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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바람은 사무실 안으로도, 내 마음으로도, 그대 가슴으로도 밀려들지 않는다. 늘, 그렇듯, 우리에게 싱그러운 바람은 비켜나간다. 그렇게 청춘은 지나갔고 노년은 음울한 기운을 풍기며 낮게 깔려 들어와 자리잡는다. 노안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무심결에 했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젊은 시절 상상했지만, 마치 SF 영화와 같다는 걸 나이 들어서야 안다. 


이런 비-일치는 우리 생애 전반을 물들이고도 모자라, 이 도시를, 이 나라를, 이 지구를 물들인다. 그래서 엘레야의 제논은 '날아가는 화살은 정지해있다'고 말한 것일까. 그 때 그녀의 손가락 끝을 잘 살펴볼 걸, 지금에서야 후회한다. 


일요일 오후, 몇 시간 일을 하고 난 다음, 남은 일을 체크하곤 집에 가긴 틀렸다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봄날은 가고, 주말은 지나간다. 


우리의 희망은 새롭게 시작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주말의 여유가 그리운 어느 봄 일요일이 조용히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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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토요일, 거칠고 가느다랗게 물이 내려가 커피에 닿는 순간, 참 오랜만이다,라고 속삭였다, 스스로. 내가 나에게 낯설어져 가는 40대구나.



실은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지각은 없고 누군가가 나이가 들어가는구나를 보며, 내 나이를 되새기게 된다. 아침에 내린 커피를 다음날 새벽까지 마시고 있다.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은 마음까지 어수선하게 만든다. 미하일 길렌의 음반을 꺼내 듣는다. 베토벤이다. 베토벤도 참 오래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고 있었던 걸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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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인문학 

장석주(지음), 호미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역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도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 - 키케로 



일종의 독서기이면서 에세이집이다. 서너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서정적인 문장들로 시작해, 다채로운 책들과 저자들을 소개 받으며, 책과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은 가벼울 것이고 어떤 이들에겐 다소 무거울 수도 있다. 깊이 있는 글들이라기 보다는 스치듯 책들을 소개하고 여러 글들을 인용하며 짧게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면서 끝내는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일요일에 한가로이 읽기에 딱 적당하다고 할까. 다만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가의 문제가 남긴 하지만.   





책은 쉽게 읽히고 장석주의 문장은 감미롭고 단아하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에 대해 쓴 짧은 글들 속에서 현대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애나 사랑, 책과 독서, 젊음과 늙음, 산책과 요리, 피로와 인생에 대해서. 딱딱한 책들만 읽어온 나에게 이 책은 너무 말랑말랑했다고 할까.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구나 바쁜 일상 중에 띄엄띄엄 읽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일요일의 인문학 - 8점
장석주 지음/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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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출근을 했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간을 홍수 난 강물처럼 흘러갔고 바람은 여름을 버리고 가을을 택했다.  끝내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내 허무를 견디지 못하고, 빌딩 근처 커피숍에서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토니 주트의 책. 내가 앉은 네모나고 긴 테이블 주위, 둥글거나 네모나거나 가볍거나 무겁거나 따뜻하거나 차겁거나, 모든 테이블에는 다들 연인이 흔들리는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아름답게 보이진 않았다. 나는 끝내 사랑을 믿지 못할 나이가 된 것이다. 마르케스라면 노년의 사랑도 가능하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사랑을 잃어버린 후이거나 사랑을 믿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러니 사랑을 믿다가 끝내 사랑하지 못한 이에게는 차라리 사랑은 없다고 믿는 편이 살아가는 데 더 용이할 것이다. 마치 사랑은 자동차 같은 거라든가, 아니면 강아지 같은 거라든가... 즉물적이거나 동물적인 것.  





어느새 월요일 정오가 되었다. 아름답던 기억은 술에 취한 박제가 되었고 술자리에서 일찍 떠난 이는 그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향기롭던 청춘의 의미가 사라지자 시간은 정지되었고 색들은 그 다채로움을 잃어버렸다. 도톰한 입술에서 저주스런 비린내가 가득했다. 2015년 한국 서울. 나는 그가 아니고 그녀는 없었다. 


가끔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감에 휩싸이지만, 나는 어느 새 그 곳을 지나쳐가고 있었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어느 월요일, 나는 그 무시무시한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결국 나는 화요일에 이 글을 공개모드로 바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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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화창한 일요일, 사무실에 나왔다. 일요일 나가지 않으면 일정대로 일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잘못된 채 시작되었다. 하긴 대부분의 IT 프로젝트가 이런 식이다.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제대로 기획되었더라도 삐걱대기 마련이지.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사무실에 나와 허겁지겁 일을 했다.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나와, 여의도를 걸었다. 집에 들어가긴 아까운 날씨였다. 그렇다고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시를 보러 가긴 너무 늦었고 ... 결국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책이나 읽다 들어가자 마음 먹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5월 햇살은 따스함을 지나 따가웠다. 봄 무늬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처녀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지만, 그녀들도 사랑을 잃은 날 밤, 쉬지 않고 울 것이고 결국엔 사랑을 믿지 못한 채 늙어갈 것이다. (이건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지 


몇 개의 카페를 보내고 난 다음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고 안에선 밖이 잘 보였다. 카페 밖엔 사람들이 없었고 까페 안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스타벅스 특유의 소란함이 커피 향 사이로 밀려나왔다. 


약간의 공포를 느꼈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내 고요한 휴식을 취하러 왔단 말인가.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카페에서 혼자 시간 보내기를 잘 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두 세 시간 동안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고 온다고 하지만, 나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하지만 미련스럽게도 자주 시도하지)


2.

카페의 소란스러움은 가라앉은 척 했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사물들의 소리와 뒤섞이며 공명했다. 소리들은 일정한 패턴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딪혔다. 내 귀를 귀찮게 했고 얼굴을 때렸으며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창 가 자리를 앉으려 했지만, 슬픈 5월의, 따가운 햇살은 커다랗고 투명한 창을 그대로 지나 내 몸을 데웠다. 결국 그늘진 안 쪽 자리로 옮겼다. 


둥근 테이블에 앉아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했다. 뭔가 근사한 문장을 적고 싶지만, 문장이 근사할 땐 오직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사랑을 얻어낼 때 뿐이다. 문장은 차분한 사랑의 확신 속에서 대기 속으로 흘러나와야 하고 그녀는 그 흘러나오는 문장의 모습을 보아야만 한다. 이 순간, 진짜 사랑은 시작된다,고 믿었지만, 그 때 내 나이 27살이었고, 나는 거짓말을 했다.  





3.

중년의 사내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릴 때, 그는 우연히 마주 치는 시선 속엔, 늘 말 못 할 비밀이 있거나 흐느적거리는 슬픔이나 터놓고 내뱉고 싶은 사연이 숨어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확고해질 때면, 황급히 책 속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옆자리에 앉은 이에게 다가가지 않는 용기를 발휘했다. 다행한 일이다. 


4. 

우리는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타인이라고 여기지만, 언젠가부터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나도 그들에게 익명이고, 그들 또한 나에게 익명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익명을 공유하는 하나의 거대한 자아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아는 목적 없이 대도시의 대기 속을 새벽까지 떠돌다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꿈 속으로 사라지겠지. (아, 지금은 아닌가)    





5.

카페에서 혼자 오래 앉아 있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어떤 휴식들이 필요해서지만, 휴식을 취하고 나오는진 모르겠다.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하기도 하고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내 펼치기도 하지만, 1시간 이상 버틴 적은 없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집중해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결국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지만, ... 재미없는 풍경 속으로 내 스스로 들어가는 꼴이다.


6. 

하지만 가끔 근사한 향기를 가진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가끔 삼성동에 갈 일이 있으면 에스프레사멘테 일리를 들리곤 한다. 길을 가다 무심코 들렸다는 듯 성의 없는 목소리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러면 정말 근사한 커피가 나온다. 





7. 

쓸쓸한 일요일이다.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 마음은 어수선하고 몸은 피곤하기만 하다. 나라는 엉망이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알고 있을 텐데, 저러는 걸까. 아니면 정녕 모르는 걸까.


최근 들어 자주 주말에 나가 일하게 된다. 단기 목표는 있으나,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마음은 아직도 스무살 때처럼 정처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데, 술 마실 친구들도 드물고 술 마시는 것도 부담스러운 노화가 시작되었다. 거참. ... 어느새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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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사무실 1층 복도에서 천정을 향해 올려다본 모습 - 구로디지털단지 우림이비즈센터 1차) 



아웃룩 메일박스에 읽지 않는 메일 수가 2,000통을 넘겼다. 대부분 정보성 뉴스레터들이긴 하지만, ... 뭔가 불성실해보이는 느낌이랄까. 구글 리더(Google Reader)에 읽지 않은 피드(Feed)들도 꽤 쌓였다. 이 역시, 뭔가 불성실해보이는 느낌이랄까. 두 개의 책상 - 집 서재와 사무실 - 위엔 읽지 않은 신간 책들과 프린트해놓은 리포트들이 쌓여 있다. 이 또한, 확실히 불성실해 보이는 느낌이다.일요일 사무실에 나와 일을 정리하고 있지만, 내 불성실함은 사라지지 않고, 이젠 가족에게마저 불성실한 남편, 아빠가 되어버렸으니.  


일요일 조용한 사무실에서의 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내 업무 처리의 결과가 다른 이들의 작업물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자극하면서도, 불쾌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 이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해본 이라면 다 알 수 있지 않은가. 


고작 하는 짓이라곤, 내 페이스북에 내 근심을 토로하는 것.


"늘 최고와 일할 순 없겠지만, 최고가 되겠다는 태도는 무조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을 궁지로 몰아부치며, 거친 폭풍우 속에서 한 발 한 발 나가는 것이다. 일요일 사무실에 나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고민에 대해 고객보다 더 많이, 보다 정확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 설령 그렇게 되지 않을 지라도 그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근심이고 발언이란 말인가! 이를 알면서도 하는 것, 이것도 참, 불성실한 태도인 듯하여 기분이 나빠진다. 


오랜만에 벨앤세바스티안의 노래를 듣는다. 결국 내 일상의 위로는, 저 먼 이국의 밴드이거나, 혹은 거친 향의 술이거나 쓸쓸한 언어들이 될 것이다.  가령, 'I was looking for a quiet place to die. Someone recommended Brooklyn, and so the next morning I traveled down there from Westchester to scope out the terrain."으로 시작은 소설같은... 





THE STATE THAT I AM IN (내가 처한 상태)


Sung by Belle & Sebastian

From the album "Tiger Milk" (1996)


I was surprised I was happy for a day in 1975

나는 깜짝 놀랐지. 1975년 어느 하루 동안 내가 행복했었다는게.


I was puzzled by a dream, stayed with me all day in 1995

나는 어떤 꿈 때문에 당혹스러웠지. 그 꿈은 1995년 하루종일 내게 머물러 있었어. 


My brother had confessed that he was gay

나의 형은 게이라고 고백을 했었고


It took the heat off me for a while

그 사실에 잠시 내 등골이 오싹했어.


He stood up with a sailor friend

그는 선원인 친구와 함께 서서


Made it known upon my sister's wedding day

그 사실을 내 누나 결혼식 날에 발표했던 거야. 


I got married in a rush to save a kid from being deported

나는 그 아이가 추방당하는 걸 구해줄려고 서둘러 결혼을 했어.


Now she's in love

그래서 그녀는 사랑에 빠졌고


I was so touched, I was moved to kick the crutches

From my crippled friend

나는 너무 감동스러웠지. 나는 내 절름발이 친구의 목발을 발로 찼을 정도로 감격했어. 


She was not impressed that I cured her on the Sabbath

나는 그녀를 안식일에 치료해 줬는데도 그녀는 감동하지 않았어.


So I went to confess

그래서 나는 고해성사를 하러 갔지.


When she saw the funny side, we introduced my child bride

그녀는 상황이 우습게 돌아가는 걸 깨달았고 우리는 나의 어린 신부에게 난생 처음 먹였어


To whisky and gin (x2)

위스키와 진을 (2번 반복)


The priest in the booth had a photographic memory for all he had heard

부쓰의 그 사제는 그가 들은 거라면 모든지 칼 같은 기억력을 지녔어.

* 주) 고해 성사를 하는 부쓰


He took all of my sins and he wrote a pocket novel called

그는 나의 모든 죄 고백을 듣고서 포켓 소설로 썼지.


"The State That I Am In"

"내가 처한 상태"라는 제목으로 말야

* 주) pocket novel: 누런 종이에 소프트 커버인 보급형 소설책


So I gave myself to God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을 주님께 바쳤어.


There was a pregnant pause before He said ok

주님이 오케이 하기 전까지는 멈추는게 매우 중요해.


Now I spend my day turning tables round In Marks & Spencer's

나는 지금 마르크스와 스펜서 코너에서 테이블을 돌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어. 

* 주) 마르크스는 사회주의자, 스펜서는 진화론자. 둘 다 무신론의 대표자


They don't seem to mind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 것 같더군.


I gave myself to sin

나는 죄에 빠졌다가


I gave myself to Providence

주님께 헌신했다가


And I've been there and back again

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The state that I am in

이게 내가 처한 상태야.


I gave myself to sin

나는 죄에 빠졌다가


I gave myself to Providence

주님께 헌신했다가


And I've been there and back again

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The state that I am in

이게 내가 처한 상태야.


Oh love of mine, would you condescend to help me

오 나의 사랑이여, 제발 나를 도와줄 수 있겠니?


Cause I am stupid and blind

왜냐하면 나는 멍청하고 눈먼 장님이야.


Desperation is the Devil's work, it is the folly of a boy's empty mind

절망은 악마가 벌리는 일, 골빈 소년의 우매함이라.


Now I'm feeling dangerous, riding on city buses for a hobby is sad

난 지금 시내 버스를 타면서 내가 위험한 존재라고 느껴. 왜냐하면 취미가 안습이거든.


Why don't you lead me to a living end

나를 뭔가 기깔난 것으로 인도해 줄 수 없겠니.


I promised that I'd entertain my crippled friend

나는 내 절름발이 친구를 위문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어.


My crippled friend

내 절름발이 친구말야.


I gave myself to sin

나는 죄에 빠졌다가


I gave myself to Providence

주님께 헌신했다가


And I've been there and back again

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오고


The state that I am in

이게 내가 처한 상태야.


(repeat)

(반복)


출처: http://jinjaeyoon.egloos.com/72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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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전에 적다가 ... 이런저런 일상들로 인해 이제서야 정리해 올리는 글.



어제(토요일) 읽다가 펼쳐놓은 책, 정확하게 378페이지를 가리키고 있다. 그 페이지의 한 구절은 이렇다. '여러 의사결정에 집단의 책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 실패의 원인을 규정하는 것에도 집단적인 거리낌이 있다. 조직들은 지난 일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회피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제프리 페퍼Jeffrery Pfeffer의 1992년도 저서, Managing with Power: Politics and Influence in Organizations를 번역한 이 책의 제목은 '권력의 경영', 내가 이번 주 내내 들고 있는 책이다.

어제 내려 놓은 이디오피아 모카하라 드립커피는 식은 채 책상 한 모서리에 위치해 있고, 낡은 만년필은 굳게 입술을 닫힌 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식은 커피 속에서 커피향이 진하게 퍼져 나왔다. 어느 해의 1월, 두 번째 일요일 아침, 창틈으로 차가운 겨울 대기가 스며드는 서재.

사용하던 오디오를 처분해야 되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 오래된 JBL X40 Speaker와 A&R Cambridge Inti-Amp, 그리고 낡은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합쳐서 40만원에 팔면 팔릴까. 아침에 일어나 벨라 바르톡의 피아노를 듣는다. 요즘 그가 좋다.





작은 스피커로 물결치듯 방 안으로 흘러가는 피아노 소리. 오늘, 일요일, 아무런 계획도 없다. 하지만 할 일은 산더미 같고 이제 마흔이라는 나이가 실감난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 벨라 바르톡, 여전히 그는 한국에서 그다지 인기 없는 작곡가들 중의 한 명이었다. 이번 주, 그의 음반 하나를 더 사야겠다. 아, 혹시 내 오디오를 사 갈 사람이 어디 없을까. 조만간 상세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봐야 겠다. 창 틈으로 일요일 아침의 찬 바람이 들어온다. 새로운 해의 바람이다. (하지만 불과 백 여년 전만 해도, 아직 새해가 오지 않는 12월이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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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활짝 피었다. 하지만 그런 여유가 갑작스럽게 어울리지 않는 일요일이 되고 말았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늘어나는 걸까. 잠시 우울해질뻔했다. 

마음이 담긴 글을 쓰고 싶지만, 그럴 여유마저도 없어졌다. 

오후 사무실에 나가 한참동안 리더십에 대해 생각했다.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지만, 내가 조직에서 가진 리더십은 제한적이다. 정치적 역학 관계 속에서 리더십은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력자의 역할은 수행할 수 있을 듯 싶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생각이 오가지만, 내가 결정낼 수 있는 것이 소수라는 점에서, 이런 고민도 내 한계만을 자각하게 되는 어떤 고통스러운 과정처럼 여겨지는 건,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탓이리라.  

수요일까지 제출해야 될 수십 페이지짜리 제안서도 결국 혼자만의 몫이 된 지금... 내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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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도롱뇽 2011.04.18 01:23 신고

    시간 나면 연락주세요. 봄 술 한 번 마셔요.



안개가 자욱하게 시야를 가린다. 겨우 일어났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발바닥이 아팠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드립용으로 잘게 부서진 브라질 산토스 원두로 드립 커피를 내린다. 물 끓는 소리, 위로 향하는 수증기, 떨리는 손, 돌보는 이 없는 듯 무심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뒤엉켜 어느 일요일 아침을 구성하였다.

요즘 힘겹게 읽고 있는 책의 한 구절.


본래 ‘박탈된’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사적인’이라는 용어는 공론 영역의 이러한 다양한 의미와 관련되어 있다. 완전히 사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우선 진정한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 박탈되었음을 의미한다. 타인이 보고 들음으로써 생기는 현실성의 박탈, 공동의 사물세계의 중재를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분리됨으로써 형성되는 타인과의 ‘객관적’ 관계의 박탈, 삶 그 자체보다 더 영속적인 어떤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의 박탈. 사적 생활의 이러한 박탈성은 타인의 부재에 기인한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한 사적 인간은 나타나지 않으며, 따라서 마치 그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된다. 사적인 인간이 행하는 것은 무엇이나 타인에겐 아무런 의미도 중요성도 없으며, 그에게 문제가 되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한길사), 112쪽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 대한 논의는 현대 사회학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들 중 하나다. 그리고 여느 문명의 말기마다 그랬듯이 사적 영역의 강화가 현대에 이루어지고 있다. 사적 인간의 출현은 그 동안 이루어진 공적 영역의 강화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무너지는 공적 영역 앞에서 현대 학자들의 담론은 무력하기만 하게 보인다.

세상을 길게 보면, 어느 것이 문제인지 알게 되지만, 그 해결책은 터무니 없게 거대하거나, 실현불가능하고, 또는 우리들에게 참혹스런 인내를 요구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탁상공론으로 끝나거나 어느 책 말미에 잠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몇 세기 후에 재발견되어 빛나는 유행이 될 것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무겁고 딱딱한 커피 향 속에서, 한나 아렌트의 책은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오가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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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ur Rubinstein의 피아노, Henryk Szeryng의 바이올린, Pierre Fournier의 첼로. 그리고 브람스와 슈베르트. 탄자니아산 원두로 내린 커피.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온 회사 워크샵. 내가 변해야 상대방이 변한다는 오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어떤 관계. 나에게 있는 리더십과 없는 리더십.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어수선한 마음은 다시 이어지고.. 마치 사막 한 가운데를 흐르는 나일강의 쉼 없는 물길처럼.

 

활짝 핀 꽃잎처럼 부드럽고 37도씨의 적절한 따뜻함을 지닌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 2010년의 봄날. … 텅 빈 집에서 브람스와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는 일요일 아침. 음악마저 없었다면 생은 참 끔찍했을 것이다.







[수입] 브람스 : 피아노 삼중주 전곡 & 슈베르트 : 피아노 삼중주 2번 (2 for 1) - 10점
브람스 (Johannes Brahms) 노래, 슈베르트 (Franz Schubert) 작곡/RCA
* 알라딘에서 품절이라고 나온다.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구입을 강추함. 최고의 음반들 중의 하나임.(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

* 아래는 유튜브에서 가지고 온 영상임.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Brahms: Piano Trio in B major Op. 8b - Allegro con brio


Schubert, Piano trio op. 100, D929 II. Andante con moto.
Eugene Istomin piano Isaac Stern violin Leonard Rose c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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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평온함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내 마음의 무너짐은 거침없이, 일상을 불규칙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고, 자주 불투명한 인식과 판단, 혼란과 착오, 표현력의 빈곤과 부딪히게 만들었다.

생각이 사라지는 법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 존재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데카르트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 삶이 한 번도 명증한 확실성 위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 그저 그렇다고 여겼을(인식했을) 뿐이고, 데카르트도 그랬을 뿐이다.


플라톤의 번역서 한 권을 사러 나갔다. 광화문으로. 근처 흥국생명 빌딩으로 향했다. 망치질 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적인 설치 미술이자 공공미술(public art)이다. 이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유명세를 치를 만 하지만, 일반 대중의 관심사는 아닌 듯해, 우연히 마주치는 느낌은 늘 쓸쓸함과 애잔함이다. (상황이 이러니, 순수미술은 얼마나 대중과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확인할 뿐이다.)

흥국생명 빌딩 3층으로 향했다. 1층에는 현란한 색채의 현대 미술 작품들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지나, 2층부터 3층까지는 유리 계단이다. 계단 아래로 1층 바닥이 옆으로, 옆으로는 한 눈에 역사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 계단이 매우 못마땅하다.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심한 현기증을 느끼게 하는 이 유리 계단으로 올라가길 포기하지 않는다.

3층 갤러리에는 한국미술, 근대에서 길 찾기 추사에서 박수근까지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일요일 오후의 한산함 사이로 갤러리에는 제법 사람이 있었다. 익히 보아오던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컬렉션은 좋았고 마음이 놓였다. 한국 근현대미술은 단절되지 않으려는 우여곡절로 이루어져 있다. ‘추사에서 박수근까지라는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묵의 전통에서 한국 현대 추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정신의 형태이지,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환기의 작품이 있었고 장욱진, 권옥연도 보였다. 파란 빛깔의 보기 드문 이대원 작품도 보였다. 대원군 이하응의 작품은 언제나 보기 좋은데, 그가 쇄국 정책을 펼쳤다는 점은 그의 문화적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플라톤의 메넥세노스를 읽었다. 집에 들어와, 청소를 하고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알랭 레네를 만났다. 누보 로망과 분절된 언어. ‘내 사랑 히로시마

사랑이 낯설어지기 전에 사랑을 해야 할 텐데, 일상은 고단하고 마음은 닫힌 채 열리는 법이 없다. 2010년의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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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처음 2010.04.19 10:26 신고

    처음 뵙는 분이고, 글이지만... 깜짝 놀랐습니다. 절로 댓글을 달게 되네요.
    닫힌 마음이라.. 이렇게 깊게 자신을 성찰하고 있다니.. 그 무게와 깊이가 부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합니다. 봄같지 않은 봄이지만, 희망만 모아서.. 마음을 편히 하시길~

    • 지하련 2010.04.20 10:08 신고

      계절이 변할 때마다 마음이 스산해지면서 뒤를 돌아보게 되는 듯합니다. 뒤를 돌아보는 행위가 앞으로 걸어가기 위한 기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쉽진 않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2. 2010.04.20 00:55

    비밀댓글입니다

  3. noi 2010.04.20 19:40 신고

    지하련님도 내사랑 히로시마와 대면하셨군요. 사랑하며 "닫힌 마음"(^^)을 열어가지만 함께 하지 못하는(않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느껴지데요.. 50년 전에 저런 영화를 만들다니 요즘 영화들은 어떤 의미에서 퇴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지하련 2010.04.23 23:44 신고

      퇴보한 건 비단 영화뿐만 아닐 겁니다. 순수한 예술들 모두 퇴보한 것같아요. 소설부터 미술, 음악까지...



 

1.

쓸쓸한 하늘 가까이 말라 휘어진 잔 가지들이 재치기를 하였다.

죽음 가까이 버티고 서서 안간힘을 다해 푸른 빛을 받아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허공 가운데,

내 마음이 나부꼈다.

 


2.

익숙한 여행길의 낯선 파란 색이 건조한 물기에 젖어 떠올랐다

검은 빛깔의 지친 아스팔트가 습기로 물들었고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실룩거리는 엉덩이 위로

한 다발 꽃들이 피어나 꽃가루를 뿌렸다

붉은 색에 멈춰선 도로 위의 자동차 속에서 사내들이 내려

소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소녀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고

아직 어린 나는 공포에 떨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기 시작해 내 눈물은 강이 되어 내 육신을 싣고

아무도 없는 바다를 향해 떠났다.

 

  


3.

나에게 혼자냐고 물었다. 그녀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녀에게.

너는 혼자야 라고 그녀가 강력하게 입술을 갖다 대며 말했다.

나는 그렇지 않아, 나도 모르는 나들이 너무 많아 라고 말하며

입술을 돌렸다.

 

상처 난 바람이 콘크리트 벽을 스치며

스스로의 상처를 덧내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입술을 잘라, 그대 첫 눈에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태어나, 처음 당해보는 협박에

나는 무조건 미안하다며 빌었다.

 

그렇게 내 첫 사랑은 시작되었다.

 


4.

 

주먹을 쥐었다. 손을 폈다. 못생긴 손이다. 버림받은 손이다. 작은 손이다. 큰 것이나, 무거운 것이나, 아름다운 것이나, 자극적인 것은 들지도 못하는 손이다.

 

그 손의 소유자인 나는 비극적인 손의 인생을 잘 알지 못했다.

 

내 코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내 눈썹의 슬픈 사연을 뒤섞어

포스트모던한 비빔밥을 만들어 2005년산 보르도 와인에 넣어

못생긴 내 손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노란색 꽃무늬 벽지로 포장된 내 코, 내 눈썹, 자주 빛깔 내 손

위로

12월의 눈이 쌓이고 있었다. 




 

5.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어둠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어둠을 따라 마음도 오르락내리락 하며

그녀를 따라 내 몸도 오르락내리락 하며

 

 



6.

무수한 시간.. 앞에 서서 시간의 유형학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다.

기분 좋은 시간, 소중한 시간, 아팠던 시간, 증오스럽던 시간, 지랄 같았던 시간, 흥분되었던 시간, 고통스럽던 시간, … … 무수한 시간.. 앞에 서서

무수하게 조각난 나..을 찾고 있었다.

 

흰 눈처럼, 무한히 조각난 나..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찬 12월 도시의 허공을 떠돌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고 그도 나를 모른 척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 곳에도 나는 없고 이 세상 어디에도 나는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내 손은 참 못생겼다. 내 코는 징그럽고 내 눈썹은 지랄 맞다.

 

그렇게 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숨 죽인 채, 처마 밑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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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전 직장에서 사용하던 HP 노트북의 OS를 새로 깔았다. 무려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사이 아무 짓도 못했다. 스트레스가 의외로 심했다. 그 탓일까. 일요일 아침 쉬이 기분이 펴지지 않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했으나, 되지 않았고 얼마 전에 끝난 조안 미첼의 전시를 떠올리며 뉴욕타임즈 웹사이트에서 구한 그녀 작품에 대한 몇몇 기사를 읽었다. 그 중에서 기억하는 문구.

an orgiastic battlefield, 주신제의 전쟁터, 술 마시며 난리를 피우는 전투장, ... 어쩌면 미 추상표현주의가 orgiastic battlefield가 아닐까. .. 어쩌면 모든 예술 작품이, 우리 마음이, 우리 사랑이.

낡은 파이오니아 턴테이블에 카라얀의 베를린 필이 연주한 말러 4번 교향곡을 올려놓았다. 말러의 음악은 마음이 어수선할 때 들으면 어수선함을 잡는 대신, 그 깊이를 모를 정도의 우울함 속으로 사람을 밀어넣는다. 이 사람, 사는 거 참 어려웠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나도 그럴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자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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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을 지지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려다가 번번히 좌절했던, 배경없는 집안의, 야당 출신의, 상고 졸업의 전직 대통령은 자살하고, 젊은 시절 정치적 탄압이라는 탄압들을 다 받던 사형수 출신으로, 한국사람들이 떼로 수여하면 안 된다고 하던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IMF 구제금융 시기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전직 대통령이 죽고, ...

그러는 동안 남북 대화는 수익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기업체의 총수가 넘어가 마치 정부 관계자가 된 양 이야기하고,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좋은 기회가 되어 북의 사람들이 서울로 오고, 그러는 동안 현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 

'잃어버린 10년'을 이끌었던 두 명의 대통령이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잃어버린 10년'에 동의했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다들 계산하기에 바쁘겠지.

위대한 예술가들의 시기였던 르네상스의 혁명적인 미덕이었던 계산이 이젠 천박한 자본주의의 끔찍한 악덕으로 변해버린 지금....


오늘, 슬픈 일요일, 죽은 사람들은 말이 없고 진실된 가치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음악 듣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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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 2009.08.23 14:27 신고

    슬프네요...

    • 지하련 2009.08.24 12:02 신고

      세상 사람들이 사려 깊고 배려심이 많으며, 서로의 입장을 깊이 고민하고 이해했으면 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바람을 해보는 일요일이었습니다.



김포공항 옆에서 2호선 선릉역까지 오는 건, 꽤 고역이다. 지하철 안에서 리 호이나키의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를 읽었다.

대학은 오직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할 뿐이며, 교수들은 오늘날의 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말해질 수 있는 것과 보여질 수 있는 것 사이의 차이를 아는 것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견해에 대해 아무런 인식이 없다고 나는 느꼈다.
(13쪽)

... 때때로 우리는 석공이 되고 싶은 때가 있다. 돌을 깨는 데는 의심이 깃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페이지마다 의심과 두려움 - 캄캄한 공포가 있다. - 조셉 콘라드
(3쪽)  


그 사이 많은 책들을 읽었다. 허균의 누이였으며, 조선 시대 가장 뛰어난 여류 시인으로 알려진 허난설헌에 대한 책을 읽었고, 조르주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를 꽤 힘들게 완독했으며, '창의와 혁신의 핵심전략'이라는 경영 서적도 한 권 읽었다. '햄릿'을 다시 읽었고,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다시 읽었다. 

전시는 더 많이 보았다. 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못했다.

어젠 서울옥션에서 114회 미술품 경매가 있다는 레터를 받았다. 그 레터 안엔 청천 이상범의 산수화 엽서 몇 장이 있었다. 건조한 사무실에 앉아, 한참을 생뚱맞은 표현으로 엽서를 쳐다보았다. 

집을 나서기 전에 금붕어 모이를 주면서, 잠시 웃었을 뿐... 

요즘 내 모습은 마치, 억지로 바쁘게 보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여 약간 서글퍼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는 것일 뿐.
 




일요일 아침이면, 내 방은 이렇게 변한다. 턴테이블엔 오래된 LP를 올리고, 휴일에 듣고 읽을 시디와 책, 잡지를 방 옆에 쌓아둔다.

내 일상이 위선적으로 보이는 건, 정말로 위선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세상이 위선적이어서 그런 걸까.

마치 살아있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지는 금요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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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자의새벽 2009.06.19 11:29 신고

    ㅎㅎ 글 왠지 재밌어요
    잘 보고 갑니다^^

  2. 윤민연우맘 2009.06.19 20:09 신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어떤 순간을 노리며 들이닥치는 외로움과 슬픔을 경계하시길.

    • 지하련 2009.06.20 13:36 신고

      외로움과 슬픔을 이기는 건 술과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크~. 그래서 어젠 모든 일과를 끝낸 11시 경희대 앞 술집에서 술 마셨고 오늘 아침엔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두 시간 동안 빡~세게 운동했다네. T_T;;;


와인을 즐겨 마신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아주 우연히 와인에 빠졌다.

그 이후 와인 가이드 북만 몇 권을 읽었고, 거의 매주 와인을 마셨다. 와인에 빠지는 것만큼 위험한 짓도 없다. 재정적인 위기가 오기도 했고 보관을 잘못하는 바람에 값비싼 와인을 날려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와인을 알게 된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지난 일요일에는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와인 모임을 가졌다. 일행 중에 사진을 찍던 이가 있어, 사진 몇 장을 올린다.

시루(SIRU)라는 곳에서, 오후 3시에 만났다.


천정 위로 빼곡히 빈 와인병이 쌓여있다. 제법 좋은 인테리어 아이디어다.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 1병, 보르도 AOC 1병, 칠레산 쉬라즈 와인 1병. 그 뒤로 보이는 디켄터.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는 디켄팅을 했다. 하지만 좀 일찍 디켄팅을 해둘 걸~ 이라는 후회를 했다.


늦게 합류한 이가 가지고 온 메독지역의 크뤼 부르조아 와인.

가볍게 훈제된 닭고기로 올려져 있는 샐러드.  


기분 좋은 스파게티.




* 위 사진들은 우민철(woo927@chol.com님의 사진입니다. 우민철님께 감사.
* 와인 모임의 이로운 점. 회비를 걷어 공동으로 와인을 구입하여 구입가격을 낮출 수 있으며, 또한 레스토랑과의 가격 협상력이 생겨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 (뭐, 그래도 몇 만원 수준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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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달 전,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요시토모 나라의 판화를 보면서, '이 사람 참 감각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 아침, 아트저널 2009년 신년호를 보면서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마치 피부 세포 하나 하나가 낮은 하늘을 가진 어느 날, 대기 속의 물방울에 젖어, 까끌까끌하게 날이 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트저널에 실린 어느 갤러리의 요시토모 나라 전시 광고 페이지.


오래, 혼자 살다보니, 이것저것 다 해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금붕어 돌보기와 화분들이다. 이 방 저 방 한 두개씩 있던 화분들을 현관 입구에다 모아놓았더니, 제법 보기 좋았다. 아무도 없는 낮에는 꽤 쓸쓸하고 답답하겠지만, 퇴근 후 나는 이들을 위해 온 집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둔다.




일요일 낮에는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 와인을 마셨다. 오랜만에 좋은 와인들을 마셔, 기분이 좋아졌다. 몇 주 뒤, 다시 모여 마실 듯 싶다. 일요일 오후 햇살 아래에서 간단한 치즈 샐러드와 와인 한 두 잔. 사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딱 좋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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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onious Monk: Blue Monk (Oslo, April 1966) Um clipe do video "Monk in Oslo". Thelonious Monk - piano. Charlie Rouse - tenor. Larry Gales - bass. Ben Riley - drums.



지난 주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결국 목이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하루 이틀 지나도 풀리지 않으면 한의원에라도 가야할 것같다. 하긴 과도한 스트레스는 종종 담배와 음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나는 여기에 충실했다. 결국 내가 자초한 일인가.

아침에 일어나 산타나의 Moon Flower와 몽크의 Brilliant Corner를 들었다. 음악만이 내 위안이 되어줄 것인가. 아니면 시인가. 폴 베를렌느의 시를 읽을까. 아니면 그의 연인 랭보? 혹은 신대철이나 이성복도 나쁘진 않으리.

원두 커피는 떨어졌고 세탁물은 밀렸으며 내 입술은 건조하게 말라있고 짙은 구름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안 그래도 피로에 지친 내 시선을 하얗게 가로막으며, 말없이 서있다.

일요일 오전. 종종 견디기 힘들 때도 생기는 법이다. 오후엔 다시 일을 해야 하고 내일은 매우 중요한 미팅이 버티고 있다. 종종 내 삶이 전쟁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 뿐만일까.

다들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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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콩샘 2009.06.08 12:11 신고

    아마도, 남들이 다들 왜 사는지 궁금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다들 살고 있으니, 그렇게 미래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살고 있으니 뭔가 있나봐 하면서...^^;;

    • 지하련 2009.06.08 23:36 신고

      아마 뭔가 있겠죠. ; ) 좋은 뭔가이길 위해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늘 그게 뜻대로 되지 않지만요. : )

  2. 미 섭 2009.06.08 19:29 신고

    한껏 - 자랑하는게지요...쳇 !



몇 번의 오디오 교체 끝에 4년 정도 오디오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JBL 스피커에 티악 시디, 오래된 A&R 캠브리지 인티앰프,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캔우드 리시버 앰프와 작은 스피커 1조. 구입 금액으로만 따지자면, 다 합쳐 120만원 되려나. 하지만 여기에 잠시 쉴 수 있게까지 몇 백만원이 더 들어갔을 것이다.

늘 꿈꾸는 오디오 시스템이 있지만, 그럴 만한 경제적 여유가 되지 못하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중고로만 잘 따져 고른다면 수백만원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오디오 시스템을 구비할 수 있다. 단지 잘 모르고 시간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것만큼 좋은 여가활동도 없는 것같다. 한가한 주말 오후, 한 두 시간 음악을 듣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며칠 전 구입한 첼리비다케의 박스 세트.

그런데 티악 시디 플레이어가 이 녀석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T_T;  슬슬 오디오 교체 시기가 온 것일까. 걱정이다. 이 박스 세트에 대한 리뷰는 조만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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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찬 더위가 온 몸을 휘감아 도는 토요일 밤, 책상 등과 벽 사이에서 종의 탄생 시절부터 이어져왔을 생의 본능 같은 거미줄을 치던 거미와, 낡은 대우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란스런 공중파 오락프로그램 소리로 뒤범벅이 된 거실에서 낮게 에프엠 라디오 소리가 흐르는 안방으로 가로질러 들어가던, 윤택이 나는 짙은 갈색 바퀴벌레를, 1년 째 온갖 벌레로부터 내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에프킬라로 잡았다. 그리고 새벽까지 악몽에 시달렸다.

혼란스런 고통의 새벽이 끝나고 평온한 일요일 오전을 보낸다. 밀린 빨래를 세탁기로 돌리고 물끄러미 창 밖 하늘을 쳐다보았다. 얼마 가지 않아 내 시선은 두텁게 쌓여있던 습기의 벽에 가로 막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만둘 생각이었으나, 그보다 빨리 회사가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 갑자기 매출이 끊어져버렸고 매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았던 상태라 자연스럽게 정리에 들어갔으며, 나는 실업자 상태로 접어들었다.

라 트라비아타를 듣고 있다. 세탁기는 제 맡은 바 임무를 끝냈음을 나에게 알려왔다. 마리아 칼라스는 오래된 제이비엘 스피커를 우아하게 울려주고 있다.

낯선 우아함으로 오늘을 지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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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약속이 세 개가 생겨버렸다. 그리고 밤 10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벤처를 하다 망해먹은 이들이 하나둘 모여 술을 마셨고, 그 중 운 좋게 H그룹 홍보실에 들어간 모 대리가 술을 쏜다고 했다. 맥주를 서른 병 정도, 그 사이 J&B 리저브와 몬테스 알파 까르비네 쇼비뇽을 마셨다. 그리고 그 대리의 집에서 죽엽청주와 들쭉술(* 캡틴큐와 나폴레옹을 섞어놓은 듯한 북한 술)을 마셨다.

결국 뻗었다.

일어난 것이 토요일 오후 3시였으니, 그냥 술에 토요일을 그냥 날려먹었고 일요일도 한 발짝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겨우 밤에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나와 한강변을 달렸다. 몸을 적시는 서른넷의 땀방울들. 어느새 육체를 움직여야만 정신을 차리는 둔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가.

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으로. 이 여름. 썩.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사람이 되는 건 너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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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사이의 어느 오후香이 서울 변두리 빌라 옥상에 조금, 서른 중반의 사내가 사는 4층 베란다에 조금, 흐릿한 대기들 위의 구름 위에 조금, 그 외, 이 곳, 저 곳, 띄엄띄엄  산개해 있었다. 사이먼 래틀과 빈 필이 연주한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듣고 난 다음 정경화가 협연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었다. 별로다. 집에 있는 다른 앨범. 레너드 번스타인과 베를린 필이 연주한 베토벤 5번이 훨씬 좋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나쁘지 않았으나, 정경화의 진짜 연주를 듣기에 곡 선정이 좋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 썩 신통치 못한 듯 하다. 그리고 그 다음. 아르보 페르트의 ‘PASSIO.’ 기독교적 파토스(Pathos). 하지만 불교적 파토스나 이슬람교적 파토스는 왠지 어색하다. 유비쿼터스 사회를 향해가는 20세기, 21세기에 미사곡을 작곡하고 있는 아르보 페르트. 아르보 페르트의 음악은 언제나 날 휩쓸고 지나간다. 아르보 페르트 다음은 페르골레지의 ‘Marian Vespers’다. 역시 기독교적 테마는 극적이고 비장하다. 다른 종교의 양식은 그 힘이 떨어진다.(이것도 편견인가?)

얼마 전 포르투갈로 나가는 이의 환송회를 하면서 와인 몇 병을 사서 마셨다. 그리고 그 와인들의 맛은 너무 형편없었다. 역시 까페 같은 곳에서 마실 때는 무조건 십 만 원 이상 줘야 하는 것인가. 차라리 집에서 벗들과 함께 마시는 편이 나을 듯싶다. 어제 이마트에 가서 와인 두 병을 사 왔다. 주로 프랑스 메독산 와인을 마시는데, 오랜만에 다른 지역의 와인 한 병을 샀다. 다른 한 병은 독일 와인인데, 포도는 프랑스에서 재배하여 독일에서 만드는 와인이다. Blue Nun. 2004. cabernet sauvignon. 상쾌한 와인이다. 그냥 먹기에는 깊은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식사와 함께 하면 무척 좋을 듯싶다. 특히 집에서 삼겹살 먹으면서 이 와인 마시면 정말 좋을 듯싶다. 까페에서 와인 사먹지 말고 대형할인매장이나 와인전문매장에서 2-3만 원대 와인을 사서 먹는 것이 좋다. 여러 번 까페에서 와인을 마셨지만, 그 때마다 엉망이었다. 그리고 까페에서 맛있는 와인 먹으려면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

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장석남의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별로다. 오늘 오후 송재학의 ‘푸른 빛과 싸우다’를 읽어야겠다. 오후의 햇살이 부서진다. 부서지는 햇살들 사이의 내 몸이 떠오른다. 차갑게 식어있는 내 몸 위의 드리워지는 뜨거운 시선. 하지만 그 시선마저 차갑게 식어갈 것임을 나는 안다.

슬픔이라든가 외로움이라든가 고독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단단한 껍질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존립이 가능한 상태로 오래 지속되었으면 한다. 포도주를 마시고 나니, 술 기운이 확 달아오른다. 일요일 오후. 혼자 포도주 반 병 이상을 마시고 취해 있는 모습이 꽤나 재미있다. 어느 새 아르보 페르트는 끝나고 페르골레지로 옮겨와 있다. 바로크적 비장함은 언제나 날 매혹시킨다.





그냥 주말 가족 식사 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 이마트에서 9,900원으로 구입할 수 있음)


홍대 까페에서 먹은 와인. 카르멘 리저브. 맛, 꽝이다.


몬테스 알파. 맛? 꽝이다. 


원두커피. 늦겨울 일요일 오후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
(* 프랑스에서 가지고 온 원두커피. 가격 모름)


어제 이마트에서 산 에스프레소 커피 메이커. 대단한 파워를 자랑한다. ; )
(* 이마트에서 만사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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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뒹굴뒹굴거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과는 무관한 모양이다. 세월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더니, 그렇지 못한 것이... 이런 일요일 오후엔 도대체 뭘 하면 좋을까. 새벽까지 책을 읽는 바람에 정오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오랫만에 요리를 해서 먹을 생각에 근처 시장에 가 봄나물과 김치찌게를 위해 두부와 버섯을 사왔다. 가는 내내 봄 햇살인지 늦겨울 햇살인지 구분되지 않는 빛 알갱이들이 퍼석퍼석 썩어가는 내 얼굴에 와닿아 부서졌다. 잠시 바람이 불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시장 안을 걸어가는 젊은 여자의 엉덩이를 한참 쳐다보았다. 엉덩이만 보면 아줌마인지 처녀인지 구분할 수 있다던데, 도통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 이름 모를 봄나물을 간장과 고추가루가 주축이 된 양념장에 버물려 김치찌게와 함께 먹었다. 여동생과 같이 살고 있지만, 그녀는 늘 바쁘다. 오늘도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같이 밥을 먹는 경우가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이니, 같이 사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 같은 햇살을 가진 날을 좋아하는데, 딱히 할 일이 없다. 즐거운 일도, 행복한 일도 생기지 않는다. 혼자 TV를 보며 밥을 먹었다. 아마 저녁도 그렇겠지.

어젠 어머니께서 맞선을 보라고 전화를 하셨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 연애 결혼보다 중매 결혼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시절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일반적인 종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결혼 방식이 중매결혼이라고 생각하니... 나도 그렇게 변해버린 걸까. 고향 집에 전화를 하니, 받지 않으신다.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좋은데 말이다. 결혼의 책임보다 동거의 책임이 좀 더 덜하지 않을까. 그만큼 무책임한 인간이다. 결혼이든 동거든 여자가 있어야 하니, 결국은 이래저래 현실성 없는 생각이다.

오랫만에 음악을 듣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 음악 듣기. 음악을 듣고 있으니,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이럴 땐 누군가를 불러 같이 밝은 오후의 맥주 마시면서 음악 들으면 좋은데 말이다. 레코드장에서 잔뜩 레코드를 꺼집어 낸다. 먼지를 털고 턴테이블에 올려 음악을 듣는다. 음악 속에 세상이 들어가고 나는 그 밖에서 혼자 방 구석에서 뒹굴거리기 시작한다. 뒹굴. 뒹굴. 뒹굴. 뒹굴뒹굴거려 저 높은 하늘까지 훨훨.


듣기 위해 꺼내놓은 레코드판들. 왬도 있고 사랑의 스잔나도, ToTo도, 쇼팽의 녹턴, 비발디의 사계, 본 카라얀의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등등...


오래된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구입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왬. 86년도 앨범. 조지 마이클과 앤드류 리즐리의 사진이 보인다. 지구레코드에 나왔다. Where Did Your Heart Go와 Last Christmas를 들었다. Side B에 Blue가 눈에 띈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에서 Wham이 중국 북경 콘서트를 했는데, 그 곳에서 부른 곡이라면 소개했던 게 기억난다.


제니스 조플린이다. 멋진 그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늘 맥주를 마시게 된다. 그녀는 죽어 천당에 갔을까. 아마 갔겠지. 그녀를 죽인 건 그녀가 아니라 이 세상이니깐.


밥 딜런의 '피에 젖은 트랙'과 루이 암스트롱의 'Satchmo'다. 예전 영화월간지인 "로드쇼"에서 정성일이 밥 딜런의 이 앨범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앨범, ...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루이 암스트롱은 늘 날 즐겁게 하는 뮤지션이고.


Take Five로 유명한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앨범이다. 자켓이 재미있다.


뉴 트롤즈의 'Concerto Grosso Per 1' 과 핑크 플로이드의 '달의 어두운 부분'... 한동안 엄청 들었던 앨범들이다. 지금 이 앨범들 LP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마 다들 30대 중반이나 40대가 되었겠지. 

벌써 네 시 반이다. 내 어깨에서 날개가 튀어나와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남은 시간 내 어깨 속에 숨은 날개를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흰 날개 대신 검은, 쭉쭉 찢어진 날개가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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