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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점심 식사 대신 에이미 로월(Amy Lowell, 1874 - 1925)의 시를 한글로 옮겨보았다. 

며칠 전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로웰의 시가 실렸는데, 처음 듣는 시인이었고 처음 읽는 시였다.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흥미가 일었다. 하지만 시인의 이름만 제공하고 시 제목은 영어를 병기하지 않았다. 

'고착된'이라는 단어는 쉽게 fixed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먼저 에이미 로웰로 검색해 로웰의 시 목록(http://www.poemhunter.com/amy-lowell/)을 훑었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구글에서 Amy Lowell fixed idea를 추천 검색 키워드로 제시해주었다.

(원문 -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and-poets/poems/detail/42980


먼저 원문을 옮기고, 내가 번역한 것을, 마지막으로 중앙일보에 실린 번역시를 올린다. 

중앙일보에 실린 시는 너무 풀어서 번역했다는 느낌도 있고 (너무 의역한... 뭐,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방통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난 다음부터 영시 번역이 무척 재미있다. 

대학 시절 외국 문학을 좀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교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걸 체계적으로 배울 준비가 된 학생도 없었고, 나 또한 그런 학생이 아니었음을... 




A Fixed Idea  



What torture lurks within a single thought 

When grown too constant; and however kind 

However welcome still, the weary mind

Aches with its presence. Dull remembrance taught 

Remembers on unceasingly; unsought 

The old delight is with us but to find 

That all recurring joy is pain refined  

Become a habit, and we struggle, caught 

You lie upon my heart as on a nest 

Folded in peace, for you can never know 

How crushed I am with having you at rest

Heavy upon my life. I love you so 

You bind my freedom from its rightful quest. 

In mercy lift your drooping wings and go.

  


고착된 생각 



끝없이 거듭되어 자라나는 하나의 단일한 생각 안에 

고문같은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 그리고 친절하긴 하지만

아직 반갑긴 하지만, 그 지친 마음은 

그 존재로 고통스럽지, 흐릿해진 추억은 길들여진 채 

쉼없이 기억되고; 찾지도 않는

그 오래된 기쁨은 우리와 함께 있으나, 결국 알게 된다네  

모든 회상되는 즐거움은 정제된 고통임을 

습관이 되네, 그리고 우리는 싸우지, 잡힌 상태로

당신은 어느 보금자리인 듯 내 마음에 누워 

평화로이 감싸여, 당신은 절대 알 수 없지 

내 삶 위에 무겁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당신으로 인해

얼마나 나는 짓눌려졌는지. 나는 너무도 당신을 사랑하네 

당신은 내 자유를 그것의 정당한 탐색로부터 구속하고 

자비로이 당신의 축 늘어진 날개들로부터 풀어줘, 그리고 가. 





아래는 중앙일보에 번역되어 실린 에이미 로웰의 시다. 



고착된 생각




너무 계속 자라는 한 가지 생각안에는 

고문 같은 고통이 숨어있지,

아무리 다정하고 아무리 반가워도 

내 지친 마음은 그 생각 때문에 더 아픈 거야.

길들여진 둔한 기억은 끊임없이 계속 기억하지,

찾지도 않은 오래된 기쁨은 우리와 함께 있지만 알게 되지,

되풀이되는 모든 기쁨이 단지 습관이 된 정제된 고통일 뿐임을,

우리는 벗어나려 애쓰지만 다시 사로잡히지. 

당신은 마치 둥지 위에서처럼 내 가슴 위에 누워있지,

평화롭게 팔짱 낀채, 그러나 당신은 결코 알 수 없어,

내 삶 위에 당신이 무겁게 쉬고 있을 때,

내가 얼마나 큰 고통으로 바스러지는지.

난 당신을 너무 사랑해, 당신은 당연히 날 찾아 나의 자유를 구속하지

제발 날 불쌍히 여겨 처진 날개를 들고 떠나줘.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204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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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중해 읽을 시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줄어들기만 한다. 이제서야 책 읽는 재미, 문맥 속에서 세상의 비밀을 엿보는 기쁨을 알게 되는 듯 한데 ...

얼마 전 펼친 한스 블루멘베르크(Hans Blumenberg)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들'(Wirklichkeiten in denen wir leben, 양태종 옮김, 고려대출판부)의 한 구절은 올해 읽었던 어느 문장들 보다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가 하나 이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은 20세기 철학을 자극하는 발견들을 위한 정식이다. 그것은 우리와 맞닥뜨리는 횟수가 늘어나는 발견들을 위한 정식이다." - 한스 블루멘베르크

 
하나 이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20세기의 생각들은 시작되었을 지 모르겠다. 블루멘베르크의 표현대로... 하지만 몇 세기 전 17세기의 존 단(John Donne)은 하나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했지.

And now good morrow to our waking souls,
Which watch not one another out of fear;
For love all love of other sights controls,
And makes one little room an everywhere,
Let sea-discoverers to new worlds have gone,
let maps to others, worlds on worlds have shown:
Let us possess one world; each hath one, and is one.
(
그리고 지금 우리 깨어나는 영혼들에게 아침 인사를,
두려움으로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던 건 아니라네.
한 사랑이 다른 사람에 대한 모든 사랑을 막아주고, 
그리고 이 작은 공간이 전체의 세계가 되네,
바다 위의 발견자들은 새로운 세계로 가도록 놔두고,
지도를 다른 이들에게, 세계들에 대한  세계들을 보여주며,
우리 하나의 세계를, 각자 하나의 세계를, 그리고 하나가 될 세계를 가지네.)

- 'The Good-Morrow'의 2번째 연.
(번역은 방송통신대학 교재 - 영국 문학의 이해 - 주석을 참조하여 직접 함)


존 단의 근대성(Modernity)는 지도 위의 어떤 세계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하나의 세계, 서로 공유하게 될 어떤 세계. 즉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어떤 것을 꿈꾸는 것이다. 이론이 현실이 되어 퍼져나가는 것.

그런데 20세기 이후의 문학과 철학 속에서는 실제 현실이 이론화되고 예술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담론만 넘쳐나고 실제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잠자리에 들기 전 너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대부분은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 이제 내 나이도 마흔이 된다. 어렸을 때, 마흔 이상 되는 이들은 이 세상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강력하게 동의했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어쩌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흔들거리는 어느 일요일 밤, 한스 블루멘베르크의 책은 잠시나마 나의 위안이 되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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