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4

카페, 프로젝트 사무실, 쓸쓸한 일요일

1.너무 화창한 일요일, 사무실에 나왔다. 일요일 나가지 않으면 일정대로 일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잘못된 채 시작되었다. 하긴 대부분의 IT 프로젝트가 이런 식이다.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제대로 기획되었더라도 삐걱대기 마련이지.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사무실에 나와 허겁지겁 일을 했다.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나와, 여의도를 걸었다. 집에 들어가긴 아까운 날씨였다. 그렇다고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시를 보러 가긴 너무 늦었고 ... 결국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책이나 읽다 들어가자 마음 먹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5월 햇살은 따스함을 지나 따가웠다. 봄 무늬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처녀들의 얼굴엔 미소가 ..

해마다 추석.

해마다 추석이 오고, 그 때마다 나는 기차에 몸을 싣고 내려간다. KTX 예매는 무척 어려운 종류의 일이 되었고 짧은 여행 시간마저도 꽤 고단한 일상이 되었다. 13시간이나 걸려 가던 여행 시간은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옛날 일이 되었다. 내려가면 매일 회를 먹는다. 적어도 서울보다 저렴하고 신선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지만, 따지고 보면 막상 그런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마트에서 스미노프 한 병을 구입해 같이 먹었다. 그리고 추석 다음 날엔 창원 해양공원엘 갔다. 세계 2차 대전 중, 1941년 뉴욕에서 만들어진 군함 한 척이 2013년 반도 남쪽 끄트머리 섬에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과 세상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지만, 바다는 잔잔했고 사람들의 일상은 전쟁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듯 했다. 이제 만 ..

낮은 하늘 아래서

해마다 가는 창원이지만, 갈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건 내 나이 탓일까, 아니면 내가 처하게 되는 환경 탓일까. 집 밖을 나오면 멀리 뒷 산들이 보이는 풍경이 다소 낯설게 여겨지는 건, 너무 오래 서울 생활을 했다는 뜻일 게다. 하긴 지금 살고 있는 노량진 인근 아파트 창으론 여의도가 한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연휴 때 나온 사무실은 조용하기만 하다.

메이데이의 출근, 그리고 연휴

천천히 집을 나섰다. 지난 밤 숙취가 풀리지 않아서였고, 노동절이라는 핑계로 다소 여유를 부리고 싶어서였다. 지하철 대신 김포공항에서 삼성동까지 오는 공항버스를 탔다. 역시 연휴의 시작인지라, 88도로는 꽉 막혔고(여의도 구간은 현재 공사 중이라 한 차선을 막아놓아 더 막히고 있다), 강변북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치 연휴의 시작이 아닌, 그저 평범한 금요일 오전 같았다. 혼자서, 나이가 이만큼 들고 보니, 긴 연휴가 불편하기만 하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벗들도 결혼을 하든지, 연애를 하든지, 외국으로 나가든지 한 탓에, 누군가를 불러 술 한 잔 마신다는 것도 불편한 일이 되었다. 어디 혼자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있을까 싶다. 오전에 한강 변을 지나는데, 하늘을 나는 브이자로 나는 새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