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

구름 위로

길을 가다 문득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입체적으로 펼쳐져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고대인들의 상상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더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변하여 이젠 신비로울 지경이다. 그 도저한 신비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조심스럽게 기도를 하는 것. 내가 이 동네로 왔을 때만 해도 아파트가 이 정도로 많진 않았는데, 이제 아파트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오래된 낮은 아파트와 빌라들이, 그 낮은 건물들 사이로 더 낮았던 양옥 주택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사이 집값도 올라 서울에 사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이 된 요즘, 내일을 위해 살지만 내일은 더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문득 내가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나 떠올려보니, 참으로 암울해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

내 마음은 철거 중

낡은 마음을 부수고 새 마음을 올린다, 올리고 싶다. 늙은 마음을 허물고 젊은 마음으로 교체한다, 하고 싶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철거중 #내마음 #재건축 #들어간 #내마음 #내일상 #봄날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9 4월 8 7:42오후 PDT 내 발걸음은 바람을 달고 앞으로 무한 반복 중. 그러다 보면, 끝에 가 닿겠지. 그 끝의 풍경은 어떨까, 하고 한때 상상했지만, 상상은 현실 앞에 무너지고 사라지고 그저 그 끝도 오늘의 반복이거나 복사이거나 혹은 어제의 모습.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걷는다 #터널 #끝은어디일까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9 3월 29 4:25오전 PDT 키케로의 말처..

카프카의 드로잉. 그리고

카프카의 드로잉을 한참 찾았다. 뒤늦게 발견한 카프카의 그림. 하지만 제대로 나온 곳은 없었다. 잊고 지내던 이름, 카프카. 마음이 어수선한 봄날, 술 마실 시간도, 체력도, 여유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에 살짝 절망하고 있다. 한 때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나를 사랑하던 존재들이, 내가 그토록 원하는 어떤 물음표들이 나를 스치듯, 혹은 멀리 비켜 제 갈 길을 가는, 스산한 풍경이 슬라이드처럼 탁, 탁, 지나쳤다, 지나친다, 지나칠 것이다. 내가 보내는 오늘을, 십년 전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똑같이 내 십 년 후의 오늘을 지금 나는 상상할 수 있을까. 뜬금없는, 나를 향한 물음표가 뭉게뭉게, 저 뿌연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는 새벽, 여전히 사는 게 힘들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 그건 변하지 않았구..

상처에 대하여

상처를 드러낼 때, 사람은 아름다워진다. 그제서야 상처는 아물기 시작한다. 상처 없는 사람 없고 상처로 아파하고 고통받지 않는 사람 없다. 상처는 영광이자 추억이고, 회한이며 깊은 후회다. 상처는 반성이며 아물어가며 미래를 구상하고 펼쳐나간다. 상처 안에서 우리는 단단해지며, 성장하고, 한 발 한 발 걸어나간다.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프지만, 언젠가는 아련하게 아름다워진다, 처절하게 그리워지기도 하며, 눈물겹도록, 상처,들 속에서 나는 너를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내 속에 너를, 타자를 키우게 된다, 같이 살게 된다. 그렇게 타자들이 쌓여 상처는 너에 대한 예의가 되고 세상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된다. 한때 우리 젊은 날을 물들였던 절망과 분노는 상처 속에서 더 깊어지다가, 끝내 상처로 인해 사랑..

꿈에 ...

걱정은 태산같고 시간은 쏜살같다. 몇 달 사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쓸쓸하기만 초겨울, 눈발이 날리는 강변 도로를 택시 안에서 잠시 졸았다. 나는 아주 잠깐, 졸면서 기적과도 같이 행복한 꿈을 꾸고 싶었다. 며칠 전 가로수를 찍었다. 무심하게 계절을 보내는 은행나무의 노란 빛깔은 어두워지는 하늘과 차가워진 대기와 묘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끌어당겼다. 그 가로수 밑에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얇은 몸매의 미니스커트를 입은 처녀가 연신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