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주의 4

이미지 속의 삶

한동안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날 밤 꿈 속 사건을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여기며, 며칠 지내다가, '아, 그건 꿈이었지'하는 식이었다. 다행히 그건 몇 달 가지 않았고 그것으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단지 더 쓸쓸해진 것 뿐. 대한민국의 회사원들이, ... 아니 지난 수십년 간 IT 기술에 기반한 급격한 정보화,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쟁의 격화로 인해 OECD 대부분의 국가 지식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심해졌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나도 나이가 들고 직무가 늘수록 그런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출근길 카페에 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왔는데, 마실수록 속이 쓰려오는 것이 내 현재를 말해주는 것 같기만 하다. 잠시의 위안을 얻기 위해 ..

콘텍스트 속의 midnight blue

콘텍스트가 싫다. 텍스트만의 자족적인 세계가 나는 좋다. 와토가 사랑의 정원에 머물다가 사랑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듯, 프라고나르가 깊은 숲 속에서 남이 알지 못하는 밀애를 즐기듯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무렵, 한때 우리들의 신앙이었던 마르크스는 당당하고 비장한 어조로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여, 단결하라'고 외치며 자본주의 이후의 신세계에 대해서 슬프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을 무렵, 오스카 와일드는 고상한 연애짓을 해대며, 우리 삶이 예술을 닮아있다고 말했다. 콘텍스트가 싫다. 텍스트만의 자족적인 세계가 나는 좋다. 하지만 슬픈 표정의 예술가들이 끝내 그 희망을 이루지 못했듯이, 내 사랑도 그렇게 변해갈 것같아 두려웠다. 콘텍스트 속에서 ..

로코코 예술

* 2004년에 작성하였던 글입니다. 로코로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크와 로코코 바로크 양식은 카톨릭과 귀족을 위한 양식이었다. 바로크의 웅장하고 거대한 양식은 카톨릭과 귀족을 위한 것이지 개신교와 시민계급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화가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소박한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이도 자기 과시적이며 은근히 귀족과 경쟁하는 구도로 발전한 양식이라는 점에서 카톨릭적이며 궁정적 바로크와 동일한 예술 의욕(kunstwollen)을 가진다. 즉 바로크는 귀족과 돈 많은 시민계급을 위한 양식이었다. 그리고 17세기 네덜란드는 당시 유럽의 패권국가였다. 이런 점에서 로코코는 분명 바로크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대체로 로코코는 귀족의 양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데카..

오스카 와일드, 페터 풍케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페터 풍케 지음, 한미희 옮김, 한길사 도덕적인 책이라든가 부도덕한 책이라든가 하는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 ... 잘 썼거나 잘못 쓴 책이 있을 뿐이다. 그뿐이다. 삶은 예술의 가장 뛰어난 제자인 동시에 유일한 제자이다. 예술이 삶을 모방하기보다는 삶이 예술을 훨씬 더 많이 모방한다. 자연이 그토록 불완전한 것은 우리에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예술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비극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습니까? 나는 나의 천재를 인생에 사용했으며, 작품에는 재능만을 사용했답니다. ***** 오스카 와일드가 여기저기 남긴 몇 마디의 문장은 심미주의(유미주의)의 분명한 정의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것은 로코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