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4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자키 마리코 진행/정리, 윤상인, 박이진 옮김, 문학과 지성사 이런 인터뷰집은 감동적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이 인터뷰를 위해 그가 냈던 소설들을 다시 읽었고(거의 50여 권에 이르는), 인터뷰를 진행한 오자키 마리코는 질문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은 지 십 수년이 지난 나에게도 이 책은 , , 을 읽던 그 때 그 기분에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도리어 최근 들어 오에 겐자부로를 읽지 않았구나 하는 후회까지 들게 만들었으니.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소설가의 일반적인 인터뷰집이라고 하기엔 문학(이론)적이고 다양한 작가들-일본 작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작가들-이 등장하고 오에 겐자부로 소설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

소설의 방법, 오에 겐자부로

소설의 방법 - 오에 겐자부로 지음, 노영희.명진숙 옮김/소화 하루 종일 밖을 떠돌다, 겨우 들어온 집은 아늑함을 가지지 못했다. 너무 거칠어, 마치 여기저기 각을 세운 채 모래먼지로 무너지는 사막 같았다. 어느새 내 작은 전세 집은 지친 몸과 마음을 뉘일 공간이 아니라, 또다른 전쟁터였고 내 마음은 새로운 전투에 임해야만 했다. 결국 도망치듯 책으로 달아났지만, ... ... 간단하게 서평을 올리고자 몇 달 전 읽은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다시 꺼내 읽으려 했다. 몇 달 전에도 힘겹게 읽은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방법'. 그러나 그 때의 기억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오에의, 이 오래된 책은 낯설고 또 힘겨웠다. 내 요즘의 일상처럼. 한때 소설 쓰기를 배웠고 소설가가 된 선후배가 즐비한 지금. 심지어 올..

개인적 체험, 혹은 늙어간다는 것, 무디어져간다는 것

개인적인 체험 -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을유문화사(고려원에서 오에 겐자부로 전집이 나왔으나, 이제는 헌책방에서조차 구하기 어려운 귀한 전집이 되었다. 일본 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문학적 업적을 이룬 오에 겐자부로에 대한 이해가 한국에서도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새로 홈페이지를 단장하면서 이전에 쓴 글을 추스리고 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글. 히미코를 따라 소리내어 있다가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인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저런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히미코에겐 내 사랑을 받아달라는 간절한 메시지로 기능하고, 버드에겐 장애를 가진 아이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로 기능하는, 그래서 세상은 평온 속에서 이어나가고 상처와 방황은 눈물로 스스로 아물어가는.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스물 ..

계절과 계절 사이

01. 가을이 오면 그대 울게 되리, 가을이 오면 그대 옷자락 끝을 붙잡고 바람 속에 둥지를 틀리, 가을이 오면 그대 눈물 얼어 심장이 되고 그대 눈동자 갈색으로 늙어 빛바랜 훈장이 되리, 그대 향한 이 마음 주춤거리는 사이, 아, 가을은 무섭게 내 가슴 도려내리니, 손가락 자르고, 발가락 자르고, 그대 위해 글을 쓰지도, 그대 향해 걸어가지도 못하게 하여, 그대 향한 이 마음 식히리라. 02. 오랫만에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순간들이 모여있는 곳이 계절과 계절 사이이다. 이틀 전엔 밤을 세워 공부를 했고, 어젠 새벽 한 시까지 도서관에 있었다. 보통 일어나는 시간이 오전 11시쯤이니,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