 10시에 바로 눕는데도, 하루 두 세 차례의 회의와 업무 긴장감, 순간순간 엄습해오는 초조함과 압박으로 인해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고 하루 일곱시간 수면도 부족하다고 할까. 그 마저도 스트레스로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우니. 선잠을 자고 내일 일과를 생각하면 피곤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잠자리는 끝없이 불편해진다. 그래도 끝나지 않는 일들은 나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알람 시간에 기대게 하고, 내 불안과 근심은 결국 불가능한 기상 시간과 불편한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원하던 삶일까, 일상일까. 내가 원했던 삶은 이런..

잃어버린 낙원, 세스 노터봄

잃어버린 낙원 Lost Paradise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지음), 유정화(옮김), 뮤진트리 어쩌면, 나는, 너는, 우리는, 늘, 언제나, 각자만의 천사를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잃어버림'에 대한 이야기로 설정된 소설은 또 다른 '잃어버림'으로 끝을 맺는다. 알마의 상실감(상처)은 본원적인 것이어서, 애초에 무드Mood같은 것으로 인해 일상을 벗어나 스스로에게 상처 입히는 일로 이 소설, 혹은 여행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 일은 너무 비정상적이어서 일종의 은유적인 형태의, 소설적 장치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일 정도이며, 이 사건에 대한 서술이나 표현, 또한 직접적이지 않고 마치 꿈처럼 흐릿하게 서술되어 독자는 그 사건의 끔찍함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

여행, 페터 오토 코체비츠

오래된 노트를 뒤적이다가 메모해둔 시가 있어 옮겨 놓는다. 어디에서 옮겨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노트에는 시만 옮겨져 있다. 여행 코체비츠 나는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향해 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이제 나는 울므에 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리고 코체비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았다. 한국어로 된 자료도 영어로 된 자료도 없었다. 페터 오토 코체비트(Peter O. Chotjewitz,1934 ~ 2010). 독일의 작가이자 변호사..

문득 스페인에 가고 싶은 일요일

세스 노터봄의 여행 산문집 은 절판이다. 어렵게 중고로 구했는지, 이젠 중고 책들이 온라인 서점에 많아졌다. 어떤 책에 빠지면, 그 곳에 가고 싶고 그녀를 만나고 싶고 그 요리를 먹고 싶다. 노터봄의 이 책을 읽으며 스페인에 가고 싶어졌다. 유럽이면서 유럽이 아닌 곳, 스페인. 해외 여행은 이제 몇 년 후의 바람이 되었으니,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이나 만들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스페인의 내륙지방, 여기서 가고도 참 어려운 곳, 소리아가 궁금해졌다. 1960년대 초반 스페인의 지방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은 소리아Soria로 가면 된다. 관광객으로 흥청거리지 않으니 멀쩡한 옛날 건물을 헐 이유도 없고 볼썽사나운 콘크리트 블록으로 도시를 망가뜨릴 일도 없다. 나무를 알루미늄으로 바꿀 ..

최근

1. 최근 블로그 상에서 바로 글을 써서 올린다. 그랬더니, 글이 엉망이다. 최근 올린 몇 편의 글을 프린트해서 다시 읽어보니, 문장의 호흡은 끊어지고 단어들이 사라지고 불필요한 반복과 매끄럽지 못한 형용어들로 가득했다. 결국 나는 몇 번의 프린트와 펜으로 줄을 긋고 새로 쓰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끼인 세대인 셈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끼인 세대.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지만, 읽기는 무조건 종이로만 읽어야 하는. 그래서 최근 올렸던 글을 프린트해서 다시 쓰고 고쳐 새로 올릴 계획이다. 얼마나 좋아질 진 모르겠지만. 2. 헤밍웨이의 를 읽고 있다. 무척 좋다. 번역된 문장들이 가지는 태도가 마음에 드는데, 원문은 얼마나 더 좋을까. 영어 공부를 열심해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된 셰익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