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66

베드룸팝, 혹은 Men I Trust

새로운 음악 듣기에 도전 해보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잔잔한 포크락이다. 클래식 음악도 피아노이거나 첼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음악 취향도 상당히 보수적이다(아니면 나이가 든 걸까). 오래된 레코드 판을 올려 듣는, 칙칙거리는 아날로그 음악처럼, 뭔가 나른하면서도 푸석푸석한 느낌의 포크락을 듣는다. Men I Trust. 내가 믿는 사람들(남자들, 인간들)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래서 이들의 음악 장르를 베드룸팝이라고 하는 걸까. 침대에 누워 멍하니 들을 수 있는 음악,들. 요즘 자주 Men I Trust의 음악을 듣는다.

평행과 역설, 다니엘 바렌보임, 에드워드 사이드

평행과 역설 Parallels & Paradoxes 다니엘 바렌보임, 에드워드 사이드(지음), 장영준(옮김), 생각의 나무 (현재는 마티에서 출간된 것으로 구할 수 있다. 역자도 바뀌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작년 내내 띄엄띄엄 읽었던 바렌보임과 사이드과의 대화를 담은 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랍인(팔레스타인이 고향인) 에드워드 사이드. 이 둘의 대화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떠올리면, 종교라든가 인종 갈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은 세계 2차 대전의 희생자로서의 유대인에 대한 서구 사회의 일종의 책임감, 죄의식 등이 뒤섞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졌..

Arvo Part, The Collection

Arvo Part, The Collection, Brilliant Classics “나의 칼레비포에그(Kalevipoeg)*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 아르보 페르트 습관적으로 음반을 올리고 플레이 버튼를 누른다. 사각의 방은 어느 새 단조로운 음들로 가득차고, 마음은 가라앉고 대기는 숨을 죽이며 공기들의 작은 움직임까지 건조한 피부로 느껴진다. 이 때 아르보 페르트가 바라던 어떤 영성이 내려앉는다. 적대적인 느낌을 풍기며 나를 옥죄던 저 세상이 어느 새 감사한 곳으로 변하며 한 때 나를 힘들게 했던 아픔들마저도 나를 끝끝내 성장시킨 어떤 고비였음을 떠올리게 한다.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는, 20세기 후반 이후 최고의 작곡가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21세기 초반, 정확히 2..

일요일 새벽, 잠에서 깨다.

일요일 새벽. 침대에서 일어나 서재까지 걷는다. 아주 짧은 거리. 나이 때문인가 운동 부족인가 자주 아프다. 세수를 하다가 코피가 터졌다. 코피가 터질 만하다. 어젠 오후 내내 도서관에 있었다. 보고서 몇 개를 살폈고 책 한 권을 읽었다. 꼼꼼하게 읽는다면 종일 걸릴 일이지만, 아는 부분은 대강 훑으면서 읽어 가능한 일이었다. 인구 붕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댄다. 인구가 붕괴되는데 크게 일조한 언론이 떠들고 있으니, 기분이 상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오른다고 난리이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난리인 언론이다. 그리고 그 언론을 읽거나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더 문제다. 유튜브에는 클릭을 유도하는 가짜 기사들, 가짜 정보들이 떠돌아다닌다. 솔직히 송중기가 자신의 아내에 대해선 ..

아르보 페르트 CD 박스 세트

책도, 음반도, 인터넷이 등장하고 오프라인 상점들에서 사라져가니, 그 신비감도 사라졌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부재란 언제나 신비한 법이다. 예전엔 신문, 잡지 등을 통해서 제한적으로 새 책이나 새 음반을 확인했고, 일부는 그런 경로로도 확인할 수 없어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가 지인에게 소개받거나 우연히 들른 상점에서 발견하는 보물들이 있었다. 그런 보물들은 대체로 소리 소문 없이 서점이나 음반 가게에 깔리곤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떠돌 때쯤, 더 이상 살 수 없거나, 지방 도시 변두리나 시골 읍내 작은 가게를 뒤져야 겨우 나오는 진기한 존재가 되었다. 나는 레코드판이 사라지고 시디가 주류가 되어갈 때쯤 상당히 좋은 음반들은 문 닫기 직전의 가게들에서 구했다. 그러나 지금은 검색하면 ..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그리고 소나기

임윤찬의 연주를 듣고 라흐마니노프 3번이 저랬지,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연주자들을 통해 여러 차례 들었으나,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임윤찬의 연주를 듣고 바로 저거지 했다. 조성진이 연주한 것도 듣고, 손열음이 연주한 것도 들었다. 조성진이 대단한 걸 알지만, 나에겐 너무 말랑말랑하다. 난 좀 냉정하고 차가운 소리가 좋다. 그러나 조성진의 피아노는 너무 부드럽고 우아하며 성숙한 느낌이다. 그래서 편안해지며 풀린다고 할까. 조금은 날이 서있는 느낌이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아르투어 미켈란젤리다. 그의 연주는 날이 확실히 서 있다. 손열음의 연주도 좋아한다. 그녀의 연주도 정말 좋다. 그런데 이번 임윤찬의 연주는 오, 압권이다. 사람들이 왜 찬사를 쏟아내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악보도 ..

뒤늦게 알게 되는 이들

가끔 영어로 된 신간들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한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으니, 그 언어를 쓰는 작가들도 많을 것이며, 좋은 책들도 많을 것이다. 한글로 나오는 좋은 책들도 다 읽지 못하는데, 영어로는. 그래서 번역되지 않은 많은 작가들을 종종 그리워한다. 온라인 서점에 장바구니 목록에 영어 책들을 잔뜩 쌓아두고 있다. 제대로 읽을 능력도, 시간도 없으면서. 영어 공부를 틈틈히 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 겨우 현상 유지만 할 뿐이고 영어로 된 비즈니스 아티클 정도 읽을 수준이다. 대화는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한두달 휴직계를 내고 캐나다 같은 곳에 단기 어학 연수가면 어떨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나마 음악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먼저 멜로디를 듣고 가사를 되새긴다. 가..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손열음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손열음(지음), 중앙books 지금은 구독하지 않는 주간지에서 손열음의 칼럼을 읽으면서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했다. 꾸미지 않은 담백한 문장은 그녀를 처음 만나더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할까. 음악가(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콘스트 피아니스트')가 쓴 음악(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그런지 음악 평론가나 애호가가 쓴 책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할까, 흥미롭다고 할까. ** 그렇다면 상대 음감이란 무엇인가? 제일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절대음감의 반대가 상대음감이다. 한마디로 절대음감이 없는 상태. 절대음감의 소유자가 1만 명 중 하나라는 통계가 맞다면 상대음감은 1만 명 중 9999명이라는 소린데 …. 그렇다면 이것은 아무나 다 가지고 있는..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윌리스 파울리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Rimbaud and Jim Morrison: The Rebel as Poet 월리스 파울리 Wallace Fowlie(지음), 이양준(옮김), 민미디어, 2001년 듀크대학의 불문학 교수인 윌리스 파울리는 랭보를 사랑했던 짐 모리슨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락스타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파리에서 시인을 꿈꾸었던 짐 모리슨을, 자신이 평생을 읽고 연구했던 프랑스의 시인 랭보와 비교하면서. 그래서 이 책은 랭보 소개서라기 보다는 짐 모리슨에 더 시선이 가지만, 나에게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파울리 교수가 랭보의 시편에 대해 설명하던 챕터였다. 솔직히 그 동안 랭보에 대한 많은 글들-한글로 된-을 읽었으나, 윌리스 파울리 교수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랭보가 가장 흥미진진했다..

우리는 젊어 We are young

나이가 들어도 생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리어 미련한 고집처럼 불타오르기도 한다. 요즘 듣고 있는 노래다. 광고 음악으로만 흘려들었던 음악인데, ... 우린 젊어, 세상을 불태우자, 우린 저 태양보다 더 밝게 불태울 수 있어 라고 술집에서 노래를 부른다. ㅜㅜ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나, 새삼 그 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