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3

문득 스페인에 가고 싶은 일요일

세스 노터봄의 여행 산문집 은 절판이다. 어렵게 중고로 구했는지, 이젠 중고 책들이 온라인 서점에 많아졌다. 어떤 책에 빠지면, 그 곳에 가고 싶고 그녀를 만나고 싶고 그 요리를 먹고 싶다. 노터봄의 이 책을 읽으며 스페인에 가고 싶어졌다. 유럽이면서 유럽이 아닌 곳, 스페인. 해외 여행은 이제 몇 년 후의 바람이 되었으니,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이나 만들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스페인의 내륙지방, 여기서 가고도 참 어려운 곳, 소리아가 궁금해졌다. 1960년대 초반 스페인의 지방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은 소리아Soria로 가면 된다. 관광객으로 흥청거리지 않으니 멀쩡한 옛날 건물을 헐 이유도 없고 볼썽사나운 콘크리트 블록으로 도시를 망가뜨릴 일도 없다. 나무를 알루미늄으로 바꿀 ..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한은형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한은형(지음), 난다 한은형의 산문집을 읽었다. 실은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이 나았을 뻔했다. 그녀도 후기에서 밝히듯 상당히 어렵게 쓴 글들이다. 어쩌면 베를린과 그녀는 어울리지 않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뤼벡과 드레스덴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다. 뜬금없이 이 산문집을 읽게 된 건, 십수년 전 그녀의 짧은 글들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최근 그런 글을 읽은 적이 거의 없고 글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터라, 우연히 그녀의 산문집을 산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읽었던 그 때의 글과 비교하면, 긴장감은 거의 없고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랄까. 살짝 우울해졌다. 그녀가 찍은 듯 보이는 사진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베를린과 소설가 한은형은 어울리지 ..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지음), 정영목(옮김), 이레 첫 페이지는 좋았지만, 채 열 페이지를 읽지 못한 채 덮었다. 초반부를 띄엄띄엄 읽다가 중반 이후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한 뭔가 대단한 통찰을 얻는다거나, 대단한 여행 기술이나, 2006년 겨울 서울의 직장인들에게 대단한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알랭 드 보통이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어떤 환경이 부러웠으며 여행지에 대한 이런 저런 정보들을 읽어 정리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부러웠으며 정처 없이 생각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을 부러워했다. 나는 여행을 거의 가지 않는다. 누군가와 같이 가지도 않을 뿐더러, 그나마 간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