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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KAWARA JUL.23, 2008 - AUG.24, 2008    doART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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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의문이지만, 함부로 물어서는 안 되는 문장이 있다. 특히 반데카르트주의가 횡행하는 현대에서 그 문장은 종종 한 개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온 카와라(On Kawara)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시간과 인간 존재에 대해 천착한다는 점에서 로만 오팔카(Roman Opalka)와 비교하였지만, 실은 로만 오팔카보다 더 개념적이고 추상적이다. 로만 오팔카는 회화적 형태에 대한 탐구를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로만 오팔카의 페인팅 작품들은 숫자들의 끝없는 나열들이 극도로 절제된 색채와 형태로, 현대 미니멀리즘 회화의 연장선상에 위치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온 카와라는 이러한 회화적 전통과는 무관하거나 대립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 점에서 온 카와라는 현대 개념미술에 있어서 특별한 작가로 인정받는다. 그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면서 자신이 있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자신의 범위를 넘어, 과거에 존재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앞으로 존재할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그 존재들의 증명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하지만 시간 앞에 유한한 우리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간과 싸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온 카와라에게 있어서 그 싸움의 방식은 우리가 있었던 한 순간의 시간을 그대로 옮겨놓는 방식이 된다.

사간동 두아트서울(doART Seoul)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한국에 온 카와라가 처음 소개되는 전시이면서 난해하기로 유명한 현대 개념미술이 어떤 것이며, 그 난해함 너머로 우리 현대인들의 존재 본질을 탐구하는 현대 예술의 한 극점과 만날 수 있다.

아래의 글은 두아트서울의 전시 안내문에서 인용한 것으로, 현재 두아트서울에서 전시되는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I WENT
1968년 6월 1일부터 1979년 9월 17일까지 작가가 이동한 경로를 지도 위에 상세히 기록한 작품. 1년이 한 권의 책을 이루어, 총 12권으로 구성된다.

I MET
1968년 5월 10일부터 1979년 9월 17일까지 작가가 만나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이름을 매일 매일 기록한 작품. 1년이 한 권의 책을 이루어, 총 12권으로 구성된다.

I GOT UP
1968년 5월 10일부터 1979년 9월 17일까지 작가가 매일 아침 일어난 시각을 기입한 엽서를 두 명의 지인에게 보낸 엽서를 모은 작품. 1년이 한 권의 책을 이루어, 총 12권으로 구성된다.
I GOT UP은 엽서에 본인의 메시지를 직접 쓰지 않고 고인으로 찍어 보내는 데 의의가 있는데, 이는 최대한 개인적인 궤적을 남기지 않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로 보여진다. 이것은 작가가 다른 작품들의 모든 글을 타이핑으로 입력하며, 또한 일본을 떠난 이후, 세계 공통어라 일컬어지는 ‘에스페란토’어를 사용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ONE MILLION YEARS
1969년에 제작되어 이전 백만년(998031 BC)을 타이핑한 작품과 1993년 이후 백만년(1001980 AD)의 날을 타이핑한 작품. 1969년에 제작된 백만년의 과거편은 “그동안 살다가 죽은 사람들 모두를 위하여”라는 헌사로 시작되며, 1981년 제작된 백만년의 미래편은 “마지막 생존자를 위하여”라는 헌사로 시작된다. 그러나 두 작품 사이에 설정된 12년이 무엇을 뜻하거나 지시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PURE CONSCIOUSNESS
1998년 이후 계속 진행되어오는 프로젝트로, 1997년 1월 1일부터 7일까지 7개의 날짜그림을 세계 각지의 유치원에 설치한 후 어린이들의 일상을 작품과 함께 촬영하는 조그마한 책자로 만들어낸다. 현재까지 총 17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그 도시들은 Sydney, Reykjavik, Abidjan, Shanghai, Leticia, Sisli-Istanbul, Avignon, Lund, Madagascar, Bad Blankenburg, London, Thimphu, Bequia, Toronto, Yusuhara Cho, Inari, New York이다.


8월 24일까지 하는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기를 바라며, 온 카와라의 한국 전시를 진행한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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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공지]
- 중간에 인용된 글의 저작권은 '두아트서울'에서 가지고 있습니다.
- 맨 위의 이미지는 두아트서울 홈페이지에서 가지고 왔으며, 저작권은 '두아트서울'에서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두 이미지는 두아트서울에서 발간한 ‘온 카와라 한국 전시 도록’을 제가 직접 찍어 올린 것입니다.
- 온 카와라 전시 작품은 두아트서울 홈페이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doartseoul.com/en/exhibitions/introduction.asp?ExhibitionsP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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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

살아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 심장이 뛰고 내 혈관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이성을 만나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을 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걸까?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인생 전체는 일종의 가상이거나 허위일 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 그리고 그 인생을 둘러싼 모든 사건들이 시뮬라크르일 지도, 나란 존재하지 않고 나란 누군가의 눈에 비친, 누군가의 생각과 언어에 의해 형성된 어떤 픽션일 지도 모른다. 더 절망적인 사실은 내 것이 아닌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늘 내가 생각했던 것은 어긋나고 내가 한 말은 오해되고 내 글은 무시되고, 내 사랑이 번번히 막다른 골목의 시궁창에 빠지게 될 지라도, 나는 내 인생을, 내 존재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가 자살하더라도 나라는 가상의 존재는 세상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르 클레지오의 소설의 한 문장 처럼, 내가 죽고 내가 알던 모든 사람들이 죽었을 때야 비로소 무로 될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이 가상이든, 허위이든, 살아있는 자는 그 살아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로만 오팔카의 작업이 날 감동시키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그의 행위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여기에 있었고, 여기에서 숫자를 적고 있었다.' 시간에 대한 탐구는 곧바로 자기 존재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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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오팔카는 숫자를 캔버스에 적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의 몇몇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사간동 학고재에서 전시되기도 한 세계적인 작가이다. '숫자를 적는 행위' 자체로 주목을 받았지만, 실은 단조로운 색채와 병렬적으로 이어져 있는 숫자들의 나열이 가지는 조형적 아름다움도 무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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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과 더불어 그는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 일련의 사진들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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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탐구는 현대 미술의 강박증과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거대해진 세계 앞에서 한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시 지하철 속에서 이 무수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개인주의'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익명성 속에 자신의 몸을 숨긴 개인일 뿐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국 우리는 실패할 것이고 그렇게 죽을 것이다. 현대의 비관주의는 자신의 개별적이고 독창적인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즉물적인 방식을 택하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그 속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주장, 일상이 드러나지 않고 객관적인 소재를 택해 '그저 (살아)있었음'을 표현하도록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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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 온 카와라는 로만 오팔카와 비슷한 지점에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더 극단적이고 파괴적이다. 그는 날짜를 적는다. 하나의 캔버스에 0시부터 24시까지, 꼬박 하루동안 하나의 날짜 작품을 완성시킨다. 완성시키지 못할 때는 이를 파기한다. 그리고 그 날의 신문을 아래에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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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재미있는 것은 매일 엽서를 보낸다는 것이다. 엽서의 내용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I GOT UP AT 11.10 A.M'

로만 오팔카가 자신의 (시간 위의) 삶을 캔버스와 사진 속으로 넣는다면, 그래서 그 순간만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한다면, 온 카와라는 일정 시간 동안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통보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에서 한 인물이 이야기하듯, "천만에! 모두 꾸며낸거야. ... ... 그는 존재하지 않아. 그가 하는 행동도 말도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아. ... ..."라고 하여도 무방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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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제한된 작업 스타일은 '위태위태한 현대인들의 존재 상실의 위기감'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지도 모른다. 실은 우리들은 이미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자신의 개성이나 독창성 따위는 날조된 것에 가깝다. 어쩌면 라크스의 말대로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 패턴은 우리의 물적 토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실제 우리와는 무관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그렇다면 과연 나란 무엇이고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혹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맞부딪혀야 할 상대는 시간(Ti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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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illion Years  
On Kawara, 1999
2 volumes, each 2.012 pgs., leatherbound  
(EDITION/SET: 500 num & 60 num. & sign.)
h: 14.5 x w: 10.5 cm / h: 5.7 x w: 4.1 in  
http://www.artnet.com/artwork/424415142/424301160/one-million-yea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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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