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 3

밤엔 더 용감하지, 앤 섹스턴

밤엔 더 용감하지 Braver at night 앤 섹스턴Anne Sexton(지음), 정은귀(옮김), 민음사 앤 섹스턴 시집을 읽었다.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하지만 공격적이지 않았으며 스스로 버티면서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이었다. 미워하지만 사랑했고 죽고 싶었지만 동시에 살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러한 자기 내부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었다. 1960년대 미국 여류 시인이 무엇과 싸웠는지 알 수 있다고 할까. 더블 이미지 Double Image (...) 너를 기쁨이라 부를 수 있도록 우리가 너를 조이스라 이름 지은 걸 나는 기억해 강보에 푹 싸인 채 축축하고 이상하게, 너는 내 무거운 가슴에 어색한 손님처럼 왔어. 나는 네가 필요했어. 나는 남자애를 원하지 않았어. 여자아이만을, 이미 사랑받고 있는, ..

고착된 생각A Fixed Idea, 에이미 로웰

점심 식사 대신 에이미 로월(Amy Lowell, 1874 - 1925)의 시를 한글로 옮겨보았다. 며칠 전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로웰의 시가 실렸는데, 처음 듣는 시인이었고 처음 읽는 시였다.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흥미가 일었다. 하지만 시인의 이름만 제공하고 시 제목은 영어를 병기하지 않았다. '고착된'이라는 단어는 쉽게 fixed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먼저 에이미 로웰로 검색해 로웰의 시 목록(http://www.poemhunter.com/amy-lowell/)을 훑었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구글에서 Amy Lowell fixed idea를 추천 검색 키워드로 제시해주었다.(원문 -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and-poets/poems..

어느 일요일의 단상, 혹은 책읽기의 사소한 위안

책을 집중해 읽을 시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줄어들기만 한다. 이제서야 책 읽는 재미, 문맥 속에서 세상의 비밀을 엿보는 기쁨을 알게 되는 듯 한데 ... 얼마 전 펼친 한스 블루멘베르크(Hans Blumenberg)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들'(Wirklichkeiten in denen wir leben, 양태종 옮김, 고려대출판부)의 한 구절은 올해 읽었던 어느 문장들 보다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가 하나 이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은 20세기 철학을 자극하는 발견들을 위한 정식이다. 그것은 우리와 맞닥뜨리는 횟수가 늘어나는 발견들을 위한 정식이다." - 한스 블루멘베르크 하나 이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20세기의 생각들은 시작되었을 지 모르겠다. 블루멘베르크의 표현대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