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피로가 몰려드는 저녁 시간. 밖에는 3월을 증오하는 1월의 눈이 내리고 대륙에서 불어온 바람은 막 새 잎새를 틔우려는 가녀린 나무 가지에 앉아 연신 몸을 흔들고 ... 어수선한 세상에서 잠시 고개를 돌리고, 밀려드는 업무에 잠시 손을 놓고 ... 하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눈 오는 3월의 어느 저녁.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소리 내어 읽는다. 사물들에게 바치는 송가 모든 사물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들이 정열적이거나 달콤한 향내가 나기 때문이 아니라 모르긴 해도 이 대양은 당신의 것이며 또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단추들과 바퀴들과 조그마한 잊혀진 보물들. 부챗살 위에 달린 깃털 사랑은 그 만발한 꽃들을 흩뿌린다. 유리잔들, 나이프들 가위들… 이들 모두는 손잡이나 표면에 누군가의 손가락이 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