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여행 +28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 유럽편 - 

차문성(지음), 책문(성안당), 2013년 초판/2015년 장정개정판 


좋은 책이다. 비전문가인 저자가 전문가가 되어간 과정이 녹아있다. 성실한 내용과 애정이 담긴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박물관학 석사 과정을 마쳤으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특히 유럽 주요 도시에서 가기 쉬운 미술관/박물관을 선정해 보여주었다는 점도 이 책이 꽤 실용적임을 증명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은 목적은 유럽의 여러 도시에 흩어진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이 책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책 제목 그대로 예술기행이다.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생페테르부르그 등의 도시에 있는 미술관/박물관에 대한 소개와 그 곳에 대한 간단한 느낌이나 감상, 그리고 소장 전시되고 있는 주요 작품들에 대한 짧은 안내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내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매우 부러웠다. 한 달 이상 파리에 체류하면서, 일 드 프랑스와 생-제르맹 거리를 오가며, 갤러리에만 있었던 건 아닌가 후회를 한다. 누구나 다 가는 루브르와 오르세만 간 걸 이제서야 후회하다니. 다시 가게 되면 꽤 오래 머무르며 작품들을 보고 와야 겠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품들 대부분은 이미 여러 미술 관련 서적에서 본 내용들인 탓에, 빠르게 읽었다. 서양미술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꽤 도움이 될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여행객들이 미술관 관람이 목적이 아닌 만큼, 이 책에서 언급된 도시에 가게 될 경우, 이 책은 꽤 유용할 수 있겠다. 



렘브란트, <예루살렘의 멸망을 탄식하는 예레미야>, 1630,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구약의 선지자 예레미야를 그렸다. 렘브란트가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런 깊이를 가진 작품을 그렸다는 건 놀랍기만 하다. 아마 그만큼 신앙심이 깊었을 것이다. 예레미야의, 고통을 지긋이 누르며 곤혹스러워하는 얼굴 옆으로 불타는 예루살렘이 보인다. 바로크 특유의 명암법은 화면 전체를 감싼다. 한 쪽은 밝고 한 쪽은 어둡다. 하지만 밝은 쪽은 슬픔으로 가득하고 어둠 속으로는 절망감이 감돈다. 그리고 팔을 괴고 있는 모습 아래로 성경이 보이고 그 밑으로는 바빌론의 왕 느부갓네살로부터 받은 금은보화로 보이는 것들이 놓여져 있다. 전체적으로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기대고 있는 예레미야의 모습을 통해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바로크의 고민이 보인다. 확실하 바로크는 과거를 향하지 않는다. 미래로 열린 양식이다. 한 쪽은 밝고 한 쪽은 어둡다. 그러나 우리 시선은 어두운 쪽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래서 저 반짝이는 금속물질의 물건은 참 흥미롭기만 하다. 


이 책에선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을 소개하면서 이 작품을 언급했다. 위 설명은 내가 별도로 작성한 것이라 책 내용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작품이 눈에 들어왔는데, 마네의 베르트 모리조 초상화와 렘브란트의 위 작품이었다. 마네와 베르트 모리조의 관계에 대해선 다음에 한 번 언급하기로 하자. 혹자는 19세기 미술사 가장 아찔한 로맨스라고도 하니 말이다. 대체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현기증. 감정들 Schwindel. Gefühle

W.G.제발트(Sebald) 지음, 배수아 옮김, 문학동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우연히 일어난 피부 접촉은 늘 그랬듯이 무게도 중력도 없는 어떤 것, 실제라기보다는 허상과도 같은, 그래서 한없이 투명한 사물처럼 나를 관통해가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95쪽)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 '외국에서', 'K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 '귀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단편소설집일까, 아니면 장편소설일까. 아니면 이 구분이 그냥 무의미한 걸까.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소설집이라고 하기엔 4개의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의식을 공유하는데, 그건 여행(에의 기록/기억)이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서로 다른 도시로의, 서로 다른 시기 속에서의, 하지만 동일한 테마를 가진 여행의 기록(기억), 이 소설이 장편소설이 되는 이유이면서 제발트가 가지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떠나는 것, 낯선 곳(혹은 잊혀졌던 곳)에서 머무는 것, 그 곳에서 자고 걷고 만나고 이야기하며 얇고 사소한 감정의 변화를 깊숙하게 느끼는 것, 그리고 기억해내는 것, 기록하는 것, ... 소설은 이렇게 구성되어 흘러간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그런 여행(의 기록)이 아니다. 


밖으로 나오는 길에 흰 염주비둘기 한 쌍을 지켜보았다. 비둘기들은 여러 번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날개짓 몇 번으로 나무 꼭대기 높은 가지로 위로 급격하게 떠올랐다가, 짧고도 영원하게 느껴지는 순간 동안 고요히 창공에 머문 다음 다시 앞으로 쏟아질 듯한 자세로 하강하며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나지막한 구르륵 소리를 냈고, 그 중 몇 그루는 이 백 년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었을 것이 분명한 키프로스 나무들 주변에서 날개를 고정시킨 채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빙빙 돌았다. (70쪽) 


나로선 이 여행들(의 기록)을 따라가기엔 참 힘들었다. 서술은 빽빽하고 무거우며, 한 번 표현된 감정은 곧바로 사물이 되어 아래로 가라앉는다. 독자의 시선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따라 아주 느리고 천천히 움직인다. 한참을 읽었다 싶지만, 고작 몇 페이지를 지났을 뿐이고 그와는 반대로 시간은 참 빨리 흐른다. 


감정을 서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도리어 딱딱하고 즉물적이다. 독자는 제발트의 서술을 따라가지만, 그 곳으로 감정이입되어 들어가지 않는다, 못한다.  


어쩌면 이것도 늙어간다는 징표일까,  아니면 제발트식 여행(의 기록)이란 그런 걸까. 낯선 나와 마주하거나 잊고 있던 나를, 혹은 내가 무심코 흘려보냈던 기억들을 새삼스레 되새기면서, 끊임없이 뒷걸음질치면서 타자화, 사물화하는 걸까. 여행을 하면서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나를 지워나가는 걸까, 그리고 스스로 수수께끼가 되는 걸까. 


그는 특히,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일이 내 안에서 저절로 설명되고, 그럼에도 그 일들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수수께끼처럼 변해간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99쪽)


우리는 외부를 끝내 알 수 없다. 실은 내부도 알 수 없다. 내 마음은 텅 비었고 영혼의 존재를 알 수 없기에 믿을 수도 없다. 신념은 조각났고 소설은 의미 찾기를 그만 두었다. 고작 보여줄 뿐이다. 그것도 자세하고 정확하게. 감정마저도 객관적으로. 


제발트의 문장이 갖는 독일어의 밀도는, 역자로서의 경험이 참으로 빈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문학 텍스트 중에서도 가장 치밀한 종류이며 그것이 갖고 있는 텍스처texture의 성질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252쪽) 


배수아의 의견대로, 너무 빽빽하고 무거워서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다. 하지만 그녀의 '제발디언'은, 글쎄다. '제발디언'이라는 단어는 매우 사적인 호감을 드러내는 표현일 뿐, 일반 독자가 읽기엔 어렵고 재미없고 문장에 너무 많은 힘을 쓰고 있다고 할까. 마치 야니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의 음악을 듣는 기분이랄까. 하긴 나도 크세나키스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소설 중간에 등장하는 피사넬로 작품은 아래와 같다. 고딕 양식의 성 아나스타시아 성당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다. 15세기 초반에 그려진 초기 르네상스 작품이다. 그나저나 이 작품의 일부를 소설에 등장시킬 생각을 하다니... 


St. George Liberating the Princess of Trebizond

Pisanello (1395 - 1455), fresco, 223 × 620 cm (87.8 × 244.1 in)

from 1436 until 1438

Church of Saint Anastasia (독일어 - Pellegrini-Kapelle)  


과감하게 읽으라는 권유는 하지 못하겠다. 다만 제발트가 살아있었다면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라갔을 것이며, 노벨문학상을 받았거나 그만한 명성을 누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족이긴 하지만 가끔 한국 문학판에 대해 아쉬운 건 번역된(혹은 번역되지 않더라도) 동시대 외국 문학이 어떻게 한국 작가들과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에 대해서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배수아의 초기 작품들을 읽고 나는 얼마나 실망했던가. 그 이후 그녀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오에 겐자부로가 십 수년 전 하루키를 비난했지만, 지금은 인정한다고 말했듯이, 그녀의 최근 작들이 궁금해진다. 적어도 제발트를 읽고 흔들렸다면 말이다. 



영어 번역판 표지



* 제발트의 다른 소설. 

2016/05/07 - [책들의 우주/문학] -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W.G.제발트Sebald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도심 한 가운데 호텔 입구의 새벽 3시는 고요하기만 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호텔 안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 풍경이 연상되는 것은, 호텔이라고 하면, 놀러오는 곳이라는 인상이 깔려있어서다. 


떠.나.고.싶.다.

모.든.것.을.버.리.고.

저.끝.없.는.우.주.여.행.을. 


호텔은 해마다 한 두 번씩 돌아오는 낯선 우주다. 호텔의 하룻밤은 아늑하고 감미로우며 여유롭지만, 그와 비례해 시간은 쉽게 사라진다. 



새벽 3시. 여의도 콘래드 호텔 바로 옆 빌딩에서 며칠 째 새벽까지 일을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원하지도 않았으며 끌려다녔다. 이런 식이라면 그만 두는 게 상책이나, 관계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관계는 우리는 견디게 하고 지치게 하며 상처 입히고 미소짓게 만든다. 관계의 해석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저 지금/여기에서만 유효한 어떤 정의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실재론자들에겐 시간은 무의미하고 운동이란 없는 것이다. 


사랑은 영원하고 그녀/그는 언제나 내 옆에 있다,고 말한다. 경험 상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입지 않기 위해, 상처입었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마음 깊숙한 곳으로 사랑을 끌어당겨 마음의 문을 닫는다. 


거의 2주 가까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여유를 가지지 못한 채, 일에 쫓겨 살았다. 미술 평론 하나 써서 내기로 한 약속도 깨졌고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금전적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꿈꾸는 중년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표현이다. 하지만 미성년적 자아를 가졌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중년들은 죄다 미성년이다. 꿈을 꾼다. 도망가거나 회피하거나 쫓기거나.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을 뿐. 사회가, 시스템이 강제하는 어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리곤 어느 순간 깨달을 것이다. 


'내가 잘못 살았구나' 


이 여름이 가고 또 다른 가을이 오면, 이브 몽땅의 고엽을 들으며 술을 마셔야지. 에디뜨 피아프와 자끄 브렐까지. 술을 마시면서 떠나간 옛사랑과 우리 아이의 미래와 내 절망과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술의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1




9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에서, 다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그리고 다시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용유역으로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큰 건물의 회센터가 있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작은 배들을 떠있는 얕은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그냥 전철 타고 가서 회 한 접시 먹고 와도 좋을 것이다. 바로 옆엔 네스트호텔이 있으니, 하루 밤 보내고 와도 될 것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훌쩍 떠나고 싶은 요즘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일요일의 인문학 

장석주(지음), 호미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역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도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 - 키케로 



일종의 독서기이면서 에세이집이다. 서너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서정적인 문장들로 시작해, 다채로운 책들과 저자들을 소개 받으며, 책과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은 가벼울 것이고 어떤 이들에겐 다소 무거울 수도 있다. 깊이 있는 글들이라기 보다는 스치듯 책들을 소개하고 여러 글들을 인용하며 짧게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면서 끝내는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일요일에 한가로이 읽기에 딱 적당하다고 할까. 다만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가의 문제가 남긴 하지만.   





책은 쉽게 읽히고 장석주의 문장은 감미롭고 단아하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에 대해 쓴 짧은 글들 속에서 현대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애나 사랑, 책과 독서, 젊음과 늙음, 산책과 요리, 피로와 인생에 대해서. 딱딱한 책들만 읽어온 나에게 이 책은 너무 말랑말랑했다고 할까.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구나 바쁜 일상 중에 띄엄띄엄 읽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일요일의 인문학 - 8점
장석주 지음/호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지음), 박수지(옮김), 학산문화사 




La', tout n'est qu'ordre et beaute',

Luxe, calme et volupte' 

그 곳에선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로움, 조용함, 쾌락 뿐.

- 보들레르, <여행에의 초대> 중에서




나에게 행복이 있다면, 그건 길을 가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이미 절판되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우연히 구하는 것. 1990년대 중반,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나는 그 지역의 서점과 레코드샵을 찾아 다녔다. 작은 서점 구석에 낡은 문고판 책이나 문학 전집의 낱권을 샀다. 작은 도시의 서점에 있을 법 하지 않은 인문학 책을 구할 때면, 신기함마저 느끼곤 했다. 대학 시절, 얼마 안 되는 용돈이었으나, 그 돈으로 틈만 나면 책과 레코드를 사모았고, 결혼을 앞두고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 탓에 절반 이상을 버리거나 나누어주었다. 그 시절, 대부분 나이가 지긋했던 서점 주인과 말할 틈은 없었지만, 그 때 한창 빠져 있던 재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레코드샵 주인들은 여럿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앳돼 보였을 텐데, 그 주인들은 나와 말을 섞어 주었다. 


시미즈 레이나의 이 책은 지금도 남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세계의 서점들에 대한 기록집이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서점 하나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짧은 글 대신 책 전체를 압도하는 것은 사진들이다. 그 사진들을 보며,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것. 한 구석에서 드립 커피를 내리고 오래된 턴테이블에 요요마의 바흐를 올려놓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말리는 일이 될 테지만, 이 책 속 서점들처럼이라면야, ... 서점은 여행이고, 휴식이며, 즐거운 만남이다. 


온라인 서점에서의 위시리스트와 달리, 실제 서점에서는 예상치 못한 저자와의 만남이 있고 잊고 지내던 책들을 다시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책에 대해 서점 진열대는 나에게 알려준다. '네가 좋아할 만한 책이라고!'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는 이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책 속에도 나오긴 하지만, 몇몇 작가의 에세이와 인터뷰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책 속의 어떤 이처럼, 나도 갑작스레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서점에 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마산 문화문고... 지난 2007년 폐업하였지만 ... 


참 잘 만들어진 책이다. 책 표지가 좋고 황홀한 색감으로 표현된 서점 사진들은 책 좋아하는 이들의 소박한 물욕과 숨겨진 여행에의 욕구를 부추긴다. 한 번 쯤은 읽고 볼 만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저 | 박수지역 | 학산문화사 | 2013.10.2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많은 서점들이 나오지만, 아래 두 서점은 ... 기억해둘만했다. 


Bart's Books (미국 오하이오주) http://www.bartsbooksojai.com/  



파리의 '세익스피어앤컴퍼니' http://www.shakespeareandcompany.co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어떤 술은 참 오래된 벗.

에라주리즈 에스테이트 까베르네쇼비뇽. 

이 가격대(1만원 ~ 2만원 사이)에서 가장 탁월한 밸런스를 보여준다고 할까. 

가벼운 듯 하면서도 까쇼 특유의 향이 물씬 풍기는 와인. 

이 와인을 즐겨 마신 지도 벌써 10년. 

그 사이는 나는 이 와인을 참 많은 사람들과 마셨구나. 

아직 만나는 사람도 있고 연락이 끊어진 이도 있고. ... 

흐린 하늘의 춘천을, 사용하지도 않을 우산을 챙겨들고 갔다 돌아온 토요일 저녁, ... 

한없이 슬픈 <<화양연화>> OST를 들으며 ... 

참 오랜만에 혼자 술을 마신다. 

오마르 카이얌도 이랬을까. 

인생은 뭔지 모르지만, 술 맛은 알겠다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여행에 대한 기억은 사진으로 되살아난다. 사진이 없으면 여행은 없다. 그저 사라질 뿐이다. 여행 이후 쌓이는 건 사진이고 추억은 사진에 기생하는 어떤 것이 된다. 


작년 늦가을 속초를 다녀왔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사람은 나고 자란 곳을 잊지 못한다. 내가 자란 곳이 중소 도시이듯, 이런 도시에 가면 살고 싶어진다. 바람이 막힘없이 흘러가는 도시, 조금만 움직이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시, ... ... 나도 서울에 지쳐가고 있었다. 내가 서울로 올라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누군가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 죽음을 겪는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남으로써 부재를 경험한다.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지켜보며 자신의 가치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회적 존재로서 부활하는 기쁨을 누린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진정한 의미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설악산으로 왔는데, 기억나질 않고 ... 


아바이 마을 옆 다리 ... 


두 개의 등대, 


멀리 어두워진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기업은 예술, 혹은 예술가를 원하고 예술은 기업을 찾는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의외로 성공 사례도 많지 않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연례 행사처럼 'Art Calendar'를 만들기도 하지만, 직접 제작 경험을 가진 나로선, 그것이 얼마나 요식 행위인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식의 일회성 진행보다 체계화된 '아트 콜라보레이션 Art Collaboration' 프로젝트는 여러 모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쌤소나이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2011년부터 진행하여 이번이 네 번째라는 점에서 놀라웠다. 2011년 배병우, 2012년 이용백, 2013년 황주리. 국내 최고의 작가들과의 예술 협업, 즉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고 2014년은 네 번째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다. 




쌤소나이트의 이번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Design Innovati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젊은 신진 작가들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하였다. 


기존에 진행하였듯이 1명의 작가를 선정하는 방식을 벗어나 공모전 형태로 진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접근이다. 이러한 협업은 국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공익적 가치를 가지면서, 동시에 젊은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예술에 관심 있는 많은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공모전 주제도 '조화 Harmony'로 쌤소나이트가 지향하는 가치와 연결하여, '여행과 삶, 그 속에서의 조화로움을 꿈꾸고 지향'함을 드러낸다. 실은 이러한 공모전 방식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것도 쌤소나이트의 브랜드의 가치가 명확하기 때문일 것이다(기업의 브랜드 가치나 스토리텔링이 단단하다는 점은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번 쌤소나이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1월 24일부터 2월 23일까지 접수가 가능하다. 홈페이지(http://www.samsonite.co.kr/2014art/)를 통해 참가신청서를  다운로드 받은 후 이메일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대상 1명, 우수상 2명에게는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KIAF) 2014 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대상 1명에게는 1,000만원 상금까지 지원한다. 


공모전 지원 자격은 개인전, 단체전 참여 1회 이상 5회 이하의 젊은 작가로 제한하며 장르의 구분은 없으나, 쌤소나이트 여행 가방와의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평면 작업이어야 한다.


젊은 작가들에게 무척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예술 마케팅에 관심 있는 기업에게는 참고할 많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아래는 쌤소나이트 아트 콜라보레이션 마이크로 사이트 내용이다.  











관련 웹사이트 정보 

쌤소나이트 아트 콜라보레이션 마이크로 사이트 : http://www.samsonite.co.kr/2014art/

쌤소나이트 공식 홈페이지 : http://www.samsonite.co.kr/SA/

쌤소나이트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KoreaSamSonite 

쌤소나이트 블로그 : http://blog.naver.com/samsoniter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이용재(지음), 디자인하우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도 책 한 권 써서, 쓴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경제적인 위기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아주 비현실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뭔가 힌트를 얻을 요량으로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잘 팔리는 책과는 거리가 먼 필자에 가깝기 때문에, 잘 팔리는 책은 어떠한가 살펴보기 위해.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이 책은 글의 조탁(彫琢)이라든가, 단어의 선택, 문맥의 흐름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심지어 글의 내용과는 무관한 누군가의 리뷰가 글 초반에 인용되기도 하고(재미 삼아 옮긴 듯한) 인문학 기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빈약했고 마치 짧은 참고서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은 대부분 좋다는 평가들로 채워져 있었으니, 나는 이 책의 문제 이상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놀랍고 한편으로 우울해졌다. 마치 이 나라의 형편없는 정치가 생각 없는 국민들의 무책임한 투표와 정치 무관심에서 비롯되듯이, 한국의 저자들도 그런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를 욕할 생각은 없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 테니 말이다. 이제 책읽기도 티브이예능프로그램 보기와 비슷해지고 전업 작가라면 그 지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충분히 시사적이었다.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이용재저 | 디자인하우스 | 2009.05.01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내일이 지구의 종말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술자리가 모든 존재들과의 추억을 나누는 자리였으면, 이 한 잔의 술은 보다 아름다울 거예요."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 술자리. 아니, 모든 술자리에는 내일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술자리마다 화해하고, 포옹하며, 미안해하며, 실은 사랑했노라고 고백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내 상상 속에서. 


그렇게 취해간다. 


안경을 바꾸었다. 바꿀만한 사정이 있었고, 그 사정 속에서 안경은 바뀌었다. 아주 어렸을 때, 80년대 초반, 안경 쓴 아이들이 멋있어 보이는 바람에, 몇 명은 의도적으로 눈을 나쁘게 하는 행위를 했고 나도 그 부류에 속했다. 형편없는 유년기의 모험은 독서에 파묻힌 사춘기 시절 동안 자연스레 안경 렌즈를 두껍게 하였다. 


그렇게 사라져간다. 마음 속에서, 그리고 이 지구 위에서 저 먼 우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2





봄이 온 걸까. 아니면 많이 피곤해서 마음까지 흔들리는 걸까. 그 까닭을 알 턱 없지만, 오늘 기운이 나지 않는 건, 참 별나다. 땅이 꺼지는 느낌이랄까. ...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라 낯설기까지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빈둥거리고 있다. 일찍 자긴 했다, 아니 깊은 잠을 자지 않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해답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대로 한다면, 다소 출혈이 발생한다. 그 출혈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책임질 것인가, 아닌가. 적고 보니, 전형적인 천칭자리의 접근법이다.


늘 그렇듯이 해답은 알고 있다. 딱 내 수준이긴 하지만. 


찍어놓은 사진들은 많은데, 한결같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래 사진들은 제작년 가을 경주 여행에서 찍은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 목포에 다녀왔다. 아는 형의 결혼식이 있었다. 목포에 있는 탓에 자주 보지 못하나, 서울에 있는 동안 자주 술을 마셨고, 마흔 중반의 첫 결혼이라, 조금 망설이다가 벗들과 함께 다녀왔다.


멀리 갔다오면, 근사한 여행기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문장은 예전만 못하고 생각이 얕아지고 시간은 없다. 


바다 모습이 내가 살았던 마산 앞바다와 비슷해 보였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바다. 파도는 낮고 섬들이 가로막은 풍경. 금요일 저녁에 목포에 도착했고, 토요일 저녁 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토요일, 결혼식이 열렸던 목포 현대호텔을 나와 호텔 뒷편을 걸었다. 물기가 대기 중에 가득했고 몸은 어수선했다. 서울에서 마신 알콜 기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목포에서 다시 술을 마신 탓이다. 

 



현대 삼호 조선소. 흥미로운 것은 삼호 조선소 인근의 휘발유 가격이 목포 시내와 가까워 질수록 가격이 내려가 리터 당 100원 차이까지 났다. 



전라도에서의 결혼식에는 무조건 홍어가 올라와야 된다고 들었는데, 호텔이어서 그런지 홍어무침만 있었다. 내심 홍어 삼합을 기대했는데.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홍어 삼합을 먹으러 나서야 겠다. 


광주는 몇 차례가 가본 적이 있으나, 목포는 처음이었다. 지방 중소 도시에 내려가면 늘 그렇듯이 서울의 불편함만 깨닫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도 서울을 좋아하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여행을 좋아할 것같지만, 여행지에 가서도 책을 읽는 터라, 실은 여행을 거의 가지 않는다. 가끔 가게 되는 여행에서도, 낯선 풍경이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풍경은 늘 빙빙 돌아 내 마음 한군데를 가르키고, 결국 내 마음만 들여다보다 오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여행보다 집에 박혀 책을 읽고 음악 듣는 게 더 즐거운 일이 된 나에게 ... 이번 여행은 내 의지라기 보다는 가족의 의지로 가게 된 것이었고, 한 줄의 글도 읽지 못한 최초의 여행이 되었다. 이 특이한 경험 위로 즐겁게 웃는 아내와 아들의 모습이 겹쳐지니, 즐겁고 가치 있는 여행이 되었던 셈이다.


2박3일 동안 남이섬, 소양강 댐, 청평사를 둘러보는 여행이었고, 숙박은 춘천 세종호텔이었다. 사진을 꽤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로 돌아와서 살펴보니 쓸만한 사진이 거의 없다. 


아무래도 현재 쓰고 있는 줌렌즈 대신 줌이 되지 않는 렌즈로 바꾸어야 겠다. 핸드폰 카메라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PC에서 확인해보면 확연히 그 품질이 떨어져, 가지고 있는 니콘 DSLR 카메라에 당분간 의존해야 한다. 


여행의 감상이나 일정을 상세하게 적고 싶지만, 그럴 시간도, 집중할 공간도 없다. 다른 글들도 밀려 있는 터라, ... ...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데, 삶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으니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지난 여행을 떠올리면서 여행의 즐거움 대신 글 쓰기나 앞날의 걱정을 하고 있는 현대인의 삶이란!)


이번 여행에서 새삼스럽게 인종을 불문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확실히 늘었다는 걸 알았다. 남이섬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가득했고(한국에선 남이섬의 정돈된 정원 풍경이 다소 이국적이겠지만, 유럽에 가면 훨씬 더 좋은 정원 풍경이 펼쳐지니, 남이섬의 관광객 대부분은 강변이라는 것과 한국 드라마 탓일 게다), 청평사로 올라가는 길에서도 백인 관광객들을 자주 만났다. 그만큼 한국이 국제화되고 있다는 증거일 게다. 


혼자 여행가길 좋아하는 이들에겐 남이섬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연인이 너무 많았고 청평사는 내가 가본 절들 중 최초로 유원지처럼 느껴졌다(그냥 유원지라고 하는 것이 옳은 듯하지만). 특히 주말 남이섬은 가지 않는 편이 좋을 듯 하다. 우리 가족은 금요일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파가 남이섬에 모여들었으니까. 


피카사를 다운로드 받아 로모 스타일로 적용해,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남이섬 



청평사 올라가는 길 옆 풍경


청평사 앞 구룡폭포


청평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명동 하늘 위에서 오전 내내 고객사에서 회의를 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에서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 가는 내내, 산타나를 다운로드하여 들었다. 좋았다. 추억의 밴드가 되어버린 산타나였다. 맥주와 데킬라 생각이 자연스럽게 버스를 물들였다. 행인들의 얼굴로 레몬이 흘러갔다. 레몬이 담긴 코로나 병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산타나를 들었다.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로 오는 동안, IT Governance, IT Outsourcing, Service Strategy, SNS Marketing, Social Commerce 등 갖가지 단어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활짝 개인 봄 하늘이다.  



오늘, 암스테르담 스키풀 공항은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뒤적이다 스키풀 공항을 떠올렸다.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는 봄, 문득 내 자신이 그리워졌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내 마음의 건축 - 하 - 10점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다빈치

 

 
일요일 아침, 조심스럽게 일어나 서재로 와서 밀린 독서를 하였습니다. 독서가 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제 독서는 가족의 즐거운 일상을 방해하는 이기적인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내에겐 이런저런 수다를 할 남편이 필요하고 이제 겨우 백일이 되어가는 아이에겐 눈을 마주칠 아빠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제 독서란 아주 이기적인 것이지요.

하지만 습관은 어쩌지 못하는 탓에,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내와 아이를 방해하지 않고 일어나는 조심스러움이 일요일 아침의 키폰인트인 셈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이 책은 블로그 이웃이신 하늘바다 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이 책은 상권, 하권, 이렇게 두 권으로 나왔는데, 저는 이 책을, 여행을 가서 자연 풍경보다는 사람 사는 공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나카무라 요시후미도 건축도 그런 것이라 여깁니다. 그런 탓에 찰스 무어Charles Moore의 아래 말을 습관처럼 인용하곤 합니다.


"위대한 건축물을 실감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 건축물 안에서 잠을 깨는 것이다."



기분 탓인지, 상권이 하권보다 나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둘의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이렇게 하권부터 리뷰를 올리는 것은 상권은 지난 1월에 읽었고 하권은 오늘 다 읽은 탓입니다(상권에 대한 서평도 조만간 할 생각입니다만...). 

하권에 소개된 건축물 중에 제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단 가즈오의 집'입니다. 단 가즈오, 일본의 작가인데, 국내에는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일본 문학들 속에서 몇 번 이름만 접한 작가입니다. 단 가즈오에게 집이란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러나 아래로 축 처진 초가지붕 아래 온돌방이 있고 저녁 불빛이 아련하게 새어나오고 온돌방을 데우는 연기가 초가지붕 주위를 감싸며 올라가는 한국 저녁 풍경은 나 같은 타향 사람에게조차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거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예전부터 온돌방 한 칸뿐인 생활에 대해 오래도록 헛된 집착을 가져왔으며 나머지는 부엌과 변소면 충분하다... 복잡한 짐도 없는 그 온돌방 안에서 유유자적 늙어가고 싶은 소망이 있다. 
- <<맛있는 방랑기>> 중에


저도 단 가즈오처럼 그런 집을 꿈꾸지만, 그건 그저 꿈이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물이란 사람과 함께 하는 곳이고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그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정한 건축물이란 그 누구-사람이든 자연이든-도 서로 해하지 않으며 그 사이로 들어가 조화를 이루며 평화를 추구한다고 할까요.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건축물들 모두 그러한 건축물입니다. 


'내 마음의 건축'이라는 제목이 붙여있긴 하지만, 실은 사람이 살고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책이며, 그 공간을 계획하고 만드는 이들에 대한 책이기도 합니다. 하권 마지막에 저자의 후기 속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지나치게 계획성을 추구하지 말 것
- 낙천적일 것 



이 두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마치 모든 것들을 행할 때의 태도라고 할까요. 얼마 전 '혼다 이펙트Honda Effect'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라면 수업 중에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 단어는 비즈니스의 성공이 철저한 사전 시장 조사, 치밀한 전략,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실행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계획된 것을 재빠르게 수정하고 그 때 그 때 환경에 맞추어 학습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혼다 오토바이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죠. 그러니 지나친 계획성은 도리어 우리의 걸음을 늦게 만들 수도 있는 법입니다. 또한 약간 허술해 보이는 계획이라도 낙천적일 땐 그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후기의 저 두 구절이 마음에 와닿은 이유입니다. 

하권의 첫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작업이고, 마지막 건축물은 루이스 칸Louis Kahn의 작업입니다. 그 두 건축물의 사진을 옮깁니다. 루이스 칸의 솔크연구소는 정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http://blog.parisinsights.com/?cat=18
르 코르뷔지에 '사보아 주택'


http://patriciamguevara.blogspot.com/2011/01/salk-institute.html
루이스 칸, 솔크 연구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인도네시아 발리에 다녀왔다. 올해 초 내 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이 변화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고 새로운 미래와 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변화에 대해선 길게 정리하고 싶어, 반은 사적이고 반은 공적인 블로그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사진 두 장을 올린다. 아열대의 숲을 보고, 나는 아비정전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아비정전을 숨죽여 보던 시기로부터 17년이 지났다. 삶의 태도와 보이지 않는 생각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무언가를 찾아 나간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이제 다시 시작인 셈이다.





이틀 동안 머물렀던 빌라의 한 장면이다. 풀장 깊이가 약 1.5미터나 되었고 수시로 다람쥐들이 놀러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사진 정리를 거의 못하고 있었다. 급한 일 하나를 끝내고 사진 정리를 한다.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다.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흔들, 흔들 거린다.


갤러리 프레드릭 모아상의 입구. 17세에 지어진 건물 1층에 자리잡은 갤러리다.




갤러리 입구에서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의 풍경.



비가 왔다. 차창으로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키고 찰칵.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8



힘들 때마다 꺼내드는 책들이 있었다. 루이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오래 전에 출판된 임화의 시집, 게오르그 루카치의 '영혼과 형식', 그러고 보니, 이 책들 모두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 책들을 읽지 않는다. '힘들다'는 다소 모호하지만, 여하튼 요즘엔 이 책들을 읽지 않는다. 어쩌면 힘들다고 할 때의 그 이유가 다소 달라진 탓일 게다.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를 보냈던 20대엔 대부분의 고초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30대의 고초는 경제적이거나 업무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 파리로 가서, 다다음 주 초엔 터키 이스탄불로, 다시 그 다음 주엔 파리로, 그리고 그 주말에야 비로소 서울로 돌아온다. 빠듯한 재정 상황 속에서 가는 아트페어 참가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오후엔 이스탄불에서 독촉 전화가 왔다. Deadline이 내일이라고 서류들을 챙겨서 보내라고 한다. 할 일이 밀리는데, 책상은 어지럽고 컴퓨터의 파일들은 뒤죽박죽이다.

유로 환율은 왜 이 지경이 되어서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걸까. 내가 참가 했던 지난 아트페어들을 챙기면서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남는 건 이런 사진들과 갤러리와 작가들 명함들 뿐이다.

하이델베르크 대학(?) 앞 서점이다. 문고판 책들을 할인해서 팔고 있었다. 여기에서 모차르트의 '돈 조바니' 가사집을 한 권 샀다. 문고판 책도 참 이쁘게 만든다. 난 이런 책이 좋은데. 깔끔하고 가지런한 디자인의 문고판. 

하이델베르크 성에 놀러온 프랑스 아이들이다. 한결같이 영어를 잘 못한다는 특색을 지닌 아이들. 카메라를 든 동양인을 보자 엄청 즐거워했다. 사진 보내라고 했는데, 메일 주소라도 적어둘 걸 그랬나 싶다.

이런 풍경은 펜시상점 엽서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 엽서가 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서울 풍경을 찍으면 엽서가 될까. 


작년 이스탄불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정리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자기 전에 기도해야 겠다. 보이지도, 경험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신에게. 조금만 더 행복해지고 윤택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4

  • 서울에도 찍으면 엽서가 될만한 곳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
    우리가 이국적인 풍광에 더 쉽게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여행중이신 것 같네요~ 아~~~ 부러워요~~~ ^^

    • 올해 초, 독일에 갔습니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일로 갔죠. 편하게 여행 갔으면 좋으려만, 딱히 그렇지도 못했어요. ^^

  • 2008.10.02 21:52

    비밀댓글입니다

    • 사진 찍는 데 거의 소질이 없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만, 사진을 잘 찍지 않죠. 독일 가서 찍은 사진들 중에서 그나마 좋은 사진입니다. 크~.
      괜찮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낯선 요리를 본다. 꼭 이국의 젊은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눌 듯한 느낌이다. 포크로 조심스럽게 하나를 찍어 먹는다. 창 밖으로 어둠이 내리고 비가 내린다. 한 나라의 요리는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내 천박한 허기는 낯선 요리를 깊게 음미할 기회를 여지없이 박탈해버린다. 마치 대부분의 소년들이 가진 거칠고 사나운 욕정이 순결한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들에게 상처를 내듯이(아니면 그 반대든지).

낯선 요리에 반한다는 것은 이국의 대기와 대지 속에 온 몸의 감각을 맡기는 것과 같다. 독일 요리는 순박하다. 화려한 기교나 장식은 없다. 낯선 이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수줍은 듯 말을 건네다가, 상대의 호의를 느끼는 순간 편한 미소로 다가온다. 독일의 요리는 이런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 보였다.

하지만 입맛만큼 세상에 보수적인 것은 없다. 어느 과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서른세 살 이후 먹게 되는 낯선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서른세 살 전에 먹었던 음식의 맛을 기억해두고 이를 계속 찾게 된다는 것. 외국 생활을 오래 했지만, 밥이나 김치, 고추장을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것도 우리들의 보수적인 입 탓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여러 번 낯선 음식에 당황스러워한 경우가 있다. 이 점에서 호텔의 가지런한 아침식사만큼 부담 없는 것도 없다. 빵과 우유, 주스, 햄과 샐러드, 계란으로 이루어진 아침 식사는 지친 여행객에게 건조하지만 짧고 깊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메세 칼스루헤로 향하는 길. 밤새 내리는 비는 온데간데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거리에 부서져 내렸다. 눈이 부셨다. 몇 천 명 정도 사는 듯 보이는 배드 해른알브는 우리의 작은 읍을 연상시켰다. 칼스루헤에서 배드 해른알브까지 전철로 약 40분 정도 걸린다. 이렇게 보면 그렇게 멀게 생각되지 않지만, 자동차로도 삼사십 분 이상 달려야 하는 꽤 떨어진 곳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낮은 인구밀도가 부러웠다. 그래서 독일의 자연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삶은 윤택해보였다. 다만 사람들 성격들이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워, 다소 심심하거나 쓸쓸할 경우가 많은 듯 보이는 것을 제외한다면.


아트페어의 첫 날은 VIP 프리뷰이다. 아트페어는 그 나라나 그 지역의 사회 저명 인사나 미술 수집가, 언론매체 종사자 등 VIP로 볼 수 있는 일군의 사람들에게 먼저 프리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아트페어마다 프리뷰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 어느 아트페어의 경우에는 프리뷰 때 상당수의 작품이 팔려나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느 아트페어에서는 프리뷰 땐 살만한 작품을 점 찍어 놓고 며칠 지나 구입해 가는 경우도 있다. 어느 때에는 마지막 날 아트페어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진 않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날이 바로 첫날 프리뷰 때이다. 프리뷰 때 방문한 고객들 중 작품을 구입할 생각이 있는 일부는 아트페어 기간 중에 다시 들려 작품을 구입해 간다.


최근 들어 미술 비엔날레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아트페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대한 미술계와 대중의 관심도 늘고 있다. 전자가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전시인데 반해, 후자는 갤러리들과 고객들을 위한 대규모 시장이다.

새로움으로 포장한 평론들, 일반인들에게는 어렵지만 현대 미술의 방향을 결정지을 지도 모르는 작품들, 현대적인 용어들로 작품들을 나누고 설치하고 설명하는 비평가들과 전시 기획자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예술가들. 관람객들은 작품들을 보기 위해 들어온다. 갤러리스트들도 있을 것이고 미술 잡지의 기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엔날레의 주인공은 예술가와 그의 작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메세 칼스루헤와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오직 아트페어를 보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흰 벽면에 작품이 걸리고 그 옆에는 제목, 작가이름, 크기, 재료, 제작연도, 그리고 가격이 적힌 메모가 있다. 갤러리스트들은 어느 관람객이 작품을 구입할 사람인지 유심히 살핀다. 콜렉터들은 손에 작은 수첩 하나를 들고 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을 경우에는 갤러리 이름, 부스 번호, 그리고 작품 이름과 가격을 적는다. 적게는 몇 천 유로에서 많게는 몇 만 유로 이상 나가는 작품을 사기 위해서 그들의 들이는 노력은 매우 대단하다(미주1). 여기에서 예술가는 매우 드물게 노출된다. 한 점이라도 더 팔려는 갤러리스트들과 좋은 작품 하나를 고르려는 콜렉터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정쩡하고 불안한 표정의 예술가들로 구성된 것이 바로 아트페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omas Schiela의 작품이다. 그의 홈페이지는 http://www.schiela.de/ 이다. 꽤 흥미로웠던 수채화였다. 한국에서도 극사실주의 작품이 유행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추상 작품보다는 구상 작품들이 최근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재털이, 병뚜껑, 옷감, 과일 등이라면 외국 작가들은 일상의 풍경, 사람의 표정, 어떤 몸짓이라는 점이다. 어느 작가가 살아남느냐는 작품의 시작부터 이미 결정이 나있는 셈이다(그런데 가격도 보이는데, 지워야 되는 건가).



주1) 한국과는 달리 미술 작품에 대한 투자의 개념이 달라서, 유럽에서는 작품을 구입해 오래 보관한다. 젊은 청년이 구입한 작품은 그가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작품은 그 때 그 자리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작품의 가격은 오랜 시간 후에 작품의 가격은 극단적으로 나누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구입했던 때보다 오른 경우가 많고 어느 경우에는 문화재로 인정되기도 한다.

신고

Comment +0



해마다 겨울이면 조용하고 은밀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그것은 곱고 차가운 햇살 아래에서 다듬어지며, 창 밖의 불길한 어둠을 가르며 내리는 흰 눈으로 감추어진다. 가끔 깊고 무거운 막다른 골목길까지 걸어 들어오는 행인의 구두 밑에서 사각대는 눈 소리는 내 사각의 방이 가진 쓸쓸한 온기를 터질 듯 한 컷 부풀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기 전, 서울엔 눈이 내렸다. 그것이 내가 올해 본 마지막 눈이었다.

사진

공항 가기 전 날 찍은, 어느 건물 옥상 사진. 옥상에 새겨진 저 무늬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곧바로 Art. Karlsruhe가 열리는 Messe Karlsruhe로 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중이었고, 유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이미 와서, 전날 항공화물로 도착한 작품들을 꺼내 놓고 작품을 전시장 벽에 설치하고 있었다.

작품 설치 중

Painting과 Photo 작품들 뿐이라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평행선을 벽면에 비추어주는 기계다. 저 기계, 건축 현장에서나 볼 만한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설치 때 꽤 요긴하게 쓰인다.


한 시간 정도 작품을 설치하다가 미리 예약해놓은 호텔로 갔다. Karlsruhe 인근의 Bad Herrenalb에 있는 Treff Hotel이었다. 그런데 ‘Karlsruhe 인근’이라기 보다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우리는 Karlsruhe에서 나와, 숲 속으로 무려 30분이나 들어갔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낯선 브랜드의 GM 자동차에 붙은 네비게이션 뿐이었다. 그것도 딱딱한 독일식 억양의 아줌마 목소리의 영어로 설명하는.

서울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칼스루헤로, 칼스루헤에서 배드 헤른알브로, 나는 지쳐 금방 잠이 들었다. 시차도 피곤함에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새벽에 깨는 잠은 어쩔 수 없었다.

호텔방

두 명이 쓸 수 있는 방에 혼자 머물렀다. 지금 보니, 약간 우울한 풍경이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정신없는 일정이었다.


아침이 왔다. 낯선 풍경이었다. 독일의 숲이란 이런 모습이었구나. 침엽수로만 이루어진 유라시아 대륙 서쪽중간에 위치해 있는 숲은 겨울에서 봄을 향해가고 있었다. 간간히 새소리가 들렸고 어디선가 교회 종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집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올랐다. 아침을 알리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메시지. 그러고 보니 호텔 조식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국적이란 단어는 이국에 나가보면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그 기분도 사라진다. 일상의 힘은 놀랍다. 끊임없이 뭔가를 처리해야만 하는 일상의 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은 조금만 운전해 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것이 산인데, 독일에선 그렇지 않았다. 낮은 언덕을 만나기도 어렵다. 이 곳이 난 어딘지 모른다. 베드 헤른알브에서 메세 칼스루헤로 가는 길 중간에 맞주친 마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셔트스피드를 잘못 맞추었다. 여유를 가졌다면 사진을 많이 찍었을 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칼스루헤 인근에 바덴바덴도 있고 베드 헤른알브가 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도 인근이다. '인근'이라는 표현이 좀 모호한 감이 없진 않지만. 프랑스, 스위스, 독일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신고

Comment +6

  • 독일에 다녀오셨군요.....+_+
    사진을 접하는 저에겐 이국적인 느낌이 화악 다가오네요. ^^

  • noi 2008.04.24 21:58 신고

    건물 옥상 사진이 특이하네요. 미술 작품인 줄 알았어요.. 방 사진도 전 좋은데요. 고적해 보여도 분위기 있고.. 창밖 풍정도 좋고..
    건강하시죠?^^

    • 저 옥상이 최근 어떻게 변했는지 조만간 올려볼께요. ^^.. 아, 요즘 건강이 아주 안 좋아졌어요. ㅡ_ㅡ;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술로 해결하려는 습성이 20대 초반부터 굳어진 탓인지, 건강 해치는 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있네요. 크크.

    • noi 2008.04.26 00:00 신고

      이런, 건강을 해치시면 아니되지요. 술 많이 드시나봐요.. 사알짝 줄여보심이.. 헬스 하시는 거 같던데 운동도 좀더 하시구여.. 말이 쉽지만서두^^

    • 바쁜데 해야할 일은 계속 쌓이고 스트레스는 받고 ... 아, 디오니소스는 우리들 청춘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같아요. 한강에서 자전거 탄 지도 꽤 되었네요. 피트니스 센터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가는데, 좀 분발해야겠어요. 그리고 감사. 꾸벅. ^^


갈색 먼지로 뒤범벅이 된 레코드자켓에서 타다만 낙엽 끄트머리 색깔과 닮은 레코드를 꺼내 일본의 어느 전자 공장에서 나온 지 족히 20년은 넘긴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그리고 잠시 후 남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낡은 목소리들이다. 그 목소리들 사이로 문학을 이야기하고 예술을 이야기하던 그 때 그 시절의 고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하다. 하긴 그 때나 지금이나 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영혼은 변한 건 별로 없는데.



그러나, 결정적으로 보이는 세계의 영혼은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어제 낮에 세탁기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오늘 오전까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잠시 세탁기로 흘러나오던 물이 끊어진 탓이다. 그리고 나는 세탁기의 삶은 존중해주기로 마음 먹은 적은 없지만, 대신 내 삶의 피곤에 지쳐 금방 잠들고 말았다.

목감기에 걸려버렸다. 해마다 초겨울이면 걸리던 목감기를, 올해는 늦겨울에 걸리고 말았다. 그것도 출국 이틀 남겨놓고. 할 일도 많은데.

내가 없는 사이, 금붕어 밥 주고 화분에 물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마 금붕어는 어항 위로 곱게 떠올라 날 증오하겠지. 화분들은 올해 내내 화려한 꽃과 푸른 잎사귀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나의 성실한 양육 태도를 요구할 거야.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이 변하진 않겠지만, 나는 조금 바뀔지도 몰라.  

프랑크푸르트에 잠시 들렸다가 칼스루헤로 간다. 독일에 살고 있는 후배와 술 한 잔 할 생각인데, 일정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역시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 유학 가겠다고 고집부리다 만 것도 바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신고

Comment +9

  • 윤민맘 2008.02.25 00:14 신고

    저도 여행 무지하게 싫어해요, 지하련씨.

    • ㅎㅎㅎ. 여행 싫어하지만, 종종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방콕한답니다. 아무래도 낯선 풍경에 흥분을 덜하는 것같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 wooeyons 2008.02.26 21:19 신고

    세탁기의 삶을 존중. 부분에서 피식. 재밌는 표현이에요.

  • 2008.02.27 11:02

    비밀댓글입니다

  • 2008.02.29 10:24

    비밀댓글입니다

    • 한동안 프로그래시브 락에 빠진 적이 있었죠. 특히 클래식컬한 락을 좋아했습니다. 그 때가 대학 1학년이었죠. 지금 20대들은 어떤 음악을 듣는지... ㅎㅎ

  • noi 2008.03.02 19:25 신고

    출장중이신가봐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 다녀왔습니다. 독일 칼스루헤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독일, 너무 좋더군요. ^^. 북부가 아니라 남부라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기도 했지만요.. ㅎ

    • noi 2008.03.08 09:29 신고

      북부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셨나봐요^^ 두 지역 간에 경쟁심이 있지요..지역성도 상당히 다르고. 베를린도 그렇고 북부는 또 북부나름대로 매력이 있는데... 특히 전 북부독일어가 좋아요. 암튼 잘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경험한 재밌는 일 있으시면 올려주세요^^


자전거 여행

김훈, 생각의 나무, 2000


김 훈의 문장은 그 서정성의 깊이로, 그리고 그 문장의 우아함으로 언제나 여러 평자들의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자전거 여행> 뒷 표지에 실린 정끝별의 글은,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오버'다. 늘 소설이나 시집, 혹은 산문집 뒤에 실린 평론가들의 평은 작가들의 영혼을 비켜나가선 스타카토 풍의, 뚝뚝 끊어지는 문장의 공허함만을 선사한다. 이번도 틀리지 않아서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든 가 '그의 사유와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 과 종교학을 종(縱)하고 횡(橫)한다'라는 문장은 <자전거 여행>을 아무리 다시 읽어도 이해가 불가능하다. 왜냐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글쓴이가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적은 기행문이기 때문이다. 가끔 몇 권의 책을 언급하지만 그건 잠시 지나가는 말일 뿐, 어떤 인문학적 성찰이나 학문에 대한 진지한 연구 따위는 없다.

김 훈의 새로운 산문집 <자전거 여행>은 불행하게도 그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선택과 옹호>의 놀라운 문학적 통찰이나 <풍경과 상처>의 풍경 속을 파고 드는 문장의 밀도는 사라지고 세파에 시달리는 직장인 김 훈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잠시 세파를 잊는 정도에서 멈추고 있다. 그러나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많은 책들 중에서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집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김 훈은 내가 사랑하는 몇 되지 않는 작가들 중의 한 명이고 언제나 그의 책을 기다린다. 요즘 작가들은 너무 자신들을 소모시키고 스스로 천박한 자본주의의 상품으로 진열되기를 원한다. 이것을 그들은 거리낌없이 '대중주의'라고 말한다. 김 훈은 그 곳에서 약간 비켜 서있으며 언제나 정직하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우리 시대의 작가나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과의 호흡'이 아니라 '자기자신에 대한, 예술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다.

 - 2000년 8월 14일


7년이 지나는 사이, 김훈은 글 잘 쓰는 신문 기자에서 한국에서 몇 되지 않는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가 썼던 책들, 대부분 잘 팔리지 않았던 몇 권이 다시 출판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풍경이다. 얼마 전에 읽은 기사가 떠오른다. 서울 시내 길거리에서 루이 뷔통 가방을 3분마다 하나씩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패션 전문가들은 '패션의 수준이 미성숙해서'라고 지적했다. (
http://news.media.daum.net/culture/others/200801/04/hankooki/v19495312.html) 이와 비슷하게 김훈 문학에 대한 대중의 인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표현 중의 하나로 '문화는 심심함을 먹고 자란다'라는 것이 있는데, '문화는 모험으로 성숙된다'도 포함되지 않을까. 문화 체험은 적당한 양의 모험이 요구된다. 익숙치 않는 책이나 음반을 한 번 경험해보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성숙해질 수 있다. (좀 과격한 방법인가)
아마 2000년 이전에 김훈을 좋아했고 그의 글을 탐독했던 이들 중 일부는 지금의 김훈 인기를 낯설게 바라볼 것이 분명하다. 참 낯설다.

- 2008년 1월 6일
신고

Comment +0


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토요일 오후 일찍 강릉으로 향했다. 대관령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향 강릉에 내려가 지내고 있는 친구와 함께 경포에 갔다. 바다는 조용했다. 말 없는 세상이 싫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는 듯. 하지만 세상은 다 알지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불구가 된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솔직히 그렇게 믿어야만, 이 세상을 증오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친구의 고등학교 선배들과 함께 다음 날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새벽 강릉 안목에서 먹은 문어는 정말 별미였다.

오늘 오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을 자며 꿈을 꾸었다. 꿈을 꾸려고 노력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관령을 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해바다. 낮은 흐렸고 구름은 빨랐다. 서울은 완연한 봄날씨였는데, 태백산맥 너머 동해는 아직 겨울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사장에 파도가 부서졌다. 계속 부서졌지만, 다시금 제 형태를 찾는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사연과는 확연히 달랐다. 가증스러웠다.

신고

Comment +0

여행의 기술 - 8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지음), 정영목(옮김), 이레




첫 페이지는 좋았지만, 채 열 페이지를 읽지 못한 채 덮었다.
초반부를 띄엄띄엄 읽다가 중반 이후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한 뭔가 대단한 통찰을 얻는다거나, 대단한 여행 기술이나, 2006년 겨울 서울의 직장인들에게 대단한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알랭 드 보통이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어떤 환경이 부러웠으며
여행지에 대한 이런 저런 정보들을 읽어 정리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부러웠으며
정처 없이 생각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을 부러워했다.


나는 여행을 거의 가지 않는다. 누군가와 같이 가지도 않을 뿐더러, 그나마 간 것도 혼자 묵호와 서귀포를 간 게 전부다. 누군가와 여행을 가고 싶지만, 여행지의 명소를 찾기 보다는 푹신한 소파를 가진 호텔 로비나 펜션 거실에 앉아 멀리 보이는 풍경에 시선을 두길 좋아한다. 나에게 여행이란 대체로 육체의 휴식과 영혼의 안식을 위해서이지, 새로운 경험이나 열광적인 향락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 점에서 나는 철저히 게으른 여행자이고 아예 여행을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하지만 나이가 든 탓일까. 요즘은 어딘가로 가고 싶고, 그것이 새로운 열광이거나 흥분되는 만남이었으면 싶고, 그 곳에서 새로운 걸 마주하고 싶어진다. 내 속에 숨겨진 어떤 향기들이 계속 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이 책, 읽을 만하다. 국내 저자가 쓴 이런 여행기 한 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 마냥 부러워하지만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신고

Comment +2

  • 역시 휴양지 취향이시군요.. 사실 , 휴양지를 누리기에는 참 사치라 ,
    여행하기도 바빠 영혼의 휴식을 취한지가 어언...-_-; 이제는 영혼의 휴식은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도..... 잊어버린듯합니다..ㅠ_ㅠ;
    저도 알라딘에서 행복의 건축을 사면 이녀석을 준다기에 대뜸 샀는데 제 흥미에는 기대를 못 미치더라구요.. ;; 재밌는 책은 아닌거 같았어요... 흠.... 읽으려면 큰일!!!

    • '재미있는 책'에 속하지는 않는 것같아요. 뭐랄까. 좀 애매한. 하지만 '알랭 드 보통'처럼 그렇게 여행 다니는 건 무척 부러워요. 한 번 해보고 싶은 여행이랄까. : )



오래된 먼지들을 가득 머금고 있는 때묻은 가방 속에
서른 중반의 사내를 설레게 할 프루스트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들로 가득찬 뮈세를 챙기고
김포공항으로 가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익숙치 못한 여행 탓에 기내 반입 금지 물건을 버젓이 꺼내놓고 검색대를 지나치며
땀에 미끄러진 안경을 올리며 공항 직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 나에게 며칠 간의 여유가 생겼다.
어떻게든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고
어떻게든 바다에 도착한다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있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하고
혼자 가는 여행에도 익숙치 못한 탓에 맥주 마셨다.

제주 공항에서 내려 바로 서귀포로 향했다.
바다 건너 일본이나 태평양이 있는 것이 낫지,
바다 건너 전라도나 경상도가 있는 건 별로라는 단순한 생각 탓이다.

그러나 내가 있는 동안 내내 하늘은 흐렸고
바람이 많았으며 인적은 드물었다.

운 좋게 구한 족히 서른 다섯 평은 나올 만한 팬션에서 그냥 뒹굴뒹굴거렸다.
라면 몇 개를 먹었으며 맥주 캔 몇 개를 먹었으며
주인 아주머니와 오겹살을 구워먹으며 노닥거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기거 했던 팬션의 전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있었던 팬션 입구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서귀포 옆 강정 포구 앞바다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가 있었건 팬션 거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내가 있는 내내 날은 흐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팬션 거실. 거실 이외에 침실이 두 개나 더 있다. 욕실도 두 개. 난 혼자 갔는데.






신고

Comment +0

 



머리가 무척 아프고 몸이 무겁다. 낮게 깔린 하늘 탓인가. 아니면 지쳐가는 세상 탓인가. 오늘 오후 혼자 이리저리 방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어제 밤 늦게라도 맥주를 마실 걸 그랬나. 그런데 오늘은 어디 가서 혼자 노나.

책이라곤 하이엔드오디오컴플릿가이드만 들고 왔는데 말이다. 갑자기 허공을 감싸고 있는 공기의 무게가 느껴진다. 공기의 무게가. 날 짖누르는 공기 알갱이들의 무게가. 


   Andy Warhol (1930-1987)
   Self-Portrait
   1979
   Instant Color Print
   20" x 24"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출처: http://www.zootpatrol.com/index.php/2009/12/andy-warhol-polaroids-celebrities-and-self-portraits/ 

 

 

신고

Comment +0

늦은 봄날의 일상

가끔 내 나이에 놀란다. 때론 내 나이를 두 세살 어리게 말하곤 한다. 내 마음과 달리, 상대방의 나이를 듣곤 새삼스레 나이를 되묻는다. 내 나이에 맞추어 그 수만큼의 단어를.....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가 사드(Marquis de Sade)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에서 한국에서 사드의 책을.....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This Craft of Verse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우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고,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

대학로 그림Grim에서

"글을 쓰지 않아요?"라고 묻는다. 매서운 바람이 어두워진 거리를 배회하던 금요일 밤, 그림Grim에 가 앉았다. 그날 나는 여러 차례 글을 쓰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가끔.....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W.G.제발트Sebald

아우스터리츠 Austerlitz W.G.제발트(지음), 안미현(옮김), 을유문화사 병상에 누워, 안경을 쓰지도 못한 채,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읽었다. 병상에서의 소.....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 다나카 준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 다나카 준(지음), 김정복(옮김), 휴머니스트 일본인 저자가 쓴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이라니! 놀랍기만 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지음), 최세희(옮김), 다산책방 나는 우리 모두가 이러저러하게 상처받게 마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

쓸쓸한 커피숍

2016. 06. 10 오늘도 기다림은 이어진다. 그리움은 늘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지음), 김경원(옮김), 이마, 2016 현대적인 삶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조각나고 파편화되어, 이해불가능하거나 수용하기.....

서양철학사, 윌리엄 사하키안
서양철학사, 윌리엄 사하키안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