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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Art History - a very short introduction

Dana Arnold, Oxford, 2004 




그러고 보니, 원서를 통독한 것은 참 오랜만이다. 그만큼 읽기 쉬운 평이한 문장으로 되어있기도 하고 책 제목 그대로 introduction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거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관점에서 미술사(art history)를 조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사와 예술 비평에 대한 비교나 예술작품감정(Connoisseurship)에 대한 언급도 있으며, 신미술사(New art history)나 철학사의 영역에서 바라보는 예술작품, 또는 예술사도 포함시키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설명들이 명확하고 단순하게 언급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데리다의 <<The Truth of Painting>>를 설명하기도 하고 도상해석학이 등장하기도 한다. 약 100페이지 남짓한 짧은 책에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언급하고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Dana Arnold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What is art history? 

Writing art history 

Presenting about art history

Reading art

Looking art 


이 책의 목적은 명확하다. 


This book is intended as an introduction to the issues and debates that make up the discipline of art history and that arise from art history's central concerns - identifying, categorizing, interpreting, describing, and thinking about works of art. (이 책은 미술사라는 학문을 구성하는 동시에, 미술사의 중점 관심사들 - 예술작품들에 대해 정의하고, 분류하며, 해석하고 묘사하고 사유하는 것 - 로부터 생겨난  쟁점들과 논쟁들을 소개하기 위해 씌여졌다)


하지만 예술작품만 보자면, 어쩌면 이 책은 필요없을 지도 모르겠다. 


This kind of visual material can have an autonomous existence - we can enjoy looking at it for its own sake, independent of any knowledge of its context, although of course viewers from different time periods or cultures may see the same object in contrasting ways. (이러한 종류의 시각적 소재들은 자율적인 존재를 가질 수 있다 - 우리는 그것들의 콘텍스트(배경)에 대한 어떤 지식들에 의지하지 않고, 심지어 다른 시대나 다른 문화권에서 온 관람자가 똑같은 대상을 전혀 다른 반대의 방향의 보게 될 지라도, 작품 그 자체로 보는 것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난 다음 뒤따르게 되는 질문들, 누가 만들었지? 이 작품의 주제는? 언제 만들어진 걸까? 등에 대한 일련의 활동이 모여 예술사라는 학문이 된 것일지도.  


미술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다수의 도판이 나오며 미술사의, 최신 논쟁이나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번역된 여타 책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신의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아래 글은 꽤 의미심장해 옮겨본다. 


The Dinner Party

Judy Chicago

1979, 브룩클린 미술관 소장 

https://www.brooklynmuseum.org/eascfa/dinner_party/home (The Dinner Party에 대한 다양하고 자세한 자료를 읽을 수 있다) 


My idea for The Dinner Party grew out of research into women's history that I had begun at the end of the 1960s ... the prevailing attitude towards women's history can be best summed up by the following story. While an undergraduate at UCLA, I took a course titled the Intellectual History of Europe. The professor, a respected historian, promised that a the last class he would discuss women's contributions to Western thought. I waited eagerly all semester, and at the final meeting, the instructor strode in and announced: 'Women's contributions to European intellectual history: They made none.'

I was devastated by his judgement, and when later my studies demonstrated that my professor's assessment did not stand up to intellectual scrutiny, I became convinced that the idea that women had no history - and the companion belief that there had never been any great women artists - was simply a prejudice elevated to intellectual dogma. I suspected that many people accepted these notions primarily because they had never been exposed to a different perspective.

As I began to uncover what turned out to be a treasure trove of information about women's history. I became both empowered and inspired. My intense interest in sharing these discoveries through my art led me to wonder whether visual images might play a role in changing the prevailing views regarding women and women's history. 

- Judy Chicago, The Dinner Party (1996) pp.3-4 (25쪽 - 26쪽) 




* Art History를 미술사로 옮기고 art work를 예술작품으로 옮겼는데, 이는 미술작품이라고 하면 painting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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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종말 이후>>, 아서 단토(지음), 이성훈/김광우(옮김), 미술문화, 2004년
(Arthur C. Danto, After the end of Art – contemporary art and the pale of history)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다 읽고 난 다음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말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그 책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더구나 꽤 저명한 사람의 책이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거참, 한심하지.

예술의 종말이란 낯선 주제가 아냐. 이건 헤겔 미학의 주제야. 여기에서 ‘종말(End)’는 곧잘 근대성에 반대하는 후기 근대주의자들의 어투이기도 해. 그런데 여기에서 약간 유머러스한 건 단토는 헤겔을 끔직하게 좋아하는데, 후기 근대주의자들 대부분이 지독하게 헤겔을 싫어한다는 점이지. 대체로 프랑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후기 근대주의가 실은 코제브의 헤겔 해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야.

이 책의 결론은 단순해. 바자리식의 미술 이해의 역사가 끝났고 그린버그식의 미술 이해도 끝났다, 그러니 이제 기존 방식으로 이해되던 예술은 끝났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아무리 읽어도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좋아하는 라캉이라면 ‘대문자 A의 예술의 종말’이라고 이야기했을 꺼야. 여기에 대해서 단토의 주장이 틀렸다고 보는 건 아냐.

애초부터 예술은 진보하는 게 아니었거든.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변화한다고 할까. 우리 삶같이. 여하튼 단토는 이런 식으로 기존 방식으로 이해되던 예술은 종말을 고했고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예술이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지.

문제는 이게 다라는 데 있어. 뒤라스의 마지막 책 제목을 흉내 내려고 한 건 아니야. 그런데 정말 C’est Tout야. 내가 보기엔 아서 단토는 그가 이야기하는 ‘탈역사적 미술’에 대해서 좀더 충실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게 무엇인지 말이지. 왜 말레비치의 사각형과 워홀의 브릴로 박스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어야만 했어. 그런데 그런 설명은 없거든. 또는 이런 식의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해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그는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모방의 시대에서 모던의 시대로의 이행에서 일어난 단절이나 모던의 시대에서 포스트모던의 시대로의 이행에서 일어난 단절이 전성기 르네상스 시대의 양식에서 후기 르네상스 시대의 양식의 이행에서 일어난 변화와 어떻게 틀린가에 대해서 설명해주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가 전자의 두 이행을 ‘단절’이라고 파악한다면, 전성기 르네상스와 후기 르네상스도 ‘단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거든.

또한 종말은 너무 식상한 방식이야. 그리고 단토의 이해는 너무 표면적이고. 그는 그저 기존의 역사는 끝났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그것은 예술이 철학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식인데, 뽈 발레리가 생각나는군. 뽈 발레리가 <<드가, 춤, 데생>>이라는 뛰어난 책에서 ‘회화만큼 지적인 예술을 나는 알지 못한다’라고 했던 거 말이야. 발레리가 보기에도 회화는 지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고 지적인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했거든. 실은 오래 전부터 예술은 철학의 문제를 고민해왔다고 할 수 있어. 결국 단토의 생각은 시작부터 끝까지 다 식상한 것들의 반복인 셈이네. 그런데 이 사람이 왜 대단한지 난 잘 모르겠거든. 누가 나에게 설명해줄 사람 없을까. 단토의 다른 글이나 책을 읽어볼까, 하긴 단토가 여기저기 인용되고 인정을 받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숨어있겠지. 아마. 다시 단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 책은 사지 말고 뒤에 실린 역자의 해설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단토의 글보다 역자의 해설이 더 이해하기도 쉽고 단토의 생각을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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